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러 해커, 오바마 이메일 해킹...2016 대선 자금 사상 최대 전망


중국 허베이성 샹양 시민들이 '스모그 대포'를 시연하고 있다. 물과 담뱃재를 섞은 연기를 발사하는 이 대포는 환경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제작됐다.
중국 허베이성 샹양 시민들이 '스모그 대포'를 시연하고 있다. 물과 담뱃재를 섞은 연기를 발사하는 이 대포는 환경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제작됐다.

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미국 뉴스 헤드라인’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십니까?

진행자) 자, 오늘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지난해 백악관 전산망에 침투한 러시아 해커들이 오바마 대통령의 이메일까지 손에 넣었다는 소식 먼저 전해 드리고요.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선거자금 규모가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는 소식, 또 지난 주말 워싱턴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에서 한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 풍자 연설이 화제가 되고 있다는 소식, 차례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네, 러시아 해커 관련 소식부터 볼까요? 해커라고 하면 해킹을 하는 사람이란 뜻이죠. 개인이나 기업, 정부의 정보 체계에 무단으로 침입하는 행위를 해킹이라고 하는데요. 러시아 해커들이 백악관 전산망에 침입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인데, 오바마 대통령의 이메일, 전자우편까지 읽었다고요?

기자) 네, 지난 주말 뉴욕 타임스 신문이 보도한 내용인데요. 지난해 10월에 러시아 해커들이 백악관 네트워크, 전산망에 침입했고, 해커들 손에 넘어간 내용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의 이메일도 포함돼 있다는 겁니다. 당시 이 해커들 때문에 백악관 이메일 시스템이 일부 폐쇄되기까지 했는데요. 10월 말에는 백악관 네트워크에서 해커들을 내쫓는 데 성공했지만요. 국무부 네트워크는 그 뒤에도 한동안 해커들에게 시달렸다고 합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의 이메일까지 해킹당했다고 하는데, 중요한 기밀 정보까지 넘어간 건가요?

기자) 그건 아닙니다. 러시아 해커들이 오바마 대통령의 이메일을 읽긴 했지만, 기밀로 분류되지 않은 내용을 읽는 데 그쳤습니다. 그러니까 비보안 네트워크만 뚫은 겁니다. 오바마 대통령과 보좌관들은 블랙베리라는 스마트폰, 그러니까 똑똑한 손전화기를 이용해서 전자우편을 주고받곤 하는데요. 이 블랙베리를 관리하는 컴퓨터 시스템, 보안 네트워크에는 침입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진행자) 보안 네트워크와 비보안 네트워크, 어떻게 다른 건가요?

기자) 네, 미국 정부 고위 관리들은 사무실에 컴퓨터가 두 대 있다고 합니다. 한 대는 기밀 내용을 다룰 때 쓰는 컴퓨터, 그러니까 보안이 철저한 네트워크에 연결된 컴퓨터고요. 다른 한 대는 기밀로 분류되지 않은 내용을 다룰 때 쓰는 컴퓨터로 비보안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습니다. 외부와 연결돼 있는 건데요. 지난해 러시아 해커들이 바로 이 비보안 네트워크에 침입한 겁니다.

진행자) 비보안 네트워크라고는 하지만, 한 나라 대통령의 이메일 내용이 노출됐다는 건 문제가 아닐 수 없는데요. 해커들이 어떻게 이 네트워크에 침입할 수 있었죠?

기자) 네, 오바마 대통령이 자주 이메일을 주고받는 사람들, 아마도 외부 인사들의 이메일 저장소에 접근해서 오바마 대통령이 보내거나 받은 이메일을 읽을 수 있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이메일 계정은 해킹당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요. 매일 아침 백악관 보좌관들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하는 브리핑, 상황 보고 내용 역시 노출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이런 상황 보고는 보통 구두나 서면으로 이뤄진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럼, 어떤 내용이 해커들 손에 들어갔나요? 혹시 기밀 정보가 실수로 잘못 노출됐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기자) 백악관 측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메일이 몇 건이나 해커들 손에 들어갔는지, 또 어떤 내용이 노출됐는지 확실히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밝힐 경우, 오히려 해커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하지만 비보안 네트워크에서 민감한 정보가 오가는 경우도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대통령의 일정이라든가, 각국 대사나 외교관들과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 인사 이동이나 정책에 대한 논의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진행자) 러시아 해커들이라고 했는데, 러시아 정부의 소행인가요?

