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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사상 사업' 강조, 주민 의식 변화 우려 반영"


지난 6일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제시한 남북관계 개선 등 과업 관철을 촉구하는 평양시 군중대회가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

지난 6일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제시한 남북관계 개선 등 과업 관철을 촉구하는 평양시 군중대회가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

북한은 최근 정치사상 강화와 인민제일주의를 강조하면서 체제 단속과 민심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외부 정보에 따른 주민들의 의식 변화를 우려한 조치로 풀이되는데요.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경제 개선 조치가 따르지 않는 한 이런 선전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 관영언론들은 요즘 거의 날마다 정치사상과 `인민대중 제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보도 내용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노동신문은 1면에 사회주의 정치사상 강국의 위력을 백방으로 강호해 나아가자. (사이) 당 사업 전반을 인민대중 제일주의로 일관시켜 나가자”

관영매체들은 특히 “사상 진지가 무너지면 사회주의의 모든 전선이 무너지게 된다”며 김정은 유일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치사상 강조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사상 사업을 강조한 이후 부쩍 잦아졌습니다. 김 제1위원장의 신년사 내용입니다.

[녹취: 김정은] “올해 우리는 사회주의 정치사상 강국의 불패의 위력을 더욱 강화해 나아갈 것입니다. (사이) 당의 위력한 사상을 틀어쥐고 사상 사업을 공세적으로 벌여 우리 혁명의 사상 진지를 철통같이 다져 나가야 합니다.”

북한이 이렇게 사상 사업과 인민제일주의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나라 안팎의 여러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국 동아대학교의 강동완 교수는 27일 ‘VOA’에, 주민들의 의식 변화에 대한 북한 당국의 우려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강동완] “과거와 같이 북한 주민들이 외부정보를 모를 때는 북한이 일방적인 통제나 위로부터 단속을 하면 됐지만 이제 주민들은 정권에 대해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되어가고 있거든요. 예를 들면 남조선은 못산다. 우리 사회주의가 최고라고 얘기해도 북한 주민들은 그 게 사실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다는 거죠. 북한 당국으로서는 계속 사상적인 부분들을 강조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유일영도체계라든지 김일성-김정일주의를 강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김일성-김정일주의를 기조로 3대 세습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이 사상이 곧 “인민을 하늘처럼 숭배하는 인민대중 제일주의”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한국 내 탈북민 박사 1호 출신인 세계북한연구센터의 안찬일 소장은 이런 선전은 주민들의 의식 변화에 대한 북한 당국의 위기 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빨간 불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점점 장마당 중심으로 옮겨가는 인민들을 당과 정부의 우리에 묶어놔야 하는데, 묶을만한 경제적 인센티브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당분간 이데올로기로 일체감을 강조하는 가운데 집권과 시장사회주의를 결합시키려는 이런 방법론을 만들다 보니 과도기로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최근 북한을 탈출한 탈북민들은 장마당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게 급해 정부의 정책과 선전에 관심이 거의 없다고 말합니다.

지난해 북한을 탈출한 탈북민 강모 씨입니다.

[녹취: 탈북민 강모 씨] “돈이 우선이죠. 나라 정치고 뭐고 그런 것 보다 돈이 기본이죠. 먹고 살아야 하니까.”

제3국에 거주하는 한 북한 소식통은 최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관리들 조차 당국의 방침에 부정적 견해가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중심사상인 ‘혁명적 세계관’을 언급하며, “수령의 잘못은 신하의 잘못으로 여론화하고 수령의 생각을 맞추면 충신이 되는 혁명적 세계관이 개인의 의사를 너무 침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확산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VOA’에 이런 관리들의 충성심 약화 우려와 장성택 처형 후 숙청 여파 때문에 북한 정부가 사상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전 장관] “북쪽은 공포정치 아닙니까? 한 번 숙청이 시작되면 그 것이 한 해에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더구나 장성택은 과거 40년 동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스포츠까지 손을 댄 사람이기 때문에, 그 사람을 숙청했다는 것은 앞으로 상당 기간 후유증이, 다시 말하면 계속 숙청이 진행될 것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인권 상황을 계속 논하게 되겠죠.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은 유일지도체제를 강화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상교육이죠.”

실제로 국제사회에서 크게 부각된 인권 문제와 날로 강화되고 있는 외부정보 유입 활동도 북한 정부가 사상무장을 부쩍 강조하는 배경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바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주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웹사이트인 ‘유투브’와의 인터뷰에서 (외부) 정보가 북한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오바마 대통령] “Information ends up seeping in overtime and bringing about change……”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군사적 조치는 해법이 될 수 없을 것이라며 북한의 변화를 위해 정보를 촉진하는 방안들을 꾸준히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의 공격 위협을 빌미로 내부결속을 다지려는 북한의 전통적 정권유지법에 쐐기를 박고 미국의 입장 등 정확한 정보를 통해 북한 내 긍정적 변화를 끌어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톰 말리노우스키 미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담당 차관보는 최근 이 문제에 관한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녹취: 말리노스키 차관보] “We need to try to empower the North Korean people to make their own choices…”

북한 정부의 강요가 아니라 주민들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선택하도록 정보 유입을 통해 주민들을 도울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북한 정부 역시 이를 우려한 듯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을 비난하며 체제결속을 더욱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 정부가 주민들에게 경제적 보장을 하지 못한다면 사상 사업과 인민제일주의 선전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안찬일 소장은 최근 6.28 조치에 따른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며, 경제적 보장이 없는 정책은 민심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체제가 변화하면서 분명히 인센티브를 주고 동기를 주며 선동을 하면 먹히겠지만 이미 등을 돌린 인민들에게 자꾸 경제적 대가를 착취하고 충성을 강요하면 자칫 충돌을 야기할 수 있고…”

강동완 교수는 경제와 정치 개혁 없이 체육과 문화, 보여주기식 행정을 강조하는 기존의 정책으로는 인민대중 제일주의 실현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대북 전단 중단 등 기존의 행태를 반복하는 것을 볼 때 올해도 북한의 변화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강동완 교수] “권력 불안정 등으로 내부적인 체제결속을 단속해야 한다, 또는 결속해야 한다는 논리를 갖고 1-2 년 정도 계속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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