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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장마당 세대' 부상…'코리언드림' 꿈꾸기도

  • 최원기

지난해 8월 평양 젊은이들이 북한을 방문한 미국 프로레슬링 선수들의 시범 경기를 보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해 8월 평양 젊은이들이 북한을 방문한 미국 프로레슬링 선수들의 시범 경기를 보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에서 이른바 ‘장마당 세대’가 뚜렷한 사회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현재 20대와 30대인 장마당 세대는 김정은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 약하고 일부는 한국을 동경하고 있다고 합니다. 외부에서는 장마당 세대가 북한의 변화를 가져오는 동력이 될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에 새로운 가치관을 지닌 ‘장마당 세대’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1980-90년대에 태어나 청소년 시절 이른바 ‘고난의 행군’을 겪은 이들 장마당 세대는 자신들이 부모 세대와 가장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라고 말합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에 살다가 지난 2008년 한국에 입국한 30대 탈북자 백화성 씨입니다.

[녹취: 백화성]“80년대부터 경제난에 허덕였는데, 거기에 민첩한 10대-20대가 바로 저희들이었고, 국가나 수령에 대한 불만도 저희들부터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양강도 혜산에서 1993년에 태어난 탈북자 박연미 씨는 김정일에 대해 충성심이 아니라 ‘공포심’을 갖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박연미]”저희 세대에는 공포만 남아 있었습니다. 정권에 대한 충성심은 없고, 김일성 정권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면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했습니다. 부모님 세대가 사상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장마당 세대의 또 다른 특징은 한국과 미국, 중국 등 외부 세계의 문화와 정보에 익숙하다는 겁니다. 다시 탈북자 백화성 씨입니다.

[녹취: 백화성] "남한에서 들어온 트로트 가요라든지, 또 라디오를 수리하면서 KBS도 듣고, 미국의 소리 방송도 가끔 듣고 그러면서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게 됐죠.”

지난 2010년에 한국에 입국한 올해 29살의 탈북자 이연서 씨는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를 많이 접한 장마당 세대 사이에는 남한을 동경하는 풍조도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이연서] "요즘 젊은세대는 아메리칸 드림처럼 코리언 드림이 있다고 해요, 그래서 한국, 남한에 가 있는 친척들이 왜 나에게 연락을 안할까, 빨리 연락을 해서 나도 남한에 가면 좋겠다는, 한국에 가는 것이 꿈인 거죠.”

이들은 또 어렸을 때부터 장마당을 기반으로 생활해왔기 때문에 자본주의에 익숙하다고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다시 탈북자 박연미 씨입니다.

[녹취: 박연미]“한국에 와서 당황했던 것이, `북한에서 사회주의 생활양식으로 살아온 사람이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는 게 힘들죠?' 라고 말하며 자본주의를 부각해서 말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도 사실상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쌀 한 톨도 공짜로 국가에서 받아본 것도 없고, 부모님이 장사를 하시며 돈을 벌어서 시장의 원리로 살아왔습니다.”

장마당 세대는 북한에서 컴퓨터와 손전화기 같은 디지털 기기를 자주 사용하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북한은 2012년을 전후로 손전화기를 본격 보급했는데, 당시 돈이 있던 장마당 상인과 젊은층이 주로 손전화기를 구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장마당 세대는 이밖에 개인주의적 경향이 강한데다 군 복무를 기피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거 북한 군에 복무하다 2009년 한국으로 망명한 50대 탈북자 권효진 씨입니다.

[녹취: 권효진]”탈영병도 많고, 군 복무 자체가 자기 인생에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해요, 그 10년 동안 내가 장사를 하면 얼마를 벌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기 인생을 소모한다고 생각하죠.”

현재 북한사회의 ‘허리’를 구성하는 장마당 세대와 김정은 정권과의 관계는 아직 특별히 드러난 것이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탈북자 권효진 씨는 젊은층 일부에서는 자기와 같은 또래인 김정은이 하루 아침에 최고 지도자가 된 데 심리적 반발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효진] "김정은과 같은 나이의 군인이 한 명 한국에 왔습니다. 얘기를 해보니, 자기가 생각을 해보니까, 김정은과 자기가 나이가 같은데, 아버지 세대처럼 자기가 김정은에게 30, 40년 충성을 하자니까, 눈앞이 깜깜해지더라고, 그래서 탈북했다고 하더군요.”

외부 세계에서는 700만 명에 달하는 북한의 장마당 세대가 장차 북한의 변화를 이끌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탈북자 백화성 씨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녹취: 백화성] "새로운 세대가 북한의 대안세력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북한도 나름대로 젊은세대의 울분을 폭력이든, 당근이든 잠재우고 있기 때문에…”

반면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여건과 상황에 따라 장마당 세대가 장차 북한 변화의 주역으로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아직은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지만 언젠가 사람들이 의식수준이 높아지고 자유주의가 팽배해지고 체제 전환, 그리고 개혁개방 욕구가 행동을 분출되면 장마당이 북한사회를 변혁시키는 추동세력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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