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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법률안 거부권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자료사진)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자료사진)

주요 미국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오늘은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현숙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뉴스를 듣다 보면 대통령 거부권이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대통령 거부권이 뭔가요?

기자) 미국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영어로 Veto라고 하는데요. 미국 대통령이 가진 권한 중 하나로 의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거부를 하는 권한입니다. 거부권은 미 연방을 이루는 각 주의 주지사들에게도 있는 권한인데요. 오늘은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자) 청취자분들 중에는 미국 대통령이라면 절대 권력을 갖고 있을 텐데 왜 굳이 거부권이라는 게 필요하냐는 생각을 하는 분도 있을 것 같거든요?

기자) 아마 그러실 겁니다. 하지만 미국은 대통령이 통치는 하지만 대통령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건 아닙니다. 미국엔 상원과 하원으로 구성된 의회가 있는데요. 특히 법을 만드는 입법과정에서 대통령과 의회의 협력은 매우 중요하죠. 대통령은 의회에 교서를 보내서 어떤 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밝힐 수도 있고요. 의회 지도부와 협의해서 원하는 법을 통과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본인이 원하지 않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을 때도 있겠죠? 바로 이때 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겁니다.

진행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그럼 절대 의회를 통과할 수 없는 건가요?

기자) 그건 아닙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의회는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서 이를 기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통령이 거부한 법안이 의회에서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어 통과된 경우는 4%에 불과하다고 하네요. 그만큼 대통령이 거부한 법안을 의회가 강행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대통령의 권한 중에 거부권도 있지만, ‘항목별 거부권’이라는 것도 있지 않나요?

기자) 네, 맞습니다. 영어로 Line-Item Veto 라고 하는데요. 의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일괄적으로 찬성, 반대만 표시하던 종전의 거부권과는 달리 법안의 특정 항목만을 골라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제도입니다. 거부권은 미국의 초대 대통령부터 있었지만, 항목별 거부권은 지난 1996년에 제정됐습니다.

진행자) 거부권이 있는데 항목별 거부권을 별도로 또 제정한 이유가 있을 텐데요?

기자) 물론입니다. 항목별 거부권은 예산 관련 법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데요. 불필요한 재정 지출이나 징세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의회가 올리는 예산안에는 꼭 필요한 지출도 있지만, 전체 예산안에 끼워넣기 식으로 삽입되는 낭비 항목도 있을 수 있는데요. 대통령이 바로 이런 낭비를 견제할 수 있도록 해서 균형 있는 예산을 세우고자 하는 거죠.

진행자) 항목별 거부권이 지난 1996년에 제정됐다고 하셨는데 항목별 거부권에 대한 논의는 사실 오랫동안 진행돼 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항목별 거부권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지난 1876년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이었습니다. 하지만 의회는 1백여년이 지나서야 이를 허용하는데요. 지난 1996년,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 당시 항목별 거부권을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력을 부여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일부 상, 하원이 소송을 하는 등 논란이 있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예산안의 일부 항목만 골라 거부권을 행사한 첫 번째 대통령이 된 거네요?

기자) 맞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7년, 미 의회를 통과한 균형예산안의 3개 항목에 대해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을 행사했는데요. 당시 클린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항목 이외의 나머지 예산안만 법률로 확정됐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총 82개의 항목별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합니다.

진행자) 이런 항목별 거부권을 포함한 법률안 거부권은 대통령만의 고유 권한이라고 했는데 역대 대통령들이 거부권을 얼마나 활용을 했는지 궁금하네요?
진행자) 네, 미국 역사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는 2천5백 차례가 넘습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이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은 제32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으로 13년 재임 기간 동안 6백 35개의 법안을 거부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전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대통령도 있는데요. 제 2대 존 애담스 대통령과 제 3대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을 포함해 7명은 한 번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바락 오바마 현 대통령은 어떻습니까?

기자)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현재까지 총 3번 행사했는데요. 가장 최근의 거부권 행사는 바로 지난 달이었습니다. 키스톤XL 법안이 상, 하원을 각각 통과해 넘어오자 거부권을 행사했었는데요. 키스톤XL 법안은 원유 생산지인 캐나다 앨버타 주와 정유 시설이 있는 미국 텍사스 주의 멕시코만을 잇는, 하루 83만 배럴 규모의 원유 수송 송유관을 건설하는 프로젝트가 주요 골자입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오바마 대통령이 또 한 번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법안이 있습니다. 바로 2016년 예산안이데요. 최근 미국 하원이 앞으로 10년간 5조5천억 달러의 지출을 줄이는 내용의 정부 예산안을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즉각적으로 거부반응을 보였는데요. 오바마 대통령이 4번째 거부권을 행사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예산안이 처리되는 과정이 여간 복잡한 게 아니더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선 미국 연방 정부와 의회는 매해 2월, 그 해 10월 1일 시작되는 새 회계연도 예산안을 제출하는데요. 그러니까 2016년의 예산안을 지난달에 제출한 겁니다. 의회는 입법과정을 거쳐서 9월 말까지 예산안을 확정해야 하는데요. 예산안을 제일 먼저 제안하는 사람이 바로 대통령입니다. 대통령이 먼저 의회에 나라 살림을 하는데 얼마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예산안을 제안하고요. 그러면 하원과 상원이 대통령이 제안한 예산안을 꼼꼼히 검토한 후 상원 예산위원회와 하원 예산위원회가 각각 예산 결의안을 제출합니다.

진행자) 2016년 예산안의 경우, 하원의 예산안은 나온 상태이고요. 상원은 오는 18일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상하 양원의 예산안은 예산과 지출 그리고 세금을 모두 아우르는데요. 하지만 정부에 얼마 정도의 돈이 필요한지에 관한 것이지 세부적으로 각 기관에 얼마가 배정될지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하원과 상원이 각각 이 예산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나면, 상하 양원이 함께 합의안을 마련하고 이후 이 법안에 대해 각각 투표를 또 하게 되는 겁니다.

진행자) 이후에 세출 위원회와 소위원회들이 구체적으로 어느 기관에 돈이 얼마가 들어갈지 배정을 하게 되는군요.

기자) 맞습니다. 그러고 나면 하원과 상원은 12개 소위원회가 발의한 세출안을 각각 통과시키고요. 또 다시 상하 양원의 협의 과정을 거치게 되죠. 이렇게 해서 합의안이 나오면 상원과 하원이 다시 또 투표하게 되는데 이때는 동일한 법에 대해 투표를 하는 겁니다.

진행자)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지나고 나서야 대통령 책상 위에 법안이 올라가게 되는 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대통령이 12개의 세출안과 예산안에 다 서명하면 비로소 법적으로 효력이 있게 되는데요. 하지만 대통령이 이때 바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겠죠? 그러면 다시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의회로 돌아가 재조정을 하게 되는 겁니다. 이 모든 절차가 2월부터 10월 1일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기 전까지 마무리해야 하는데요. 수개월 동안 그야말로 대통령과 의회 간 밀고 당기는 싸움이 진행된다고 하겠습니다.

진행자) 네, 김현숙 기자, 잘 들었습니다. 미국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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