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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디 총기규제법


미국 워싱턴의 국회 의사당 앞에서 총기 규제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료사진)

미국 워싱턴의 국회 의사당 앞에서 총기 규제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료사진)

미국 주요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오늘은 브래디 법을 알아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지난주에 미국 언론은 한 여성의 죽음을 크게 다뤘습니다. 새라 브래디란 여성이었죠?

기자) 네, 새라 브래디는 제임스 브래디 전 백악관 대변인의 아내였는데요. 지난 3일, 만 73살 나이에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진행자)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특별히 애도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브래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함께 노력했던 것은 큰 영예였다, 이렇게 말했거든요. 브래디 법 덕분에 총기가 위험한 사람들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했는데요. 브래디 법이라면 총기규제법을 얘기하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미국은 아시다시피 총기를 소지할 자유가 있는 나라입니다. 총기 소지는 헌법에 나와 있는 미국 시민의 권리 가운데 하나인데요.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요. 몇 년 전에 제가 서부를 여행한 일이 있었습니다. 차가 신호등에 걸려서 서 있었는데요. 옆에 오토바이, 북한에서 모터찌끌이라고 부르는 오토바이가 한 대 와서 섰습니다. 그런데 보니까 운전자가 허리에 권총을 차고 있더라고요.

진행자) 좀 무서웠겠습니다.

기자) 네, 그런 광경을 본 게 처음이라서 좀 놀랐습니다. 일반인이 그렇게 공공장소에서 총을 드러내놓고 있는 걸 그 때까지 본 적이 없었거든요. 콜로라도 주에서는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탈 때 총기를 휴대하는 게 합법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그렇게 총을 차고 다닐 수 있었던 건데요. 참 생소한 경험이었습니다.

진행자) 그 사람이 만약에 전과자라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어떡하나요? 걱정되는데요.

기자) 네, 총이 눈앞에 있는데, 물론 걱정되죠. 하지만 미국에는 문제가 있는 사람 손에 총이 들어가는 걸 막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습니다. 그게 바로 브래디 법인데요. 1994년 빌 클린턴 대통령 때 제정된 법입니다. 정식 이름은 브래디 권총폭력 방지법이죠. 원래는 권총에만 적용했지만, 지금은 소총까지 범위가 확대됐는데요. 신원조회를 거친 사람에게만 총기를 판매하도록 규정한 법입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신원조회에서 문제가 발견된 사람에게는 총기를 판매할 수 없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1년 이상 징역형에 처한 일이 있는 전과자, 사법망을 피해 다니는 도망자, 불법 마약 사용자, 정신질환자, 그리고 불법 이민자는 이 법에 따라서 총기를 구매할 수 없습니다. 또 군대에서 불명예 제대한 사람, 미국 시민권자였다가 시민권을 포기한 사람, 전 여자친구나 아이들을 괴롭혀서 가까이 가지 말라는 법원 명령을 받은 일이 있는 사람, 가정폭력 문제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일이 있는 사람 역시, 신원조회에서 그런 사실이 드러나면 총을 살 수 없습니다.

진행자) 이 신원조회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한데요. 시간이 오래 걸리나요?

기자)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만약 워싱턴 지역에 강도가 들끓어서 어떤 사람이 도저히 안 되겠다, 무서워서 권총이라도 하나 장만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하면요. 일단 총기를 취급하는 가게를 찾아가겠죠? 아마 많은 사람이 정식으로 면허가 있는 판매점을 찾아갈 겁니다. 가게 점원에게 총을 하나 사고 싶다고 말하면, 먼저 신원조회를 거치게 되는데요. 가게 점원이 그 사람의 이름과 기타 정보를 받아서, NICS (National Instant Criminal Background Check System)란 전과 기록 조회 시스템에 넣습니다. 신원 조회는 전화로 할 수도 있고 인터넷으로도 할 수 있는데요. 그러면 그 사람이 총을 살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몇 분 만에 결과가 나온다고 합니다. 이 조회 시스템이 미 연방수사국(FBI)이나 다른 연방 정부, 주 정부 전과자 기록에 연결돼 있어서, 금방 알 수 있다고 합니다.

//Sting//

진행자)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미국 뉴스 따라잡기 듣고 계십니다. 연방 총기규제법인 브래디 법 알아보고 있습니다. 브래디 법, 제임스 브래디 전 백악관 대변인의 이름을 딴 법인데요. 어떻게 브래디 법이란 이름이 붙게 됐나요?

기자) 네, 제임스 브래디는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당시에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사람입니다. 지난해 사망했는데요. 브래디 대변인은 레이건 전 대통령과 떼놓고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장양희 기자는 레이건 대통령 하면 뭐가 먼저 생각나세요?

