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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르포: 카타르의 북한 노동자] 취재 뒷 이야기


카타르 수도 도하의 건설 현장 (자료사진)

카타르 수도 도하의 건설 현장 (자료사진)

`VOA'는 최근 중동 카타르를 방문해 현지에서 일하는 3천여 북한 노동자들의 현황과 실태에 관한 세 차례의 기획보도를 보내 드렸는데요. 오늘은 도하에서 직접 북한 노동자들을 만난 조은정 기자와 함께 취재 뒷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진행자) 조은정 기자. 이번 취재에 나서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기자) 북한은 외화벌이를 위해 러시아와 중국, 중동 등 전세계 16개 나라에 약 5만 명의 노동자를 파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중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 파견된 북한 식당 종사자들이나 러시아 내 벌목공들에 대해서는 언론을 통해 그 실태가 일부 알려졌지만 중동에서 건축 노동을 하는 북한인들에 대해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현지 취재에 나서게 됐습니다.

진행자) 중동에도 북한 노동자들이 꽤 많죠?

기자) 예. 쿠웨이트에 가장 많습니다. 4천 명 있고요. 카타르에 3천 명. 아랍에미리트연합 UAE에 2천 명. 오만에 1천5백 명 정도가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중동 지역에 만 명이 넘게 있는 거군요. 이들이 북한에 있을 때와 비교해서 좀 행동이 자유로운가요?

기자) 조직생활을 하니까 자유가 거의 없습니다.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건설 현장에서 단체로 노동을 하는데요. 직장장 한 명이 노동자 4 명에서 5 명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숙소에서 공동으로 생활하고 이동할 때도 버스로 같이 다닙니다. 현지에서 건설업을 하는 한국인 이종설 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이종설 사장] “문제를 일으키고, 자본주의 맛을 보면 도망치고 그런 일이 생길까봐 절대로 혼자서 못 다니게 하죠. 꼭 그 버스에 다 타야 되고 인원 점검하고 그래야 되니까. 몇 명 다 탔나, 출근할 때 퇴근할 때, 점호 계속 하니까.”

북한은 노동자를 파견할 때 보위부 요원도 같이 파견하고요. 직장장, 반장이 노동자들을 때때로 구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인 노동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신변안전을 위해 대독했습니다.

[녹취: 북한 노동자] “네 반장이. 말 안 들으면 반장이 좀 때린다 말이에요. 때리게 되면 때린다고 말한다고. 사업소에 말하면 반장 잘했어. 이케 된다 말이에요. 실지 따지고 보면 반장이 잘못한 건데 반장이 말하는데 엇어 나간다고.”

진행자) 철저히 통제를 받고 있군요. 현지에서 북한 노동자들을 어떻게 접촉했습니까?

기자) 한 가지 다행이었던 점은,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는 북한인들이 일하는 공사 현장들이 번화가 한 가운데에 있었습니다. 외딴 곳에, 허허벌판에 공사장이 있었다고 친다면, 중동 국가에서 공사 현장에 동양 여자가 나타나는 것이 참 이상했겠죠. 하지만 도하는 중동에서 손꼽히는 국제도시였습니다. 홍콩이나 뉴욕과 같이 전세계 여러 인종이 모여있는 곳이었고, 특히 공사장 주변에는 외국인들이 많았습니다.

진행자) 그래도 공사 현장에 일반인들은 들어갈 수 없지 않습니까? 안전 문제 때문에요.

기자) 그렇죠. 그래서 현장 주변을 계속 돌았습니다. 공사장 한 군데만 간 것이 아니고 몇 군데를 갔습니다. 또 각각의 공사장도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 방문했고요. 그렇게 하다 우연히 북한 노동자 한 명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고요, 한 번은 다른 나라 출신 노동자들이 단체로 제 주변에 몰려있다가 북한인 노동자를 데려다 준 적도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인들은 주변에 사람들이 많으면 입을 잘 열지 않죠?

기자) 그렇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보고하는 것에 익숙해서 그런 것 같은데요. 동료들에 이끌려 나온 노동자는 처음에는 저한테 영어로 하다가, 제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저는 이 분께 담배를 건넸는데요. 처음에는 필요 없다면서 한사코 거부했지만,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의 성화에 못 이겨 받고 말았습니다. 들어보시죠.

"조선에서 오셨죠. 그냥 인사하고 싶어서 기다렸어요. 많이 물어봤어요. 기다리고. 선물도 드리고 싶어서 담배도 샀어요."

