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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이모어 전 조정관] "중국, 대북 접근법 전례 없는 변화...북 비핵화, 정권 교체 없이 어려워"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자료사진)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자료사진)

중국의 대북 인식과 접근법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게리 세이모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이 밝혔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지난 24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최근 북한 핵 능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건 전례 없는 일이라며, 이를 정부 차원의 신호로 읽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 정권의 붕괴나 교체 없이 비핵화를 달성하기 어렵게 됐다며 우선은 핵 동결과 억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 당시 대북협상팀의 일원이었던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비확산담당 선임 국장과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을 지낸 뒤 현재 하버드대 ‘벨퍼 국제관계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을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영문 기사 보기] 'Expert: China’s Nuclear Warning May Be Sign of Frustration With US'

기자) 최근 중국 전문가들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을 20 개로 추정하면서 내년까지 이를 두 배로 늘릴 수 있다고 전망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세이모어) 추가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그런 추정치의 정확성을 판단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달라진 태도는 정말 흥미롭습니다. 중국이 북한의 핵 계획에 대해 그런 식의 경고음을 울린 건 정말 새로운 변화입니다. 제가 (미 정부에서) 북한 문제를 다루던 시절 내내 중국은 북한의 핵 위협의 심각성을 경시했었습니다. 오히려 미국이 과장하고 있다고 주장했죠. 하지만 중국 전문가들의 이번 추정치는 당국의 승인 없이는 공개되기 힘든 내용입니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북한 핵무기 능력의 성장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는 건 이 문제에 대한 접근법이 달라졌다는 걸 보여줍니다. 북한과의 외교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오바마 정부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면서, 북 핵 계획 억제를 위한 대북 접촉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북한의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중국의 불안감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기자) 중국 전문가가 북 핵 역량을 경고한 걸 긍정적인 신호로 읽으시는 거군요.

세이모어) 그렇습니다. 중국이 진정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계획을 자국 안보에 대한 간접적 위협으로 인식하게 된 겁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미국이 한국, 일본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역내 군사력을 증강하며 사드 등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의 근거로 삼는다는 걸 중국이 이해하게 된 거죠. 따라서 저는 이번 보도에 북한이 뭔가 계획하고 있는 데 대한 중국 정부의 불안감이 담겨있다고 봅니다. 중국이 어떤 정보를 갖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김정은이 도발적 행동으로 중국 국익을 훼손할 수 있다는 불안감 말입니다.

기자) 중국이 북한의 핵 역량에 대해 미 당국 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까?

세이모어) 판단하기 정말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제 경험상 중국은 북한 핵과 미사일 계획에 대해 절대 미국과 정보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 나라 간 정보 교환 회의가 있을 때마다 말하는 쪽은 늘 미국이고 듣는 쪽은 중국이었습니다. 저는 중국이 정보를 건네주는 상황을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정보요원 활용 등을 통해 (미국보다) 더 유리한 위치에 있을 거라는 짐작은 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실제로 그런 정보를 갖고 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기자) 북한 정권의 교체 없이 북한의 비핵화가 실제로 가능할까요?

세이모어) 가능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김정은은 김정일, 김일성과 마찬가지입니다. 절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따라서 외교를 통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북한의 핵을 제한하고 관리하고 억누르면서 개발 속도를 늦추는 것입니다. 저는 북한의 비핵화가 단기 목표로 현실성이 없다고 봅니다.

기자) 결국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는 뜻입니까?

세이모어) 사실대로 말하자면 북한을 비핵화시키기 위해서는 정권의 붕괴나 매우 근본적인 정권교체가 필요합니다.

기자) 스티븐 보즈워스나 로버트 갈루치 등 전직 미 행정부 관리들과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현재의 교착상태가 북한에 핵 개발을 할 시간만 벌어주는 것이라면서 대화 재개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이런 입장은 어떻게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세이모어) 미국 정부는 북한의 핵무기를 제한하고 궁극적으로는 이를 폐기하려는 협상 시도를 이미 세 번이나 했습니다. 1994년 제네바합의,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 그리고 2012년 2.29 합의 말입니다. 이 모든 합의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물론 이런 실패가 또 한번의 시도마저 불가능하게 만드는 건 아닙니다. 다른 선택이 없는 미국 정부로서는 조만간 다시 한번 시도할 걸로 보고요. 하지만 저는 성공 여부에 대해 그리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대북 외교 전례는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과의 협상 재개에 대해 매우 회의적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또 국무부와 백악관 역시 회담 재개를 위해선 북한이 진정성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현재 입장에 만족하고 있고요. 북한은 그런 요구에 응하겠다는 신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기자) 그래도 미 행정부가 뭔가 또 시도할 것으로 예상하셨는데, 새로운 시도는 그럼 어떤 방향으로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시는지요?

세이모어) 어떤 종류의 핵 합의든 (핵 개발) 제한과 억제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20년 전 제네바합의마저도 즉각적인 비핵화가 아니라 동결로 시작되는 (비핵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런 절차의 첫 단계가 핵 물질 생산 동결,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입니다. 그리고 비핵화를 향한 추가 절차가 이어지고요. 그래서 어떤 합의든 협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동결과 억제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한 겁니다.

기자) 그런 논의를 하기 위해서라도 6자회담은 필요하겠군요.

