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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토론 '북한의 핵실험 조건부 유예 제안 의도는?'


미-한 연합 군사 훈련인 '을지프리덤 가디언' 연습이 지난해 8월 서울에 실시되었다. (자료사진)

미-한 연합 군사 훈련인 '을지프리덤 가디언' 연습이 지난해 8월 서울에 실시되었다. (자료사진)

북한은 지난달 미국에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임시중단할 경우 핵실험도 임시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어제 (11일) 워싱턴에서는 미국 정부가 이 제안을 받아들였어야 했는지 여부를 놓고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이 열렸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은 미-한 군사훈련과 핵실험을 맞교환하자는 북한의 지난 1월 제안을 즉각 거절했습니다. 투명하게 실시되는 연례 방어훈련을 유엔이 불법으로 규정한 핵실험과 부적절하게 연결한 ‘암묵적 위협’이라고 일축한 겁니다.

11일 미 의회 의사당 방문자센터에서 이 문제를 놓고 양자 토론을 벌인 워싱턴의 두 북한 전문가는 완전히 엇갈린 분석을 내놨습니다.

미 중앙정보국 (CIA)과 국무부 등에서 북한 업무를 담당했던 로버트 칼린 스탠포드대학 연구원은 뭔가 주고받기를 원하는 북한 방식의 접근법을 미국이 오판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칼린 연구원]

북한의 이번 제안을 ‘암묵적 위협’이 아니라 교착 상태에 빠진 협상에 시동을 걸려는 첫 수로 읽었어야 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한 군사훈련 중단 요구가 받아들여질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고, 대신 미국의 행동에 따라 자신들도 상응하는 핵 관련 조치를 내놓겠다는 교환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을 30 번 넘게 방문했고 미-북 회담에 직접 참가했던 칼린 연구원은 과거 경험에 비쳐볼 때 북한의 제안은 대화의 접점을 찾으려는 출발점, 다시 말해 게임의 시작이지 끝이 아니라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핵실험 임시중단 카드를 꺼낸 건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핵 문제를 테이블에 다시 올려놓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토론 상대로 나선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제안을 대화에 시동을 거는 엔진으로 봐야 한다는 칼린 연구원의 분석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

미국이 단번에 거절할 수밖에 없는 요구는 대화의 촉매제로 볼 수 없으며, 북한이 공개적 혹은 물밑채널을 통해 보다 이성적인 제안을 했다면 훨씬 효과적이었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이 임시중단을 요구한 미-한 연합군사훈련은 애당초 북한의 군사 행동과 공세적 훈련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게다가 북한 군의 훈련 중단 약속이 없는 일방적 요구는 공평하지 않고, 복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어차피 금지된 핵실험을 안 하는 대가로 보상을 얻으려는 시도 또한 정당하거나 적법한 제안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번 제안의 배경으로 내세운 한반도 긴장을 진정 원한다면 오바마 대통령을 원숭이에 빗대는 등 미국과 한국 국가원수를 향한 습관적인 모욕을 중단하는 것이 더욱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더 나아가 북한이 연중 내내 대규모로 실시하는 군사훈련을 축소하거나 중단하고, 핵 공격 위협을 자제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명시한 여러 선언과 국제의무를 이행하겠다고 하는 것도 그 방법이라고 제의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따라서 북한이 미-한 군사훈련과 핵실험을 연계한 제안 대신 인공위성 발사 금지를 추가한 2.29 합의 복귀, 인민군 훈련 축소 또는 중단, 신뢰 조성과 안보 구축을 위한 대화 등을 내걸었으면 더욱 타당한 제안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칼린 연구원은 북한의 구체적인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도 이번 제안을 탐색의 기회로 활용했어야 했다며, 미국의 잘못된 결정으로 북한의 핵 능력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칼린 연구원]

칼린 연구원은 2009년 1월 오바마 행정부 출범 당시만 해도 6개가량이었던 북한의 핵무기 보유 수준이 현재는 12~25 개에 달한다고 추정했습니다. 또 이런 상황은 더욱 악화돼 2년 뒤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무렵엔 20~48 개까지 늘어날 수 있고, 새 대통령 취임 1년 뒤쯤엔 북한 핵무기를 25~60 개 범위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현재 3~6 주 만에 핵무기 1개를 제조할 수 있는 핵물질을 생산하고 있어 북한과의 대화 단절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 차기 행정부는 해결하기 훨씬 어려워진 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칼린 연구원은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한국이 원칙만 강조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당장 가능하지 않다는 현실을 받아들여 신속히 대화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클링너 연구원은 미-북 간 대화 단절이 북 핵 능력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칼린 연구원의 논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녹취: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

북한은 1960년대부터 핵 개발을 시작해 1980년대에 이미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추진한 정황이 있으며 이후 제네바 합의, 국제원자력기구 (IAEA)와의 핵안전조치협정 등 숱한 비핵화 협상과 합의를 거치는 와중에도 핵무기를 만들고 핵 계획을 가동하고 있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조지 부시 전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 탓으로 돌렸던 북한의 위협적 행동이 오바마 행정부 들어서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반복되고 있는 건 북한 정책 목표의 연속성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대북 관여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미국의 대북정책은 외교, 정보, 군사, 경제 등 모든 수단과 역량을 동원한 포괄적이고 통합적 접근이어야 하고 원칙과 투명성에 근거한 조건부 외교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이런 정책은 대북 제재와 관련된 미국법과 유엔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고 북한 주민에게 인도적 지원과 정보를 제공하며 동맹국 방어를 보장하는 다른 종류의 수단과 결합돼 발휘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기 전에 6자회담에 조속히 복귀하는 데 반대한다며,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에 당장 나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특히 (대화) 환경을 조성하거나 대북 적대감이 없다는 걸 증명하려고 미국이 북한에 무조건적이고 일방적인 혜택을 제공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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