진행자) 옆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받으라고 채근하는 소리가 들리네요.

기자) 예. 이 분은 끝까지 경계를 풀지 않아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진행자) 현장에서 다른 나라 노동자들은 북한 노동자들에 대해 뭐라고 말하던가요?

기자) 노동자들이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해서 깊은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습니다. 그저 기자가, “그들이 열심히 일하나?” 라고 물으면 “열심히 일한다” 정도로 의사소통이 됐을 뿐인데요. 현지 한국 건설업자들의 말을 들으면 북한인들이 정말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건설업자 이모 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건설업자 이모 씨] “북한에서 오신 분들은 다른 나라에서 오신 분들보다 굉장히 열심히 일을 한다. 그러고 굉장히 많은 시간을 일을 한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습니다.”

진행자) 카타르의 북한 노동자들은 하루에 몇 시간이나 일을 하나요?

기자) 도하에서 만난 한 북한 노동자는 하루 12-13 시간을 일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노동자는 새벽 6시에 출근해서 밤 10시에 퇴근한다고 말했고요. 공사 기간에 맞추기 위해서 숙소로 돌아가지 않고 현장에 합판을 깔고 담요를 덮고 잠을 자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다른 나라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은 어떤가요?

기자) 카타르의 건설현장 노동자들은 보통 8시간에서 10시간 일한다고 합니다. 카타르의 모든 건설현장이 새벽 6시에 일을 시작하는데요. 오후 4시부터 퇴근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인 건설업자의 말로는 대개 아침 반, 밤 반을 나눠서 일한다고 합니다.

진행자) 이렇게 열심히 일해서 한 달에 얼마나 법니까?

기자) 도하에서 만난 한 북한 노동자의 말에 따르면, 원래 한 달에 미화 750 달러를 받아야 하지만, 각종 상납금과 경비를 제하면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이보다 훨씬 적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북한 노동자] “원래는 회사에서 대상 물어서 하게 되면 2천 5백 리얄, 750 달러 하는데 거기서 이거 째고 저거 째고 하면 다 제하고 150 달러 밖에 안 준단 말입니다.”

이 노동자는 150 달러에서도 잡비, 저금 등 기타 경비를 제하고 나면 실수령액은 100 달러, 카타르 돈 365 리얄 정도라면서, 3년 일하고 북한으로 돌아갈 때 미화 2천 달러 정도 모으면 잘 된 경우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다른 나라 노동자들보다 훨씬 임금이 싼 건가요?

기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른 나라 노동자들은 한 달에 평균 400 달러를 버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북한인들은 각종 상납금을 바치고 100 달러 밖에 안 남으니까 문제이죠.

기자) 이렇게 돈이 안 모이니까 불법 활동에 빠지게 되는데요. 카타르에서 유통되는 불법 제조 술이 대부분 북한인들이 제조한 것이라면서요?

기자) 예. 중동 지역에서 몰래 거래되는 불법 제조 술을 싸대기 (Sadeeqi)라고 하는데요. 아랍어로 “나의 친구”라는 뜻입니다. 북한인들은 남부 알 와크라 지역 등 도하 시내 외곽에 있는 주택을 빌려서 밀주를 제조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조된 밀주는 도하 시내의 북한 노동자 숙소로 옮겨 점조직으로 판매되며, 이런 활동은 북한 당국의 묵인 하에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동에서는 술을 마시는 것이 불법이죠? 따라서 허가 없이 이렇게 술을 제조하고 판매하다 걸리면 처벌 받을 텐데요.

기자) 예. 카타르 정부는 술을 제조하다 걸린 북한인들을 즉각 추방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사나야 (Sanaiya) 산업지대를 지나던 한 북한인 차량이 카타르 경찰의 불시 검문에 적발됐습니다.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북한 회사의 운전수가 자동차 트렁크에 밀주를 가득 싣고 가다 걸렸는데요. 다음날 즉각 추방됐습니다.

진행자) 처벌 받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술을 불법으로 제조하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인 노동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북한인 노동자] "그걸로 돈 뽑아요 정확히. 6 개월만 하면 막대기 차요. 만 달라는 차니까니 6개월만에. 한 번 하는게 고저 보통 천 병 내지 이 천 병 나온단 말이요. 그 정돈데 뭐 그거 다 팔게 되면 10원에만 팔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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