진행자) 세금개혁, 소련과의 전략무기감축협정, 이런 게 생각나는데요.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대통령이죠.

기자) 네, 저는 레이건 대통령 하면 배우 출신 정치인, 뛰어난 유머 감각이 먼저 떠오르는데요. “여보, 미안해, 고개 숙이는 걸 깜박했어.” 이런 말을 했던 게 생각납니다.

진행자) 언제 그런 말을 했나요?

기자) 네, 재임 당시 총격을 당했을 때 걱정하는 아내에게 농담으로 한 말인데요. 1981년 3월, 그러니까 취임하고 두 달 정도밖에 안 됐을 때죠. 레이건 대통령이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행사에 참석하고 나오다가 총에 맞은 겁니다. 당시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존 힝클리란 청년이 레이건 대통령을 향해 총을 쏜 건데요. 레이건 대통령뿐만이 아니라, 경호원 한 명과 경찰관 한 명도 총격을 당했고요. 옆에 있던 제임스 브래디 대변인은 머리에 총을 맞는 중상을 입었는데요. 그 사건 때문에 신체 일부가 마비돼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됐고요. 또 평생 바퀴의자에 의지하게 됐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브래디 대변인이 실제 총격 사건의 피해자로서 총기규제 운동을 벌이게 됐나 보군요. 그래서 총기규제법에 브래디란 이름도 붙었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부인 새라 브래디가 적극적으로 나섰는데요. 남편이 탄 바퀴의자를 밀고 전국을 다니면서 총기 규제운동을 벌였습니다. 그러면서 ‘총기폭력 방지를 위한 브래디 운동 본부’란 비영리 단체도 만들었죠.

진행자) 브래디 법의 주요 내용이 총기 구입자의 전과 기록을 조사하게 한 거잖아요? 왜 거기에 중점을 뒀는지 궁금하네요.

기자) 네, 레이건 대통령을 암살하려 한 존 힝클리란 사람이 정신질환자로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존 힝클리는 조디 포스터란 여배우를 좋아해서, 그 여배우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는데요. 만약 신원조회를 통해서 존 힝클리의 정신병 문제를 미리 알 수 있었더라면, 그래서 총을 사지 못하게 막았다면, 그런 불행한 총격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란 얘기입니다. 그 동안 이 브래디 법 덕분에 신원조회에 걸려서 총기를 구입하지 못한 사람의 수가 2백40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말이죠. 브래디 대변인은 레이건 대통령, 그러니까 공화당 대통령 시절에 대변인을 지냈는데, 정작 브래디 법안은 민주당 소속인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 통과됐네요.

기자) 네, 총기규제에 대한 공화당과 민주당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미국 헌법은 개인이 총기를 소지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사실 미국 건국 초기에는 제대로 군대 조직도 갖추지 못했고요. 무기도 많이 부족했습니다. 처음에는 병사들이 각자 총을 갖고 나와서 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그래서 총기 소지의 자유를 보장할 필요가 있었던 겁니다. 그 뒤 서부 개척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원주민 인디언들의 습격을 받는 일이 많았는데, 미국인들이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가족을 보호하려면 무기가 필요했던 겁니다. 공화당은 브래디 대변인에게 일어난 사건은 불행한 일이지만, 총기 소지는 헌법에 나와 있는 신성한 권리니까 함부로 바꿀 수 없다는 주장이고요. 반면에 민주당은 시대에 뒤떨어진 조항이라면서, 총기를 규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게 해서 민주당의 클린턴 대통령 때 브래디 법이 나왔지만, 이 법에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2007년에 일어난 조승희 사건만 봐도 말이죠. 조승희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총을 살 수 있었거든요?

기자) 네, 당시 버지니아 공대에 재학 중이던 한인 학생 조승희가 교내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해서 32명이 목숨을 잃었고, 조승희도 자살했는데요. 조승희가 정신과 진료를 받은 일이 있고 경찰 조사를 받은 일도 있는데, 그런 기록이 연방 조회 시스템에 올라 있지 않았던 겁니다.

진행자) 네, 당시 큰 논란이 일면서 총기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죠.

기자) 맞습니다. 그리고 브래디 법의 또 한 가지 허점이라면요. 이 법이 연방 총기면허가 있는 곳에서 살 때만 적용된다는 겁니다. 총기 면허가 없는 민간 거래, 개인 대 개인의 거래에는 적용되지 않는데요. 현재 미국 총기 판매의 40%가 민간 거래라고 합니다. 그래서 브래디 운동본부 측에서는 아직 이 법이 불완전하다면서, 앞으로 법을 개정해서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브래디 총기규제법 알아봤습니다. 부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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