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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항소법원 '납북 김동식 목사 사망, 북한 정권 책임'


미국 연방 항소법원의 김동식 목사 관련 판결문 표지 일부.
미국 연방 항소법원의 김동식 목사 관련 판결문 표지 일부.

미국 연방 항소법원이 한국인 김동식 목사 납치 사망과 관련해 북한 당국의 책임을 확인했습니다. 북한의 책임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입니다. VOA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00년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들에 의해 납치된 뒤 북한 감옥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계 미국 영주권자 김동식 목사 사건은 북한에 책임이 있다고 미 연방법원이 판결했습니다.

미국 워싱턴 디시 연방항소법원의 데이비드 테이틀 판사는 지난달 23일 이뤄진 판결에서 “북한이 김 목사를 납치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있고, 북한이 김 목사와 같은 수감자들을 예외 없이 고문하고 죽인다는 점, 북한이 공포와 위협으로 증인들이 법정진술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 정권이 김 목사를 고문하고 죽였다는 논리적 결론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이같은 결정은 북한의 혐의를 입증할 직접 증거가 없다는 1심 법원의 판결을 뒤집은 것입니다.

테이틀 판사는 북한 공작원들이 지난 2000년 김 목사를 납치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2005년 한국의 서울지방법원이 김 목사 납치에 가담한 조선족 유영화 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례를 인용했습니다.

테이틀 판사는 김 목사가 중국 내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10년 가까이 예배를 열고 인도주의적 지원을 했다며, 김 목사가 정치적, 종교적 활동 때문에 북한의 표적이 됐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테이틀 판사는 북한으로 납치된 이후 김 목사의 운명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직접 증거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국경 밖으로 어떤 증거도 유출되지 못하도록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일반적인 판결 기준을 따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보편적 경험에 비춰 볼 때, 북한이 일반적으로 납치한 사람들을 고문하고 죽인다는 사실이 입증됐기 때문에, 북한이 김 목사도 고문해서 죽였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테이틀 판사는 김 목사 유족이 제출한 증거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판결에 앞서 북한인권 전문가인 데이비드 호크 씨와 척 다운스 씨가 법정에 출두해 북한의 관리소 실태를 증언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답변에 응하지 않아 원고 측 주장의 타당성을 살피기 위해 증인으로 초청한 것입니다.

테이틀 판사는 만일 북한이 김 목사를 고문하거나 죽이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다면 지방법원에 판결무효 신청을 하라고 말했습니다.

김동식 목사는 지난 2000년 1월 16일 중국 옌지에서 북한 공작원들에 의해 납치돼 북송됐습니다.

북한 당국은 납치 후 김 목사에게 자진입북을 회유했지만 거부당하자 고문 등 가혹 행위를 했고, 김 목사는 2001년 평양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정치인들과 인권단체들은 북한에 김 목사의 신변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었습니다.

특히 바락 오바마 대통령도 상원의원 시절인 2005년 동료 의원 20여 명과 함께 박길연 당시 유엔주재 북한대사에게 서한을 보내 김동식 목사의 납치에 대해 해명할 것을 촉구했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법원 소환에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미 연방법원의 이번 판결은 김동식 목사의 아들 김한 씨와 남동생 김용식 씨가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입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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