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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풍경] 선전화 그리던 탈북 화가, 뉴욕서 개인전 열어


탈북자 출신 화가 송벽 씨가 미국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자신의 개인전에서 지난 9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탈북자 출신 화가 송벽 씨가 미국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자신의 개인전에서 지난 9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투데이 풍경'입니다. 북한에서 ‘선전화’를 그리던 화가가 미국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탈북자 출신 화가 송벽 씨의 개인 전시회를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앙상한 가지마냥 바짝 마른 소년이 어린 동생을 꼭 끌어 안은 채 등을 돌려 앉아 있습니다. 소년은 동냥 그릇을 힘없이 들고 있습니다.

‘소원’ 이라는 제목의 이 그림은 북한 `꽃제비’들의 비참한 현실과 함께 두 형제를 자유로운 세계로 데려 가고픈 화가의 심정을 담았습니다.

탈북 화가 송벽 씨의 뉴욕 개인전에 전시된 그림. 작품명 ‘호프(hope)’.

탈북 화가 송벽 씨의 뉴욕 개인전에 전시된 그림. 작품명 ‘호프(hope)’.

파란 풍선 속에 웅크린 두 형제는 비둘기와 함께 두둥실 떠 허공으로 오릅니다.
이 그림은 지난 2002년 송벽 화가가 탈북할 당시 만났던 꽃제비 형제와의 짧은 만남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녹취: 송벽] "국수를 먹고 있는데 먹는 모습을 빤히 보더라고요, 국수 한그릇씩 사줬어요. 삼촌 어디가요? 나도 데려가 줘요 하더라고요..”

꽃제비 형제에게 국수를 동냥해 주고 탈북했던 송 화가의 기억은 예술가로서 북한 주민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한 배경이 됐습니다.

북한 선전화를 그리며 평생을 살았던 송 화가는 탈북 후 북한체제를 풍자하고 북한 주민의 비참함을 알려왔습니다.

탈북 화가 송벽 씨의 뉴욕 개인전에 전시된 그림. 작품명 ‘룩 엣 더 프리덤(look at the freedom)'.

탈북 화가 송벽 씨의 뉴욕 개인전에 전시된 그림. 작품명 ‘룩 엣 더 프리덤(look at the freedom)'.

송 화가의 미국 내 네 번째 개인전인 ‘세상을 바라보며’ 전시회는 자유 세계를 향한 북한 주민의 시선과 외부세계의 북한을 향한 시선, 그리고 동포와 가족을 잃은 한 탈북 화가의 시선을 담은 10여 점의 작품이 소개됐습니다.

송 화가는 미국 북동부 뉴욕 주 맨해튼의 ‘아트나우 뉴욕 (ArtNowNewyork)’ 미술관에서 열리는 개인전에 대한 취지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녹취: 송벽]”뉴욕엔 자유의 여신상이 있어요. 그 여신상은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상징이거든요. 자유가 왜 소중한지 인권이, 존중함이 얼마나 소중한지 세계인들과 공유하고 싶은 거에요. 소박한 자유도 느끼지 못하는 북한 국민들에게 따뜻한 소망을 주기 위한 바람으로 열었습니다. “

송 화가는 뉴욕이 유엔본부가 있고 세계의 인권과 평화, 자유에 대한 토의가 이뤄지는 도시인 만큼 전시회를 통해 개인의 자유에 대한 존엄성을 한 폭의 그림을 통해 느낄 수 있기를 희망했습니다.

송 화가의 대표작인 풍자화 ‘벗어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인공으로, 세기의 미녀 여배우 마릴린 몬로의 영화 속 한 포즈를 그대로 옮겨놨는데요, 북한체제라는 굴레에 갇혀 보이고 싶은 부분만을 선전하는 위선을 고발했습니다.

한반도 지도가 화폭에 가득 담긴 ‘극과 극’이라는 제목의 그림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모든 자유와 권리를 남과 북으로 대비시켰는데요, 암흑천지인 북한세계와 불야성을 이루는 자유세계 남한을 내려다 본 야경을 담았습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도 그림의 주인공인데요, 빙상 선수 옷차림으로 스케이트 신발을 신고 있는 김 제1위원장이 꽁꽁 얼어붙은 북한 땅을 짓누르고 서있는데, 외부세계에서 들어오는 변화의 바람을 두 팔을 벌려 막고 있습니다. 이 그림의 제목은 ‘오지마 자유’ 입니다.

[녹취: 송 벽]”북한 땅이란 게 완전한 어름 같은 나라예요. 김정은이가 불어오는 자유의 바람을 못 들어오게 몸부림 치면서 막고 있는 거예요. 오지마 자유. 그런데 비둘기 두 마리는 자유를 줘라.. 왜 고집이 세냐.. 그래서 자유 평화 꿈 (비둘기) 세 개를 그렸어요.”

그밖에도 북한 군인이 망원경을 통해 세상을 엿보는 ‘군인과 비둘기’는 나라를 지키는 군인까지 더 이상 당국을 신뢰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송 화가의 그림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북한 주민의 자유와 평화를 소망하는 가운데 평화와 자유의 상징인 비둘기가 그림 속에 빠지지 않습니다.

반면 북한의 체제를 비판한 그림에는 세상의 시선과 상관없이 혼자 웃고 있는 북한 지도자의 모습을 그려 외부세계와 동떨어진 고립된 지도자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송 화가는 또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한 서린 두만강을 그려 표현했습니다.

[녹 취: 송 벽]”두만강 물을 빠져 나오려고.. 쪽배 거든요. 쪽배를 타고 떠날라고 오는 모습.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얼마나 사람들이 죽어 나갔는지.. 그 속에 저희 아버지도 있잖아요.. 그 것이 항상 맺혀 있어가지고..”

송 화가는 자신은 자유를 찾았지만 배고파 죽고 자유를 찾다 죽어간 가족과 동포에 대한 그리움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아픔이라며, 개인적인 아픔을 시로 승화시켜 북한 주민의 고통을 표현했다고 말했습니다.

[녹 취: 송벽] “너는 조용히 지켜보지 않았느냐? 말해다오 말해다오 사랑하는 부모 형제와 몸 부림 치며 왜 헤어져야 했던가를.. 그 영혼들을 대변해 네가 말을 해 보렴 두만강아..”

송 화가는 지금까지 북한 정권을 비판하고 북한 주민의 자유를 갈망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잊지 않는 신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송벽] “ 북한 국민에게 너무 죄스러운 거예요. 먹지 못해 돌아간 어머니와 여동생, 그리고 두만강을 넘던 아버지의 영혼..그 분들을 생각하면서 무슨 일이라도 뼈를 깎아서라도 영혼을 달래줘야겠다.”

탈북자 출신 송벽 화가의 ‘세상을 바라보며’ 전시회는 이달 말까지 계속되는데요, 올해 워싱턴에서 개인전을 열 계획이며 뉴욕 전시회 기간 동안 미국 대학생들을 상대로 북한에 관한 강연회도 열 계획입니다.

VOA뉴스 장양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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