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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신동혁 씨 오류 인정...북한 악용 말아야'


지난해 11월 유엔 총회 인권위원회에서 열린 북한 인권 관련 청문회에서 탈북자 신동혁 씨(가운데)가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해 11월 유엔 총회 인권위원회에서 열린 북한 인권 관련 청문회에서 탈북자 신동혁 씨(가운데)가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 정부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 출신 탈북자 신동혁 씨가 자서전의 일부 오류를 인정한 데 대해, 북한이 이를 악용해선 안 될 것이라고 경계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를 계기로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개선 노력을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탈북자 신동혁 씨가 자신의 북한 정치범 수용소 체험을 담은 자서전 ‘14호 수용소 탈출’의 일부 내용을 오류라고 시인한 데 대해 한국 정부는 북한이 이를 선전 수단으로 악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2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신 씨가 오류라고 인정한 부분은 북한인권 실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과 대응의 큰 흐름을 해칠 만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보고서만 보더라도 80여 명의 증언과 240여 명의 비공개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한 것으로 북한이 이들의 증언을 모두 거짓말이라고 주장한다면 이는 터무니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신 씨가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인권 참상을 상징하는 인물로 인식돼 왔기 때문에 신 씨가 오류라고 인정한 부분에 대해선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보고서에 반영된 신 씨의 증언 내용을 다시 검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의 탈북자 사회는 신 씨의 오류 인정을 안타까워했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탈북자 사회에는 북한에서의 경험을 과장해서 발언하거나 상업적으로 활용하려는 일부 잘못된 분위기가 있다며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오히려 북한에게 마치 면죄부를 주는 것 같은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주의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는 게 좋겠고, 다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인권 침해에 대한 국제사회 노력이 희석되거나 해선 안 된다고 보죠.”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탈북자들의 정치적 증언들을 한국 내에서는 물론이고 국제사회에서도 검증 없이 활용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며 이는 북한인권 개선 노력에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입니다.

[녹취: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북한 입장에서 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정확한 증거를 갖고 이야기를 해야 되는데 그런 게 없으면 북한인권 개선 노력 전체가 매도될 가능성도 있다는 거죠.”

한편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20일 개인 필명의 글에서 신 씨의 반공화국 모략선전이 모두 거짓이며 상전들의 각본에 따른 것이라는 점이 밝혀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런 증언에 기초해 조작된 북한인권 관련 문서들이 전면 무효화 되고 인권사무소 설치 등의 모든 소동들도 중지돼야 한다고 한꺼번에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신 씨는 유엔과 미 의회 청문회에서 북한인권 유린 실태를 고발하는 등 그동안 대표적인 북한인권 활동가로 활동하면서 유엔에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설치되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신 씨는 당초 자서전에서 13살 때 고문을 당했다고 기술했지만 20살 때 일이었고 삶의 대부분을 보낸 곳도 책에 적혀 있는 14호 정치범 수용소가 아니었다고 일부 오류를 최근 시인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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