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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북한 5년내 핵무기 100기 보유' 전망에 동의 안 해"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 (자료사진)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 (자료사진)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무차장은 북한이 5년 뒤 핵무기를 최대 1백개까지 가질 것이라는 최근 전망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앞서 조엘 위트 미 존스홉킨스대 초빙연구원은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최악의 북 핵 개발 시나리오를 공개했는데요.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일정 규모의 핵 물질을 축적하는 것과 핵무기를 실제로 제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5년 내 핵무기 1백기 보유’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진단했습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1,2차 북 핵 위기 당시 영변 핵 시설 사찰을 주도했고, 20여 차례 방북했던 북 핵 전문가입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을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영어 기사 보기] 'Expert Doubts Estimate on N. Korean Nuclear Stockpile'

기자) 북한이 2020년까지 최대 1백개에 달하는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는 최근 분석에 동의하십니까?

하이노넨) “You know, there is a difference of having nuclear material for weapon and…”

향후 6년 동안 핵무기를 1백나 만들 수 있다는 건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해도 정상적인 전망이 아닙니다. 핵 물질을 축적한다는 것과 실제로 핵무기를 보유한다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핵 무기 제조는 매우 복잡한 과정이거든요. 소요 시간은 물론이고 전자 공학적 측면, 하부구조, 각종 부품, 기폭장치와 같이 제한 사항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니까요. 조엘 위트가 참여한 이번 프로젝트는 최악의 상황에서 북한이 핵무기 보유량을 중간 단계보다 2배로 늘릴 수 있는 핵 물질을 보유하게 된다, 이렇게 이해해야 할 겁니다. 그게 아니라 5년 뒤 핵무기 1백개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라면 전 정말 놀랄 겁니다. 미국 조차도 그렇게 하지 못했으니까요.

기자) 하지만 해당 보고서에는 단순히 핵 물질 축적이 아니라 1백개의 핵무기 보유가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는데요.

하이노넨) “I have commented it and my comment was there were many other parameters when you manufacture actually the nuclear weapon…”

보고서 작성시 조엘 위트에게 이미 제 의견을 밝혔습니다. 실제로 핵무기를 제조하려면 많은 다른 변수들이 있고, 그걸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조 과정에 필요한 전자공학, 기폭장치는 물론이고 소요시간까지도 말이죠. 특정 기간을 제시하기에는, 우리가 알기 어려운 변수들이 너무나 많다는 얘깁니다. 최악의 상황이라 해도 5년 뒤 핵무기 1백개를 보유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일이고 모든 제약을 고려할 때 기술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기자) 보고서가 제시한 저성장 시나리오와 중간성장 시나리오, 2020년까지 북한 핵무기가 각각 20개와 50개로 늘어난다는 예측인데요. 이 정도는 그럼 가능합니까?

하이노넨) “That’s three or four for a year-that’s reasonable, you know in terms of making and manufacturing and having all this infrastructure.”

1년에 3~4개 핵무기를 제조해 5년 뒤 20개를 보유할 수 있다는 예측은 수긍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20년까지 50개 역시 너무 많습니다. 매년 10개씩 만들 수 있다는 건데, 북한의 현재 플루토늄과 농축우라늄 생산 역량은 거기 미치지 못합니다. 플루토늄을 그만큼 생산하려면 재처리 과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재처리 시설을 변경해야 합니다. 현재는 1년에 핵무기 1개 내지는 2개를 제조할 수 있는 수준이거든요. 가령 핵무기 생산을 1년에 5개로 늘리려 해도 재처리 시설을 확장해야 하는데 그런 조짐은 안 보입니다. 물론 북한이 알려지지 않은 장소에서 그런 작업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여기엔 원자로도 하나 더 필요합니다.

기자) 핵무기 50개를 갖고 있다는 것과 1백개를 갖고 있다는 게 전력상 정말 차이가 있는 건가요?

