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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원, CIA 고문 실태 보고서 공개...일본 정부 특정비밀보호법 시행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VOA 김근삼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미 중앙정보국, CIA가 과거 테러 용의자를 상대로 실시했던 고문의 실태가 공개됐습니다. 일본 정부가 특정비밀보호법을 시행하자,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CIA 고문 보고서 관련 소식부터 알아보죠?

기자) 미 중앙정보국, CIA가 과거 테러 용의자를 상대로 실시했던 고문의 실태가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미 상원은 수 천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보고서를 통해, CIA가 테러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불법적이고 잔인한 고문을 가했지만, 결정적인 정보는 알아내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미국 내에서는 보고서의 공개가 옳았냐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국제사회에서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보고서가 CIA가 실시했던 고문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CIA 고문 보고서는 어제(9일)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다이앤 파인스타인 미 상원 정보위원장이 직접 공개했는데요. 보고서에 따르면 CIA는 2001년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테러 용의자에 대한 구금과 새로운 심문 방법이 승인된 후, 지난 2009년 1월 오바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테러 용의자들을 상대로 고문을 실시했는데요. 그동안 알려졌던 '물고문', 'Water Boarding' 외에도 충격적인 고문 기법이 사용됐습니다. 특히 앞서 법무부가 사전 승인한 범위를 벗어난 불법적이고 잔인한 고문이 실시됐는데요. 최대 일주일 동안 잠을 재우지 않는 다거나, 모든 체모를 깎아낸 뒤 밝은 조명을 켠 방에서 시끄러운 음악을 계속 듣도록 강요하기도 했고요, 반대로 빛이 완전히 차단된 차가운 독방에 용의자를 수감하기도 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용의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사형과 성고문 위협을 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인권과 법치를 중요시하는 미국의 가치에 어긋나는 고문이 자행된 건데, 고문이 어디서 이뤄졌습니까?

기자) CIA가 해외에서 운용한 9개의 비밀 구금시설에서 이뤄졌는데요. 구금시설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태국, 폴란드,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모로코 등에 있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비밀 구금시설에 갇혔던 수감자 119명 중 39명이 고문을 받았습니다. 한편 이번 보고서가 나오면서 폴란드 등에서는 정부가 그동안 미국 비밀 구금시설의 존재를 부인한 데 대한 비판이 일고 있고요. 영국에서는 정부가 CIA의 불법적인 테러 용의자 인도에 협력했다며, 이를 규명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CIA가 이런 고문 관련 사실을 당시 미국 부시 정부에도 정확하게 보고하지 않았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CIA의 해외 비밀 구금시설에 억류된 수감자는 말씀드린대로 119명이었지만, 행정부와 의회에는 100명 미만이라고 허위 보고를 했고요. 또 고문 내용은 축소하고, 그 효과에 대해서는 과장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중요한 문제는, 이런 고문이 과연 테러를 막는 데 효과가 있었냐는 점인데요. 보고서는 고문을 통해 얻어낸 정보 중에, 결정적인 내용은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어제 상원에서 보고서 공개 지지 발언을 한 공화당 존 맥케인 상원의원의 말이 주목되는데요. 맥케인 의원은 베트남전 당시 포로로 잡혀 고문을 경험했었습니다. 맥케인 의원은 고문을 받으면 고통을 피하기 위해 고문을 가하는 사람이 듣기 좋은 거짓 증언을 하게된다며, 고문을 통한 정보는 유익한 것 보다는 쓸모 없는 것이 더 많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CIA에서는 보고서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고요?

기자) 존 브레넌 CIA 국장이 어제 보고서 발표 후 성명을 냈는데요. CIA는 '고문'이라느 단어를 쓰지는 않고 있습니다. '새로운 심문 기법'으로 묘사하고 있는데요. 자체 검토 결과에 따르면 테러 계획을 좌절시키고 테러리스트를 체포함으로써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를 생산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CIA 전현직 관계자들은 그동안 9.11 테러범 오사마 빈 라덴의 소재를 파악하고 사살하는 데 새롱 심문 기법으로 결정적인 정보를 얻었다고 밝혔었는데요. 하지만 보고서는 빈 라덴의 소재를 파악한 정보는 고문이 아니라 정상적인 조사 과정에서 알아냈다고 밝히고 있어서, 앞으로도 이 문제에 대해선 논란이 예상됩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국에서는 과연 보고서를 공개하는 게 옳았냐는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보고서 공개에 대해서는 의회와 행정부에서도 논란이 있는데요. 반대 측은 CIA의 고문 실태가 공개됨으로써, 미국에 대한 보복 테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 보고서에서 공개된 CIA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을 국제사회에서 추진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련데요. 벤 에머슨 유엔 대테러·인권 특별보고관은 보고서에서 드러난 고문의 책임자들을 기소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서 주목됩니다. 여기에 이미 중단된 미국의 추악한 단면을 과연 들춰낼 필요가 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제 보고서를 공개한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정보위원장은 추악한 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미국적 가치를 강조했는데요. 잘못된 과거를 직시함으로써 다시는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참고로 이번 보고서 작성에는 6년이라는 시간과, 4천만 달러의 예산이 투입됐습니다.

