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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산품 애용' 강조...특권층은 한국산 선호

  • 최원기

북한 평양의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선 북한 주민들. (자료사진)

북한 평양의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선 북한 주민들. (자료사진)

북한 당국은 최근 외국 제품 사용을 ‘수입병’으로 규정하고 ‘국산품 애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합니다. 변변한 국산품이 없는데다, 그마저 품질이 나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외국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수입병’으로 규정하고 이를 없애라고 지시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김정은/조선중앙방송] "모든 공장 기업소들이 수입병을 없애고, 원료, 자재, 설비의 국산화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을 힘있게 벌이며…”

김정은 제1위원장이 수입병 근절을 강조하자 북한 언론은 연일 ‘국산품 애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 3월30일 ‘모든 것을 수입해 쓰는 사람이 바로 현대판 노예’라고 보도했습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인 국민대학교 정창현 교수는 북한 당국이 국산품 애용을 강조하는 것은 경공업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정창현] "북한의 경공업 즉, 비누, 치약 같은 생필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일부 정상화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제품들을 유통시켜서 중국 제품의 비중을 낮추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탈북자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까지 나서서 국산품 애용을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수입품이 범람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말합니다. 함경북도 청진에 살다가 지난 2003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최수경 씨입니다.

[녹취: 최수경] "의류, 신발 이런 게 전부 국산이 아니라 수입산이 90% 이상입니다. 이렇게 수입산이 많으니까 수입병이라는 말도 나오는 거죠.”

북한 군 출신으로 2009년 한국으로 망명한 권효진 씨는 ‘수입병’이라는 말은 1980년대부터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녹취: 권효진] "1980년대 북한 인민보안부 협주단 연극부에서 ‘수입병’이라는 제목으로 코메디를 했어요. 덮어놓고 상표에 다른 나라, 영어나 외래어가 붙어있으면 좋다고 했거든요.”

이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 북한의 공장과 기업소가 가동을 멈추자 중국산 제품이 장마당을 통해 북한에 쏟아졌습니다.

외국 제품의 범람은 북한사회의 풍속도를 바꿔놓았습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이른바 ‘5장 6기’를 갖춘 사람이 잘사는 사람으로 간주 됐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첨단 가전제품을 많이 가져야 행세를 한다고 탈북자 최수경 씨는 말합니다.

[녹취: 최수경] "2000년대 초반까지 5장 6기였는데, 이제는 그런 유행은 사라지고 지금은 더 좋은 냉장고나 TV를 갖고자 하는 경향이 많죠.”

5장 6기란 이불장, 양복장, 찬장, 책장, 신발장 등 5 장과 TV, 냉장고, 세탁기, 재봉기, 선풍기, 녹음기 등 6기를 말합니다.

탈북자 권효진 씨는 북한에서는 당 간부와 군 장성 등 권력자일수록 외제 사치품을 많이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권효진 ] "압록강 두만강 국경을 수비하는 국경경비총국 정치위원의 딸이 결혼식을 해서 평양 아파트를 한번 가봤는데, 깜짝 놀랐어요. 아파트 베란다가 10미터가 되는데, 일본 아사히 맥주가 꽉 찼어요, 방안에 문 손잡이를 비롯해 모두 메이드 인 재팬이고, 그래서 야, 안되겠구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탈북자들은 북한 당국이 국산품 애용을 강조하지만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쓸만한 국산품이 없는데다 품질도 나쁘다는 겁니다. 다시 최수경 씨입니다.

[녹취: 최수경] "국산 TV가 없습니다. 북한은 자체적으로 TV나 냉장고, 세탁기를 만들지 못합니다. 그런데 요즘 웬만한 사람은 TV, 냉장고가 다 있는데, 그러니까 다 수입산을 쓸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

한편 북한의 특권층 사이에서는 한국산 제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9일 한국 국회 보고를 통해 ‘북한 특권층 사이에서 쿠쿠 밥솥 등 한국식 소비 행태가 유행하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장마당에서는 한국산 제품을 사기 위한 일종의 ‘은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놓고 ‘한국 제품을’ 달라고 할 수 없으니까, ‘중국 것보다 더 좋은 것 없느냐’ 고 묻는다는 겁니다. 권효진 씨입니다.

[녹취: 권효진] "이것보다 더 좋은 것을, 더 급이 높은 것을 달라고 하면, 그러면 파는 사람이 딱 알아서, 그렇게 다 통하고 있어요.”

국정원은 또 북한에서 한국산 가전제품을 쓰면서 호화생활을 하는 사람이 24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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