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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새 세대', 저항의식 있지만 출세 위한 입당 원해"


지난해 3월 북한에서 청년 백수십만 명이 군입대를 위해 자원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자료사진)
지난해 3월 북한에서 청년 백수십만 명이 군입대를 위해 자원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자료사진)

북한에서 청소년기 때부터 장마당을 경험한 20-30대 젊은층은 흔히 `새 세대'로 불리는데요, 한국에 입국한 청년 탈북자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이들은 국가에 대한 저항의식보다는 출세지향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20-30대 청년들은 북한 내부의 정치적 신분세습이나 경제적 계층 변화에 따른 사회적 불평등을 직접 체험했고, 또 이에 대해 비판적 사고를 갖고 있지만 동시에 입당과 간부가 되기 위한 강한 출세지향적 경향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최봉대 교수는 15일 서울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열린 ‘북한의 새 세대’ 관련 학술회의에서 정치적 토대가 나쁘거나 경제적 하층집단에 속한 북한 청년들이 개인의 신분 상승 기회를 갖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최 교수는 하지만 이들에게서 국가에 대한 저항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봉대 박사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김정은 후계 승계 문제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응답자들이 부정적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식의 평가를 보이면서 이들은 입당에 대단히 집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왜 입당하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지도자, 당에 충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출세하기 위해서, 간부가 되기 위해서입니다.”

최 교수는 또 북한 청년들은 아무리 친한 사이더라도 정치적 언급은 하지 않는다면서 이러한 자기방어는 태어나면서부터 몸으로 습득한 것이기 때문에 매우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북한의 억압적 사회정치 규율에 대해 북한 청년들이 무의식적 자동반응을 보이고 있었다면서 국가가 호출했을 때 절반 이상이 순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발표자로 나선 성공회대 오유석 교수는 북한 ‘새 세대’들이 결혼과 관련해 기존 세대들과 크게 다른 가치관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장마당의 영향으로 돈 많이 버는 상인과의 결혼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오유석 성공회대학교 교수] “배우자 선택에 있어 기존 세대들이 선택했던 조건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개입한 흔적은 찾아볼 수 있는데요. 여성들이든 남성들이든 돈 잘 버는 상인과 결혼하겠다는 두드러진 경향이 나타나고 있고…”

특히 남성은 부모의 배경을 중시하고 간부가 되는 길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했고 여성은 출산 의지가 약해 지역과 학력을 불문하고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오 교수는 현재 북한이 장마당의 확산으로 여성들이 경제 중심에 있고 발언권 또한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남녀 관계에 있어 여전히 남성이 우위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토론자로 참석한 통일연구원 조정아 연구위원은 북한의 새 세대 특히 20대 초반의 청년들은 인민을 먹이고 입히는, 가부장으로 군림하는 국가를 경험하지 못했으며 가정 내에서도 권력의 원천으로서의 가부장이 없었다는 것이 큰 특징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번 북한의 ‘새 세대’ 관련 학술회의는 최근 한국에 입국한 20-30대 탈북자 54 명에 대한 설문조사와 1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조사를 바탕으로 진행됐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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