기자) 러시아 정부와 관계가 있는 해커들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사실 백악관이나 미국 정부 당국이 러시아 해커들이라고 확실히 지목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정황을 볼 때, 러시아 해커들의 소행으로 짐작된다는 거죠. 백악관의 한 고위 관리는 해커들의 수준이 아주 높았다면서,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정교한 기술을 사용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였고요. 뭣보다 러시아 해커들이라는 점을 특히 우려했다고 합니다.

진행자) 러시아 해커들이라서 특별히 걱정해야 할 이유가 있나요?

기자) 사람들이 해킹하면 중국을 먼저 떠올리곤 하는데요. 중국과 러시아 해커들은 좀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중국 해커들은 상업이나 디자인 관련 정보를 대량으로 쓸어가기로 유명한데요. 수준 높은 러시아 해커들은 고도의 기술을 이용해서 흔적을 잘 남기지 않고요. 특정 목표, 특히 정치적 목표물에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특히 시기적으로 민감한 때 해킹 사건이 일어난 것도 문제가 됐는데요. 크림반도 병합과 우크라이나 문제로 미국과 러시아 간에 긴장이 한창 고조되고 있을 때,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는 겁니다.

진행자) 지난주에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이 국방부의 새로운 사이버 전략을 발표하면서, 러시아 해커들이 국방부를 해킹한 사실을 밝히지 않았습니까? 올해 초에 국방부의 공개 전산망에 러시아 해커가 접근한 사실이 감지돼서 즉각 이를 물리쳤다고 말했는데요. 백악관에 침입한 해커들과 같은 해커들인가요?

기자) 그건 알 수 없습니다. 국방부는 해킹 사실을 발표하면서, 국방부에 침입한 해커들과 백악관이나 국무부에 침입한 해커들의 방식이 같았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지난해 소니 영화사 해킹 사건 때만 해도 미국 정부가 북한의 소행이라고 공개적으로 지목했는데요. 이번에 백악관 해커들의 국적을 확실히 밝히지 않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국익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라고 하네요. 하지만 지난해 북한의 경우에는 오히려 공개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진행자) 자, 그럼 미국 정부는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습니까?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했나요?

기자) 자세한 건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일단 오바마 대통령이 외부에 보내는 이메일 횟수가 줄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해킹될 위험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겠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같은 경우, 재임 시절에 이메일과 스마트폰 사용을 포기하기도 했는데요. 사실 백악관은 매일 엄청난 해킹 공격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러시아나 중국뿐만이 아니라, 수시로 많은 사람이 백악관 네트워크에 침입하려고 시도한다는 거죠. 하지만 대부분은 쉽게 물리칠 수 있는 공격이라고 합니다.

/// BRIDGE ///

진행자)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미국 뉴스 헤드라인 듣고 계신데요. 두 번째 소식 보겠습니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고요.

기자) 네, 2016 미국 대통령 선거가 아직 1년 반 이상 남아있지만, 엄청난 선거자금이 모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모두 슈퍼 팩(Super PAC) 덕분이라고 하는데요. 워싱턴포스트 신문의 보도 내용입니다. 공화당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같은 경우, 아직 공식적으로 대통령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슈퍼 팩을 통해서 이미 수천만 달러의 선거자금을 모았고요. 5월 말 경에는 모금액이 1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다른 후보들도 만만치 않은데요. 지난 13일에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채 2주도 안 돼서, 2천만 달러에 달하는 모금 약속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요. 제일 먼저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뛰어든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1주일 만에 3천1백만 달러를 모았습니다.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 역시, 비슷한 액수를 모금했는데요. 이렇게 이른 시기에 이렇게 많은 후보가, 이렇게 많은 선거 자금을 모은 건 처음이라고 합니다.

진행자) 슈퍼 팩이란 말이 또 등장했는데, 슈퍼 팩이 뭔지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갈까요?

