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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SLBM 발사 성공' 발표에 제기되는 의문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전략잠수함 탄도탄수중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전략잠수함 탄도탄수중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L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는 북한의 주장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들이 미국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이 공개한 미사일은 탄도미사일이 아니고 잠수함에서 발사한 것도 아니란 주장인데요. 김영권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먼저 미국에서 제기되고 있는 내용부터 살펴볼까요?

기자) 복수의 미 당국자들은 미 ‘블룸버그통신’에 북한이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실험한 것은 미사일 발사를 위한 압축가스 사출체계란 지적입니다. 탄도미사일 발사를 실험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초보적 단계의 실험이란 얘기죠.

진행자) 발사체가 잠수함에서 발사된 게 아니란 지적은 뭔가요?

기자) 잠수함이 아니라 바지선이나 수중에 설치한 발사대에서 사출실험을 했다는 분석입니다. 익명의 미 당국자는 보수 성향의 매체인 ‘워싱턴 프리비컨’에 실험이 잠수함이 아닌 수중 발사대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군사전문가인 조셉 버뮤데즈 씨 역시 지난 12일 워싱턴에서 열린 화상회견에서 실험이 바지선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인 근거가 있습니까?

기자) 버뮤데즈 씨는 시험발사 다음날인 지난 10일 현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판독 결과 부두에 있는 신포급 잠수함 상단의 수직 발사관은 SLBM 발사에 부적합하다는 설명입니다. 또 SLBM은 지상과 수중 실험을 거쳐 최종적으로 잠수함에서 실시하기 때문에 앞서 미 당국자의 지적대로 부두 인근의 물밑에서 초기 형태의 사출시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앞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전략잠수함 탄도탄 수중 시험발사가 성공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한국 국방부는 미사일이 잠수함에서 발사됐다고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SLBM 시험발사가 잠수함에서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런 분석은 미군 당국과 일치한다고도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럼 미 언론들이 인터뷰한 미 당국자들의 견해와도 배치되는 것인데, 미국 국방부의 공식 입장은 뭔가요?

기자) 미 국방부는 “북한의 무기 실험에 관해서는 어떤 정보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제프 풀 국방부 아태 담당 대변인은 13일 ‘VOA’에 보내온 이메일 답변에서 “익명의 미 관리들이 말하는 것은 미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북한 관영언론들이 공개한 사진들과 실질적인 SLBM 실험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떤 얘긴가요?

기자) 사진에 등장한 잠수함의 크기, 사출실험 장소와 김정은 제1위원장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비현실적이란 겁니다. 군사매체인 ‘IHS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는 분석 보도에서 ‘노동신문’에 등장한 사진 속 잠수함은 로미오급도 아닌 상어급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길이 35.5미터, 배수량 260t의 이 잠수함으로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게다가 SLBM용으로 가장 유력한 신포급 잠수함 역시 수직발사관의 설치 장소인 함교탑의 길이가 4.5m, 넓이 2.25미터로 북한이 ‘노동신문’에서 공개한 SLBM 용 북극성 1호 미사일의 규모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게 적합하지 않다는 건가요?

기자) 북극성 1호는 기술적 기반이 옛 소련의 R-27 Zyb SS-N-6 ‘Serb’ 을 개량한 겁니다. 직경이 1.5m, 길이가 8.89m, 무게가 14t에 달하죠. 따라서 앞서 말씀드린 신포급 잠수함의 함교탑 길이와는 거의 두 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미사일을 소형으로 개조하지 않았다면 수직발사관에 배치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설명입니다.

진행자) R-27 미사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기자) 액체연료형인 R-27은 옛 소련이 1967년부터 1988년까지 실전배치했던 잠수함 탄도미사일입니다. 사거리가 2천400km, 핵탄두의 무게만 650kg 입니다. ‘IHS 제인스’는 북한이 2003년 9월에 여러 R-27을 입수했고 무수단 미사일 개발의 기술적 기반이 됐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에 실험한 것은 R-27을 개량한 실제 탄도미사일이 아니라 모의탄 (Dummy)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출된 뒤 겨우 150-200m 정도 날아갔다는 한국 국방부의 발표로 볼 때 정상적인 SLBM의 위력과는 비교 자체가 힘든 겁니다. 따라서 미사일이 잠수함에서 발사됐다는 한국 당국의 분석이 정확하다면 북한이 그저 사출체계의 실험을 위해 SLBM 발사에 부적합한 작은 잠수함에서 역시 소형의 모의탄을 발사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앞서 나왔던 사출 실험장소와 김정은 제1위원장과의 거리 문제는 무슨 얘긴가요?

기자)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 제1위원장과 사출실험 장소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비현실적이란 겁니다. 초기 SLBM 실험은 매우 위험한 데 최고 지도자가 지척에 있다는 것은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게 아니면 잠수함과 SLBM에 모두 완벽한 자신감이 있다는 얘기인데 현실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죠. ‘IHS 제인스’는 따라서 김 제1위원장이 참관한 배 앞에서 미사일 사출이 이뤄졌다는 북한 측 보도는 진실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사진을 조작했거나 참관 자체가 거짓말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일련의 시나리오는 사출실험이 잠수함이 아니라 해저 플랫폼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을 더욱 높여준다는 거죠.

진행자) 북한 측 주장이 여러 과학적 측면에서 모순이 많다는 지적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종합해 보면 한국 국방부나 미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북한은 현재 SLBM의 초보적인 실험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에 실험한 사출체계는 미사일을 발사하는 수직관과 이를 정교하게 덮을 수 있는 방수 덮개가 완벽하게 작동하는지를 실험한 겁니다. 이런 실험은 지상과 수중을 거쳐 궁극적으로 문제가 없을 때 잠수함에서 하게 됩니다. 표면적인 사출실험은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탄도미사일을 장착해 발사할 수 있는지, 미사일이 제대로 날아가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지, 이를 발사할 수 있는 3000t급 이상의 잠수함 보유는 여전히 기술적으로 갈 길이 멀다는 게 미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진행자) 끝으로 왜 북한의 잠수함 탄도미사일 개발이 관심을 끌고 있는지 설명해 주시죠

기자) 미국과 한국의 고위 군 당국자들은 북한의 비대칭 전력, 특히 예고 없이 발사하는 이동식 탄도미사일의 위협을 경고해 왔습니다. 추적과 탐지가 어려울 뿐아니라 대응할 시간이 적기 때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잠수함 탄도미사일은 “제2의 타격 무기”로 불려 왔습니다. 북한이 SLBM을 실전배치 한다면 재래식과 핵탄두 공격 모두 한국 뿐아니라 일본 등 주변국과 미국에 적지 않은 위협이 될 수 있는 거죠.

진행자) 기습공격으로도 매우 유용할 수 있다는 얘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이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천안함 폭침처럼 은밀하게 상대를 공격하는 능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북한이 정권 유지를 위한 억제력 뿐아니라 선제공격용으로 SLBM을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SLBM개발은 초기 단계로 떠오르는 위협 (emerging threat) 수준이란 분석입니다. SLBM은 전세계에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만이 실전 배치했고 인도가 2012년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뒤 실험을 계속할 정도로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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