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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내 마약 사용 만연...단천 등 국경 도시 심각"

  • 최원기

태국 방콕 경찰이 불법 마약 밀매조직으로부터 압수한 메스탐페타민, 일명 필로폰을 공개했다. (자료사진)

태국 방콕 경찰이 불법 마약 밀매조직으로부터 압수한 메스탐페타민, 일명 필로폰을 공개했다. (자료사진)

북한에서 마약 사용이 만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내 탈북자들은 마약인 필로폰이 고위 당 간부를 비롯해 북한 주민들의 일상에 널리 퍼져있다고 말했는데요, 특히 마약으로 인해 ‘절단 난’ 도시까지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최근 의회에 제출한 ‘2015 국제 마약통제 전략보고서’에서 북한에서 마약의 일종인 필로폰 사용이 크게 늘었으며 중국에 대한 밀매도 활발하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내 탈북자들은 국무부가 보고서에서 지적한 대로 북한사회 전반에 마약이 만연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함경북도 청진에 살다가 지난 2003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최수경 씨입니다

[녹취: 최수경] “북-중 국경지대에는 이제 만연돼 있고, 사우나에서도 하고, 그리고 집에 손님이 오게 되면 우리가 커피나 차를 대접하듯이 마약을 대접하기도 합니다.”

북한의 마약 실태를 연구하는 한국 이화여자대학교의 김석향 교수는 필로폰이 1990년대말 함경남도 함흥에서 시작됐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석향]”고난의 행군이 끝나 갈 때까지는 아편이 많았구요, 97년 98년부터 빙두라는 것이 함흥 쪽에서 등장하는데, 처음에는 함흥에서 많이 나온 것 같습니다.”

필로폰 제조에 북한의 국가기관이 개입했는지 여부는 분명치 않습니다.

일본의 북한 문제 전문가로 현재 워싱턴의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 (NED)방문연구원인 마키노 요시히로 씨는 북한산 필로폰의 순도와 품질을 감안할 때 국가기관이 개입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마키노] "제가 일본 정부 당국자로부터 들은 얘기인데(북한산 필로폰은) 순도가 너무 높고, 똑같고 그래서 개인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국가가 주도적으로 한 것으로 일본 정부는 보고 있었습니다.”

‘빙두’또는 ‘얼음’으로 불리는 북한산 필로폰은 처음에는 주로 중국에 밀수출 됐습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필로폰은 북-중 국경을 넘어 중국에 들어갈 경우 가격이 10 배에서 많게는 100 배 정도 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지난 2003년 중국 당국의 단속 강화로 판로가 막히면서 필로폰이 북한 내부로 퍼지기 시작했다고 김석향 교수는 말합니다.

[녹취: 김석향] "2003년 단둥에서 공안국장이 마약 밀수에 연루돼 처형을 당하는데, 중국 쪽 판로가 막히면서, 북한의 마약업자들의 표현을 빌면 ‘소분’한다고 하는데, 작은 소자에 나눌 분자를 써서 1그램, 2그램 하는 식으로 팔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함흥에서 시작된 필로폰은 인근 도시들 뿐아니라 라진, 선봉, 혜산과 회령, 신의주 같은 국경도시는 물론 평양에도 번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함경남도 단천의 경우 마약 사용이 너무나 만연해 ‘도시가 절단 났다’는 말이 나돌 정도라고 김석향 교수는 말합니다.

[녹취: 김석향] "함흥 인근의 단천이라는 도시는 2007년경에는 마약하는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그 도시가 ‘절단 났다’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주목할 점은 필로폰이 돈과 힘을 가진 노동당 간부들에게 집중적으로 퍼졌다는 겁니다. 마약이 노동당 최고위층까지 퍼졌다는 것은 북한의 장성택 숙청 발표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조선중앙방송] "여러 여성들과 부당한 관계를 가졌으며 사상적으로 병들고 극도로 안일 해이된 데로부터 마약을 쓰고 외화를 탕진하며 도박장까지 찾아다녔다.”

이렇게 15년 이상 마약이 사회 곳곳에 퍼진 나머지 이제는 필로폰이 ‘돈’처럼 쓰이기도 한다고 김석향 교수는 말합니다.

[녹취: 김석향] "뭔가 부탁을 하거나 증명서를 뗄 경우 그냥 정찰가격처럼 마약 1 그램, 평양 들어가는 통행증을 얻는데 마약 1 그램, 2 그램 이런 식으로 거의 정찰가격처럼 정해졌다고 말합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사회에 필로폰이 만연하는 배경에는 ‘마약을 마약으로 보지 않는’ 주민들의 인식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의 마키노 요시히로 방문연구원입니다.

[녹취: 마키노]”북한에서는 약이 없으니까, 다치거나 몸이 안좋을 때 히로뽕을 일반적인 약대신 쓰는 습관이 있습니다.”

북한 당국도 마약 거래자를 사형에 처하겠다는 포고문을 붙이는 등 단속을 하고 있지만 별 효과는 없다고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에 살다가 2008년에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자 백화성 씨입니다.

[녹취: 백화성] "엄청나게 공포스런 포고문이 붙지만, 그냥 재수없게 걸리지 말고 조심하자는 것이 북한 사람들 의식이죠. 포고문이 별 효과가 없습니다.”

김석향 교수는 마약이 청소년들에게 퍼지는 것은 위험한 징조라며 북한 당국이 보다 체계적으로 단속에 나서고, 마약의 위험성을 홍보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석향] "성장기 아이들에게 마약의 폐해를 정확히 교육시키고, 여기에 접근을 시작하는 것부터 못하게 하는 노력이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필요한데, 이 문제에 아무도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 걱정스럽습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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