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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인 대학생 "평양 의료 시설 극도로 열악"


지난 2006년 북한 평양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병실을 관리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06년 북한 평양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병실을 관리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계 미국인 대학생이 북한의 의료시설을 직접 보고 느낀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 학생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의료장비와 전기 부족, 위생 상태 등이 극도로 열악한 현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김현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 동부 버지니아주립대학에서 의과대학 예과 과정을 밟고 있는 조사이아 차 씨는 지난 9월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일행 가운데는 재미한인의사협회 소속 의사 2 명과 보스턴대학과 하버드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한국계 미국인 학생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차 씨는 평양의 의료시설 두 곳을 방문해 북한의 의료체계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녹취: 조사이아 차 씨] “No, it was really bad. A lot of equipment doesn’t work…”

차 씨는 김일성종합대학 평양의학대학 병원의 시설이 굉장히 열악하고 원시적인 수준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우선 깨끗하지 않았고 작동되지 않는 의료기구들이 많았을 뿐 아니라 전기도 자주 나갔다는 겁니다.

특히 병원 내 화장실은 큰 충격이었습니다.

[녹취: 조사이아 차] “For example, I had to use bathroom. But they had no light in the bathroom ... ”

화장실은 재래식이었고, 전등도 켜지지 않았으며, 수돗물이나 비누도 없었다는 겁니다. 게다가 화장지도 없어 일을 본 뒤 욕조에 담겨 있는 물로 씻고 나와야 했다고 당시 경험을 말했습니다.

차 씨는 북한의 최고 의료시설 가운데 한 곳인 김일성종합대학 평양의학대학 병원이 그 정도로 열악할 줄은 상상 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사이아 차] “It was unfortunate. We had heard from medical students that there is great health care system …”

병원을 방문하기 전 김일성 의과대학 학생들에게 북한 의료체제가 굉장히 좋고 수술을 포함한 모든 진료가 무료라는 설명을 들어, 북한의 의료시설이 미국만큼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상을 보고 매우 안타까웠다는 설명입니다.

차 씨는 동행했던 미국계 한국인 의사들이 김일성종합대학 평양의학대학 병원에서 집도한 수술에 참관해 북한 의료시설과 진료 분위기 등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얻기도 했습니다.

[녹취: 조사이아 차 씨] “I heard that they operate on patients without anesthesia…”

차 씨는 북한에서 마취제가 부족해 마취제 없이 수술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실제로 그 모습을 목격했고,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 만큼 끔찍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수술 도중 전기가 나가 10분 정도 기다렸다 다시 수술을 재개해야 하기도 했습니다.

차 씨는 수술을 집도했던 북한 의사들로부터 김일성종합대학 학생들로부터는 듣지 못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녹취: 조사이아 차 씨] “The doctors said that at the general Pyongyang hospital that it is hard to get equipment…… ”

병원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고 의료기구를 구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초 평양의학대학 병원에서 안과 질환 수술을 집도하고 돌아온 한국계 미국인 줄리아 송 박사도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병원에 녹내장, 백내장 검사와 치료에 필요한 의료기기들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줄리아 송 박사] “They are trying to learn as much as they could; they’re just still limited by the technology and the machine……”

줄리아 송 박사는 북한의 의술도 뛰어나고 주민들이 다른 나라에 흔한 안과 질환을 앓고 있지만, 병원 설비 등이 미비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망막치료기구, 레이저, 전자현미경, 마취제 등이 부족하고, 그나마 갖고 있는 기기들도 오래됐다는 겁니다.

북한 대외보험총국 간부 출신으로 지난 2003년 탈북한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김광진 연구위원도 26일 ‘VOA’에 평양의학대학 병원 시설이 한국이나 미국과 비교해 굉장히 열악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광진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일단 설비가 아주 후졌죠. CT 같은 경우에는 아직도 아마 옛날 CT를 쓸 거에요. 미국이나 한국은 아주 좋은 설비를 쓰고 있잖아요. 설비 투자가 안 돼있죠. 약품도 선진 적인, 개발된 약품을 많이 못쓰고 있죠. ”

북한에서 15년 넘게 의료봉사 활동을 해 온 한국계 미국인 의사 박문재 씨도 26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지방 병원 의료시설은 상황이 훨씬 더 열악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문재 씨, 미국 심장내과 전문의] “약 같은 거 많이 모자라고, 인민병원 같은 경우 의료기구가 많이 낡았어요. 의료 기구는 계속 업데이트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실제로 세계보건기구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보건의료비 지출이 1인당 1달러에도 미치지 못해 전세계에서 보건의료 지출이 가장 적은 나라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북한에서 의약품이 턱없이 부족해 외과수술을 마취 없이 하기도 하고, 주사기와 병상 등이 위생적으로 관리되지 않는 등 보건의료 상황이 심각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조사이아 차 씨는 북한 의대생들이 외부의 현실을 알지 못하고 북한 의료체제가 굉장히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사이아 차 씨] “I do think they didn’t know about, for example South Korean medical system or US or UK...”

북한 학생들은 북한 의료체계가 전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것으로 믿고 있는데, 이는 한국이나 미국의 의료 체제가 어떤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는 지적입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6살 때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에서 10년을 보낸 조사이아 차 씨는 조부모가 북한 출신이어서 북한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사이아 차 씨] “I’m an undergraduate student, I’m hoping to go to medical school..."

차 씨는 의과대학에 진학한 뒤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북한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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