기자) 네, 팩(PAC), 정치활동위원회가 있고, 슈퍼 팩(Super PAC), 슈퍼 정치활동위원회가 있는데요. 팩은 특정 후보나 후보 위원회에 직접 선거자금을 기부하는 대신에, 그 금액에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에 슈퍼 팩은 텔레비전 광고 등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후보를 돕는데요. 아무런 제한 없이 돈을 얼마든지 쓸 수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돈 많은 정치 후원가나 기업이나 단체는 이 슈퍼 팩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지지 후보에게 큰 힘을 실어줄 수 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일찍부터 막대한 선거 자금이 모이고 있는데, 내년 대통령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기자) 네, 아이오와 당원대회와 뉴햄프셔 예비 선거의 중요성이 덜 부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내년 11월에 열리는 본 선거에 나가려면, 먼저 각 당의 대통령 후보 지명을 받아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서 연초부터 몇 달 동안 치열한 경선이 벌어지게 됩니다. 아이오와 당원대회와 뉴햄프셔 예비 선거는 전통적으로 경선 초기에 열리기 때문에, 여기서 후보들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게 무척 중요했습니다. 그래야 선거 자금 모금이 원활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벌써 이렇게 많은 선거자금이 모이는 걸 볼 때,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꼭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할 부담이 덜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자들은 이런 현상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 이유가 뭔가요?

기자) 경선 과정이 지나치게 길어지면서, 같은 당 후보들끼리 소모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지난 2012년 공화당 후보 경선이 좋은 예라고 하는데요. 뉴트 깅리치 후보와 릭 샌토럼 후보, 미트 롬니 후보가 슈퍼 팩의 후원을 등에 입고, 지나치게 싸움을 오래 끌었다는 겁니다.

/// BRIDGE ///

진행자) 미국 뉴스 헤드라인, 마지막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 풍자 연설이 화제가 되고 있다는 소식 들어볼까요?

기자) 네, 지난 토요일, 워싱턴에서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이 열렸는데요. 이날 연설에 나선 오바마 대통령이 여러 정치인을 풍자하고 조롱하면서 참석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같은 민주당 소속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서부터 공화당 경선 후보들, 심지어 대통령 본인까지 도마에 올려놓았습니다.

진행자) 어떤 식으로 풍자했습니까?

기자) 예를 들어서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가리켜서요. “내게 친구가 한 명 있는데,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한 해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친구였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오와에서 승합차 안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클린턴 전 장관 가족의 재산과 관련해서 말이 많은데요. 그걸 꼬집은 것 같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엄청난 재산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클린턴 전 장관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나서, 어설픈 서민 흉내를 내고 있다고 비꼰 겁니다.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화살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크루즈 의원이 자기 자신을 갈릴레오에 빗댔지만, 크루즈 의원과 갈릴레오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오바마 대통령은 지적했는데요. 갈릴레오는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고 생각했지만, 크루즈 의원은 세상이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돈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또 공화당 후원가로 유명한 코크 형제를 거론하면서, 공화당 경선 후보들 가운데 과연 누가 코크 형제의 선택을 받을지 궁금하다면서 뼈있는 농담을 던졌습니다.

진행자) 아주 신랄하네요. 당사자들이 들으면,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요?

기자) 사실 미국 정치인들에게 이런 풍자나 조롱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또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도 매년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다들 미리 각오했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구나 오바마 대통령은 다른 정치인들을 풍자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내 장례식에 초청해 연설하게 한 걸 보니, 내가 늙긴 늙었나 보다”고 자조 섞인 목소리로 말했는데요. 미국과 이란이 핵 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공화당이 주도하는 의회가 네타냐후 총리를 상하원 합동 연설에 초청한 것을 빗대면서 스스로 조롱한 겁니다.

진행자) 이렇게 뼈있는 농담이라도 웃음꽃이 만발했던 백악관 합동기자단 연례 만찬, 마지막으로 어떤 행사인지 들어볼까요?

기자) 네, 백악관 출입기자단 협회가 주최하는 만찬인데요. 백악관 출입기자들의 노고를 위로하는 자리로 원래는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통령은 물론이고 미국 정부 고위 관리들, 여러 신문과 방송의 주요 인사, 또 유명 연예인까지 참석하는 큰 행사로 발전했는데요. 하지만 이 행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언론인들이 그들의 정보원이라고 할 수 있는 정부 관리들과 어울리면서 웃고 떠드는 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란 겁니다.

진행자) 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미국 뉴스 헤드라인’ 부지영 기자였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