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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특집: 2014년 북한] 2. 답보상태 못 면한 남북관계


지난 10월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왼쪽),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운데),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가 북한 선수단에 손을 흔들고 있다.

지난 10월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왼쪽),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운데),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가 북한 선수단에 손을 흔들고 있다.

북한 김정은 정권 3년째를 맞아 올 한 해도 여러 분야에서 중요한 뉴스가 많았습니다. ‘VOA’는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북한인권, 남북관계, 북한의 비대칭 군사력, 북-러 관계,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주의 지원, 미-북 관계 등을 주제로 여섯 차례에 걸친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올 한 해 남북관계를 살펴봅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입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줄곧 답보상태였던 남북관계는 올 한 해 잠시 활기를 띠기도 했지만, 남북 간 팽팽한 기싸움으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지난 10월 초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을 계기로 이뤄진 북한 최고위급 대표단의 전격 방한은 올 한 해 남북관계의 최대 이벤트로 꼽힙니다. 북한의 당과 군, 대남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이른바 최고 실세 3인방이 한국 땅을 밟음으로써, 오랜 냉각기였던 남북관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김관진 한국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대화 내용입니다.

[녹취: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가을이 결실의 계절이다. 남북관계도 아마 큰 수확을 거두어야 되지 않겠느냐..”

[녹취: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 “이번 기회가 북남 사이의 관계를 보다 좋게 하는 데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하는..”

이로써 지난 8월 한국 정부가 제의한 뒤 지지부진하던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이 10월 말에서 11월 초로 확정되는 등 남북관계는 급물살을 탔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화해 무드도 잠시, 한국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문제로 2차 고위급 접촉이 무산되면서 남북관계는 또 다시 악화일로를 걸었습니다.

남북이 지난 2월에 합의한 상호 비방중지 조항에 어긋난다며 전단 살포를 중단해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북한과,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막을 수 없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기 때문입니다.

북한 조평통 대변인 성명과 한국 통일부 대변인의 성명 발표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우리의 최고존엄을 악랄하게 훼손하는 삐라 살포 망동을 중단하지 않는 한 그 어떤 북남 대화도, 북남 관계 개선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녹취: 임병철 한국 통일부 대변인]“북한이 민간의 자율적 전단 살포에 대해 우리 정부가 이를 비호·지원한다고 왜곡하고, 이를 빌미로 남북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합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남북관계에서 해묵은 의제인 전단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최고존엄을 비방한 데 대한 반발이자, 향후 있을 한국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는 한편 한국 측에 경색의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남북관계에서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북한의 이 같은 공세적인 대남 행보는 1년 내내 지속됐습니다.

북한은 연초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천명한 뒤 국방위 중대제안과 특별성명, 공화국 성명 등을 잇달아 발표하며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신년사입니다.

[녹취: 김정은 신년사] “북남 사이 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해야 합니다. 백해무익한 비방중상을 끝낼 때가 됐으며 화해와 단합에 저해를 주는 일을 더 이상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

이어 한국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 제의를 전격적으로 수용하면서 남북 1차 고위급 접촉이 성사됐습니다.

한국의 박근혜 정부와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뒤 이뤄진 첫 당국 간 합의로, 남북 최고 지도자 간의 의중을 교환할 수 있는 고위급 채널이 구축됐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당시 남북 고위급 접촉 김규현 남측 수석대표의 발표 내용입니다.