진행자) 반드시 6자회담일 필요는 없습니다. 미국과 북한 간 양자 대화로도 가능한 일입니다. 아시다시피 6자회담에서는 진정한 외교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모든 합의는 미-북 간 협상에 기초를 뒀고 회담에 참가하는 나머지 국가들이 승인하는 식이었습니다. 6자회담의 모든 외교는 실제로 (미-북) 양자 외교였다는 겁니다. 따라서 회담에 5자가 참가하든, 6자가 참가하든, 20자가 참가하든 결국 미-북 협상에 모든 게 좌우됩니다.

기자) 매우 실리적인 접근이긴 한데요. 북한은 더 이상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일 뿐아니라 미국의 적대정책에 핵 타격으로 맞서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어떤 식으로 북한과의 외교 노력을 재개할 수 있을까요?

세이모어)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 재개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북한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에 차기 정부가 들어서길 기다리는 중이죠. 저는 북한이 앞으로도 미국과의 대화 재개에 여전히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 역시 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현재 미국이 요구하는 조건들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기자) 북한이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고 핵 보유국임을 헌법에까지 명시한 걸 고려할 때 향후 북 핵 협상의 목적이 비핵화가 아닌 핵 개발 속도 저지 수준으로 낮춰질 가능성은 없을까요?

세이모어)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포기할 형편이 안 됩니다. 따라서 언제나 그런 목표를 유지할 겁니다. 다만 단기 목표가 핵무기 제한과 억제라는 거죠. 북한 역시 비핵화 원칙에 동의할 준비는 돼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 충족될 수 없는 특정 조건들을 요구하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기자) 협상이 비핵화가 아니라 비확산에 초점을 맞춰가는 것으로도 들리는데요.

세이모어) 거듭 얘기하지만 비핵화의 첫 단계는 동결입니다. 그런 취지의 합의가 이뤄지면 (북한과) 경제적, 정치적 관계 개선의 문이 열리고요. 이런 과정이 정권의 충분한 변동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 때 비핵화를 향한 추가 단계를 밟는 겁니다. 하지만 단 시간 내 이뤄지는 과정은 아니고 수 년이 걸릴 겁니다.

기자) 역시 정권에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씀이군요. 최근 이란의 우라늄 농축 능력을 제한하는 대가로 제재를 완화하는 형식의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북한이 이런 절차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을까요?

세이모어) 북한과 이란 상황이 워낙 달라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전혀 없습니다. 이란은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또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와 심지어 국내의 정치적 압박에 대해서도 훨씬 취약합니다. 이 때문에 제재와 우라늄 농축 계획을 맞바꿀 준비가 이미 돼 있는 겁니다. 북한은 얼마나 정교하고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핵무기를 갖고 있습니다. 외부의 경제적 압박이나 내부의 정치적 압박에도 훨씬 덜 취약하고요. 따라서 두 나라 상황엔 어떤 연관성도 없습니다.

기자) 중국 당국자들과 북한의 붕괴 가능성에 대해 논의해 보신 적이 있습니까?

세이모어) 중국 관리들은 미 관리들과 그 문제를 논의하길 상당히 꺼립니다. 그래서 제가 정부를 떠난 뒤 그들과 관련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중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경제자유화와 일당독재를 혼합한 중국식 모델을 따르려고 하지 않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 당국자들은 북한의 잠재적 불안정성이 클 뿐아니라 붕괴 시 중국의 이익을 해칠 것이라는 사실을 불안해 합니다. 그런 이유로 김정일 시대 때 그랬던 것처럼 덩샤오핑 방식의 경제개발을 압박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과 러시아가 상당히 가깝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두 나라의 관계 강화를 우려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세이모어) 저는 그런 우려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불안감을 갖고 있을 겁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 개선을 늘 자국 이해에 반하는 움직임으로 간주해 왔으니까요. 북한은 사방으로 손을 내민 뒤 한 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으로 손을 뻗어왔습니다. 워싱턴과의 관계가 막히면 러시아로 향하는 식이죠. 북한은 중국과의 문이 닫히지 않는 걸 알고 있지만 중국이 김정은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과 러시아를 그 대안으로 삼고 있는 겁니다.

기자) 소니 영화사를 해킹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이신지요?

세이모어)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소니 해킹을 테러 행위로 규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더 크게는 사이버 공격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 것인지 의문이 남아있습니다. 저는 그런 종류의 활동이 테러 행위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보지 않습니다. 사이버 범죄나 사이버 파괴 행위로 부를 수는 있을 겁니다. 북한이 분명히 잘못된 행동을 한 건 맞지만 그걸 테러 행위로 부르지는 않겠습니다. 미국 정부는 테러의 범위를 혼용하지 않고, 원래 뜻 그대로 무기로 인명을 살상하는 행위만을 테러로 규정키로 결정한 듯 합니다. 소니 영화사 해킹은 일부 인사에게 망신을 주고 경제적 피해를 일으켰지만 살인이나 상해와 같은 인명피해를 가하진 않았으니까요.

기자) 미국이 북한의 인권 침해를 겨냥한 추가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세이모어) 미국은 이미 북한에 매우 무거운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국영기업이나 민간을 통해 북한과 계속 거래하는 한 미국이 추가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고 추가 대북 제재 역시 비효율적입니다. 중국이 김정은을 불편하게 여기고 몇 몇 조치를 취할지라도 북한에 큰 경제적 피해와 혼란을 불러와 불안정을 심화시킬 행동은 하지 않을 겁니다. 중국이 당분간 북한 정권을 존속시키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느낄 것이라는 얘깁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으로부터 북 핵 문제의 해법과 중국 정부의 달라진 대북 인식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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