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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황금벌' 새 국영상점 등장..."위장된 개방" 해석도


북한 평양 중구역 창전거리에 새로 문을 연 ‘황금벌상점'을 찾은 손님들이 지난달 12일 물건을 사고 있다.
북한 평양 중구역 창전거리에 새로 문을 연 ‘황금벌상점'을 찾은 손님들이 지난달 12일 물건을 사고 있다.

북한에 새로운 형태의 국영상점이 등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장마당에 이어 시장 기능이 점차 확대되는 것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평양에 새로운 형태의 국영상점인 ‘황금벌상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미국의 `APTN' 방송은 평양 중구역 창전거리에 있는 황금벌상점의 경우 아침 6시에 문을 열자마자 사람들이 찾는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APTN] “발소리, 뭘 드릴까요, 전화, 전화 왔어…”

일본의 친북단체인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문을 연 황금벌상점은 현재 평양의 중구역과 보통강 구역 등 3 곳에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 평양 중구역 창전거리에 새로 문을 연 ‘황금벌상점' 종업원이 지난달 12일 가게 문을 열고 있다.
북한 평양 중구역 창전거리에 새로 문을 연 ‘황금벌상점' 종업원이 지난달 12일 가게 문을 열고 있다.

황금벌상점은 다른 국영상점과 두 가지 면에서 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선 가격이 다른 상점에 비해 저렴합니다. 이 상점을 운영하는 국영 황금벌무역회사는 현지에서 제품을 대량 수매하는 것은 물론 외국에서 물건을 관세특혜를 통해 들여와 싼 가격에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황금벌무역회사 량승진 사장이 'APTN'과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입니다.

[녹취: APTN 량승진] "사람들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상품을 팔아주면서 다른 상점보다 봉사시간을 연장하고 가격을 합리적으로 정해주고 품질을 담보하면 인민들이 좋아할 것으로 보고 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황금벌상점의 또 다른 특징은 영업시간입니다. 다른 국영상점과 달리 황금벌상점은 오전 6시부터 밤 12시까지 문을 열고 있습니다.

강성산 전 북한 총리의 사위로 지난 1994년 한국으로 망명한 강명도 경민대학 교수는 이를 ‘북한식 편의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명도]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편의점 같은 것을 만들어, 1불 2불 같은 작은 돈을 쓸 수 있게 만들어 놔서, 외화를 끌어들이기 위해 황금벌상점을 만든 겁니다."

북한 당국은 황금벌상점을 ‘사회주의 기업책임제’의 성공사례로 꼽고 있습니다. 앞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해 5월 경제와 관련된 ‘5.30 담화’를 발표했는데 황금벌상점도 이에 따른 것이란 얘기입니다.

'APTN'이 보도한 북한 사회과학원 리기성 교수의 말입니다.

[녹취: APTN 리기성] “특히 지난해 5월30일 이런 우리식 경제관리 방법을 더 잘할 데 대한 국가적인, 당적인 조치가 더 강조됐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들은 황금벌상점의 성격에 대해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 국민대학교의 정창현교수는 북한 당국이 시장 기능을 제한하기 위해 상점을 만든 것 같다고 말합니다.

[녹취:정창현] ”백화점과 시장과 국영상점 외에 새로운 할인마트 같은 형태의 제3의 유통망을 만들어 가격을 싸게 품질을 높게 공급해 시장 활동이 축소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반면 미 남부 조지아주립대학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그레이스 오 교수는 황금벌상점이 북한의 시장화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그레이스 오]”It is interpreted as continuation of marketization of North Korean Economy...”

시장화란 배급과 국영상점 위주였던 북한에 장마당과 암시장, 주택 거래 등 비공식 시장경제 요인이 등장하는 것을 말합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의 시장화는 1990년대 후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절 시작됐습니다. 북한 당국이 더 이상 배급을 주지 못하고 국영상점들이 문을 닫자 장마당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것입니다.

그러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2년에 공장과 기업소에 자율권을 주고 협동농장에 분조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7.1 경제관리 개선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 전역에는 400 개 가까운 종합시장이 생겨났습니다. 또 소규모 자본을 축적한 ‘돈주’들이 당 간부들과 결탁해 중국과의 무역은 물론 사채업, 유통, 부동산 거래, 교통운수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시장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자 북한 당국은 2009년 11월에 칼을 빼들었습니다. 당시 북한 수뇌부는 화폐개혁을 통해 장마당을 폐쇄하는 등 7.1 조치를 스스로 뒤집었습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입니다.

[녹취: 강인덕] ”박남기 재정부장이 화폐개혁을 하면서 완전히 시장을 망쳤죠. 정치가 시장에 개입해 이렇게 됐는데, 이건 구체적인 경제개혁 프로그램이 없다는 소리죠.”

이런 이유로 그레이스 오 교수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시한 5.30 조치가 일종의 ‘위장된 개방’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그레이스 오]” Absolutely disguised opening the reason why they cannot change their ideology socialism one day…”

오 교수는 북한 당국이 황금벌상점을 통해 ‘사회주의 기업책임제’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시장 기능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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