진행자) 고문 책임자의 처벌에 대해서 미국 정부는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오바마 정부는 이미 CIA 관계자들을 처벌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국제사회의 분위기는 다른데요. 벤 에머슨 특별보고관은 국제법은 고문에 연루된 공직자를 면책해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이는 미국 관리들에게도 적용된다고 언급해, 앞으로 유엔의 움직임이 주목됩니다.

진행자) 이번 보고서 공개에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다는 주장도 있던데요?

기자) 미국 공화당의 일부 의원들이 그런 주장을 했는데요. 파인스타인 위원장이 국내외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보고서 공개를 강행한 것은, 과거 부시 정부와 공화당을 흠집내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공화당 내에서도 존 맥케인 의원처럼 보고서 공개를 지지한 경우도 있습니다. 한편 민주당 의원들 중에도 보고서 공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진행자)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보고서 공개에 대해 어떤 입장이었습니까?

기자) 오바마 대통령은 어제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원 보고서 공개를 지지했는데요. 미국이 특별한 이유는 잘못을 했을 때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CIA가 9.11 테러 이후 어려운 시기에 힘든 일들을 해냈지만, 고문은 미국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테러 대응과 국가 안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후 CIA의 해외 비밀 수용시설을 폐쇄하고 수감자에 대한 고문을 금지하도록 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당시 CIA의 고문을 승인한 부시 정부 관계자들은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딕 체니 전 부통령이 보고서 공개에 앞서 관련 발언을 한 것이 있는데요. 당시 CIA가 테러 용의자들을 조사하는 데 새로운 심문 기법을 활용하도록 승인한 것은 옳았고, 이는 테러 공격을 막고, 국민을 보호하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습니다. 부시 전 대통령은 CIA 관련 요원들은 국가에 충성한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CIA의 고문 실태에 대해 중국과 북한은 비난의 목소리를 냈군요?

기자) 네. 중국 외교부 훙레이 대변인은 오늘(10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이번 보고서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면서, 중국은 고문에 반대하며 인권 보호와 강화를 중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국제인권보고서가 자국 인권 상황을 지적할 때마다, 오히려 미국은 자국의 인권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반박했었습니다. 한편 북한 외무성도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미국의 비인간적 고문 행위를 유엔 차원에서 규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유엔에서는 최근 북한의 광범위한 인권 침해를 규탄하고, 책임자를 국제 형사법적에 새우도록 요구하는 결의를 채택했고, 북한은 이를 거부했는데요.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북한이 유엔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엔 일본으로 가보겠습니다. 일본 정부가 예고했던대로 특정비밀보호법을 시행했군요?

기자) 오늘(10일) 0시를 기해서 시행에 들어갔는데요. 일본 정부가 특정비밀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누설하면 엄중히 처벌하도록 했기 때문에,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했다는 국내의 비판도 거셉니다.

진행자) 새 법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국가안보회의와 방위성, 외무성, 경찰청 또 원자력규제위원회 등 19개 행정기관이 국가 안보에 심각한 지장을 줄 수 있는 정보를 특정비밀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비밀 지정은 5년마다 갱신하고요, 원칙상 30년이 지나면 비밀 지정이 해제되지만 내각이 승인한 경우 60년까지 비밀 지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했습니다. 또 무기와 암호 등 일부 정보는 무기한 비밀로도 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최대 6만여 건이 특정비밀로 지정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진행자) 비밀을 유출하면 어떻게 됩니까?

기자) 비밀을 유출한 공무원 등에 대해서는 최고 징역 10년에 처하도록 규정했는데요. 이는 종전 징역 5년 이하에서 처벌 수위가 훨씬 무거워진 겁니다. 또한 기밀을 유출한 장본인 뿐만 아니라, 유출을 사주한 외부인도 징역 5년 이하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일본 정부의 이런 조치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난이 거세다고요?

기자) 네. 어제부터 도쿄 총리관저와 의사당 앞에서는 특정비밀보호법 시행에 반대하는 시위를 계속됐습니다. 시위대는 새 법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했다거나, 정보는 국민의 것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습니다. 일본 언론들도 공개적으로 우려를 밝히고 있는데요. 비밀 유출 장본인 뿐만 아니라, 관련 취재를 한 언론인 까지 처벌하도록 한 새 법은 공익적인 차원에서의 제보와 언론의 감시 기능을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일본 변호사협회와 서적출판협회 등도 법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일본 정부는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국가 안보를 위해 필요한 법이며, 앞으로도 국민의 여론을 수렴해 적절히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베 총리도 앞서 이번 특정비밀보호법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언론을 탄압하는 사례가 없도록 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습니다. 아베 내각은 지난해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창설하면서, 특정비밀법 제정을 추진해왔는데요. 지난해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의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법안을 강행 처리한 뒤,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이번에 발효된 겁니다. 한편 일본 야당들은 법의 폐지나 시행 연기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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