[녹취: 김규현 남북 고위급 접촉 남측 수석대표]“남과 북은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하여 적극 노력하기로 하였으며, 우리 정부는 신뢰에 기초한 남북관계 발전의 첫 걸음을 내딛게 된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의 군사훈련 기간 중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리면서 훈풍이 부는 듯 했던 남북관계는 대북 전단 문제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다시 갈등 국면으로 접어 들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올해 대남정책이 강-온 전술의 주기가 짧아지고 변동 폭이 증가하는 등 성급하고 과격한 양상을 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한국의 청와대를 상대로 담판을 시도하고, 당장의 경제적 실리보다는 명분을 우선시하는 점이 특징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올해 대남관계에서 갈지자의 행보를 보인 것은 1인 지배체제를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대내적으론 체제 결속을 다지고, 대외적으로는 인권 압박에 따른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북관계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 실세 3인방의 방한을 계기로, 남북이 2차 고위급 접촉 개최에 합의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 NLL을 침범하고, 휴전선에서의 총격전을 벌인 것도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의 남북관계를 주도하기 위한 의도된 도발이라는 평가입니다.

북한의 공세적인 대남 행보는 집권 2년 차를 맞아 한반도 통일의 기반 구축을 국정운영의 핵심과제로 내세운 박근혜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연초 통일 대박론을 제시한 데 이어,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드레스덴 선언과 통일준비위원회 발족으로 북한의 호응을 끌어내려 했지만 북한이 ‘흡수통일 논리’라며 강하게 반발 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 발표 내용입니다.

[녹취: 박근혜 대통령] “저는 이 자리에서 평화통일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 북한 당국에게 세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첫째, 남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문제부터 해결해 가야 합니다. 둘째, 남북한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를 함께 구축해 나가야 합니다. 셋째,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에 나서야 합니다.”

인도적 현안과 같은 당장 실현 가능한 작은 일부터 추진하자는 한국 정부의 방침은 정치, 군사 대결 상태의 해소가 최우선이라는 북한의 입장과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남북관계는 1년이 다 되도록 복원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서강대학교 정영철 교수입니다.

[녹취: 정영철 서강대 교수] “북한 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결국 5.24 조치를 푸는 것인데 한국 정부가 꿈쩍도 하지 않았죠. 북한이 최근 들어 정치, 군사 현안인 평화체제 문제를 더욱 강조하고 있는 것은 자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평화로운 대외환경 조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지나치게 경직된 태도를 보인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서보혁 교수입니다.

[녹취: 서보혁 서울대 교수] “통일이라는 것은 상호 협력, 공존을 통해 단계적이고 평화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사실상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한 채 북한을 도와줘야 할 대상으로 간주함으로써 북한이 신뢰할 수 없었을 것이고,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나 남북 간 불신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통일을 논의한다는 것은 정책 구상과 구체적인 실천이 전혀 맞지 않는, 언행 불일치의 측면이 크다고 보여집니다.”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도 현실 문제를 타파하지 못하면 좋은 정책이 아니라며 경색 국면이 장기간 지속된 데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과 합의한 2차 고위급 접촉이 열리면 북한이 요구하는 남북 간 현안들을 다루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비롯해 5.24 조치의 해제 여부와 금강산 관광 재개, 대북 전단 문제 등을 동시에 협상 테이블에 올려 논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내년이 광복 70주년인 만큼 이를 계기로 남북한이 새로운 관계 개선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습니다.

집권 3년 차를 맞는 한국 정부로서도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고, 북한 역시 체제안정과 경제난 해결 등을 위해 안정적인 대외환경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경색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어떤 식으로든 남북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인식이 정부 내에서도 나오고, 북한 역시 ‘김정일 3년 탈상’을 마치고 권력 기반을 강화한 만큼 남북관계에 적극 나서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본격 가동되려면 북 핵 문제의 진전과 대외환경 개선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여전히 신중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시립대 황지환 교수입니다.

[녹취: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 “내년도 대외환경이 녹록하지 않아 보입니다. 북 핵 문제가 진전될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이는데다, 미국 정부의 경우 오히려 인권 문제 등 다른 문제에 더 집중하고 있고, 더구나 새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올리자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미-북 관계는 더욱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크죠”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 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와 함께 향후 남북 간 협의 과정에서 첨예한 입장 차를 보여온 5.24 조치와 금강산 관광 등에 대해 남북이 얼마나 이견을 좁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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