하이노넨) “Actually I don’t think it’s very much. Look, South Korea had half a dozen nuclear weapons…”

사실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한 때 6개 핵무기를 갖고 있었고 오랫동안 그 숫자에 만족했습니다. 핵무기는 기본적으로 억지 전력이기 때문에 자국 영토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면 그 정도 수준으로 충분합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1백개나 가질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 보유량이 그 정도 수준인 건 두 나라 간 핵 경쟁 때문이었고요. 따라서 북한이 핵무기 50개를 갖든 1백개를 갖든 전력이나 협상력에 있어서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북한의 1,2차 핵실험이 국제사회의 큰 우려를 불러 일으켜 즉각 협상으로 이어졌지만, 3차 핵실험은 그 정도 반향을 불러오지 못한 건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그 만큼의 핵 물질과 기술을 갖추게 된다면 그건 확산 위험을 높이는 만큼, 그런 측면에서 협상력을 간접적으로 높인다고 말할 수는 있을 겁니다.

기자) 확산 위험을 말씀하셨는데, 북한이 일부 중동 국가에 핵 기술 등을 수출하고 있다는 의혹은 여전히 증명이 힘든 건지요?

하이노넨) “There is a lot of talks but you know you only find a kind of circumstantial evidence, no hard evidence…”

거기에 대해 많은 말들이 나오지만, 구체적 증거는 없고 정황적 증거만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현재로선 구체적 증거를 찾기 어렵습니다. 북한이나 이란 등은 이 문제를 국가안보 사안으로 간주하는 만큼 기밀을 철저히 유지할 겁니다. 양국 인사들의 상호 방문을 목격한다 해도, 내부 정보를 확보하지 않는 한 핵 협력 증거를 찾거나 증명하기 매우 힘듭니다. 북한에서 그런 정보를 얻는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고, 이란에서도 놀랄 일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습니다.

기자) 북한이 새로운 핵실험을 하지 않더라도 핵 보유량을 계속 늘릴 수 있다는 우려는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하이노넨) “They have done two, three tests now at least. So tests serve two purposes…”

가능한 일입니다. 북한은 적어도 두세 차례 핵실험을 이미 실시했습니다. 핵 무기 역량을 시험해 보고 각 시스템을 점검해 보는 게 핵실험의 목적입니다. 남아공은 핵 실험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들이 보유했던 핵 무기는 비교적 조악하고 단순한 형태였습니다만, 작동할 것이라고 확신한 거죠.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은 실험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사흘 뒤 나가사키에 떨어졌던 핵무기는 단 한 차례 실험했을 뿐입니다. 다시 말해 핵실험 자체는 여러 번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핵무기를 소형화하고 정교하게 만들 때에만 몇 차례 더 하는 겁니다.

기자) 그런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핵실험 횟수라는 게 있나요?

하이노넨) “No, this is very hard to say because you know their starting points…”

아니오, 그건 말하기 굉장히 힘듭니다.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합니다. 우선 각국마다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핵실험 이전에 다른 경로를 통해 관련 정보를 얻어 어느 정도 역량을 이미 확보할 수 있는 겁니다. 둘째, 1950년대와 60년대만 해도 핵 역량을 스스로 고안해내야 했지만 지금은 기술 발달로 굳이 핵실험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특히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과거엔 할 수 없었던 많은 작업을 할 수 있게 돼 이 분야에선 새 국면이 열렸습니다. 끝으로 핵실험 주체가 어느 수준의 규모와 위력에 만족할 것인가도 변수입니다. 가령 폭발 과정에서 100% 성공하는 게 목표인지, 아니면 80% 정도에서 타협할 것인지 지도부의 지침과 과학자들의 판단이 고려돼야 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핵 역량을 핵실험 횟수로만 판가름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기자) 북한이 2010년 5월 비밀리에 핵실험을 했다는 주장이 몇 번 나왔었는데요. 그럼 이렇게 핵실험을 한 차례 더 했다 해도 어떤 역량을 보강했을지는 추측하기 어렵겠군요.

하이노넨) “We don’t know whether they tested or not…”

우선 북한이 당시 실제로 핵실험을 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핵폭발 외에도 개별적으로 실험을 거쳐야 하는 부분이 많은데요. 전자, 고폭 타이밍 등의 실험은 외부에서 감지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북한이 이런 실험을 얼마나 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거듭 말하자면 당사국이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아 일부 실험을 외부에서 진행했는지, 아니면 모든 과정을 스스로 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외국의 도움을 받았다면 많은 실험 과정을 생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실제로 2010년에 비밀 핵실험을 진행했다 해도 정확히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실험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를 통해 핵 역량 현황을 추정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워싱턴 일각에서 제기된 북 핵 시나리오에 대해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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