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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한반도 통일을 위한 교훈

  • 김연호

독일이 통일 25주년을 맞은 7일 베를린 장벽이 있던 자리에 하얀 등이 설치돼있다.

독일이 통일 25주년을 맞은 7일 베를린 장벽이 있던 자리에 하얀 등이 설치돼있다.

서방진영과 공산권 간 냉전의 상징이었던 독일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25년이 됐습니다. 유럽에서는 공산정권이 무너지고 독일이 통일됐지만, 한반도에서는 아직도 냉전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험에서 남북한은 과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녹취: Berlin Wall cheers]

지난 1989년 11월9일, 독일인들이 베를린 장벽으로 몰려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30년 동안 동서 진영을 갈라놓았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전세계는 동베를린과 서베를린 시민들이 장벽에 올라가 환호하고 망치로 장벽을 부수는 모습을 TV로 생생하게 지켜봤습니다.

그러나 동독의 오랜 동맹국이었던 북한은 예외였습니다. 당시 20대 중반이었던 탈북자 박건하 씨는 군 복무를 마치고 고향에 돌아갔지만 독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녹취: 박건하, 탈북자] “북한 사람들은 독일이 어떻게 통일됐는지 그 내용은 절대로 모릅니다. 여기 와서 저희는 공부를 하고 독일 통일, 동서독 통일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구체적으로 알지 (북한 사람들은) 몰라요.”

박 씨가 독일 통일에 대해 알게 된 건 지난 2005년 서울에 정착한 뒤였습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6년만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된 겁니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60년 넘게 만나지 못하고 있는 남북 이산가족에게 독일 통일은 아직도 먼 나라 얘기일 뿐입니다.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언제 다시 해빙기를 맞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독일 통일의 경험이 한반도에 던지는 시사점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베른하르트 셀리거, 독일 한스자이델재단 한국 사무소장입니다.

[녹취: 베른하르트 셀리거, 독일 한스자이델재단 한국 사무소장] “There are not many successful...”

전세계적으로 분단국가가 성공적으로 재통일된 경우는 많지 않고 더군다나 독일처럼 평화적인 통일은 찾아보기 어려운 만큼, 한국인들이 독일의 경험을 배우려는 건 당연하다는 겁니다.

그러나 셀리거 소장은 독일과 한국의 차이점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동서독에 비해 남북한은 경제적 격차가 심하고, 동북아시아 지역의 영토 분쟁과 과거사 문제 때문에 독일 통일만큼 주변정세가 한반도 통일에 유리하지 않다는 겁니다.

여기에 더해 통일 이후에 직면해야 할 문제들도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인들도 옛 동서독 지역의 경제, 문화적 격차를 줄이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독일식 통일이 반드시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녹취: 베른하르트 셀리거, 독일 한스자이델재단 한국 사무소장] “I saw times...”

셀리거 소장은 한국인들이 이미 10여 년 전부터 독일식 통일은 엄청난 경제적 부담이 따르고 내부 분열이 생기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젊은세대들이 엄청난 통일비용을 우려해 통일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독일 프리드리히 나우만재단의 라스 안드레 리히터 한국사무소 대표입니다.

[녹취: 라스 안드레 리히터, 독일 프리드리히 나우만재단 한국사무소 대표] “They are too young...”

한국의 젊은세대는 6.25전쟁을 실제로 경험하지 않았고 부모 세대마저도 전쟁을 잘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통일에 대한 열망이 약하다는 겁니다.

반대로 독일은 분단기간이 40 년에 그쳐 이런 문제가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심각했다는 게 리히터 대표의 설명입니다.

전직 북한 관리들의 모임에서 일하고 있는 탈북자 박건하 씨 역시 남북한이 독일 통일방식을 따라야 할지 확실치 않다고 지적합니다. 동독의 경우 서독에 흡수통일되기 전부터 지도층에서 개혁에 동의했지만 북한에서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녹취: 박건하, 탈북자] “북한도 알고 있어요. 개혁 개방하면 주민들이 잘 산다는 건 이미 중국이 경험했고 공산권 국가였던 베트남이나. 그런데 그렇게 됐을 때는 정권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항상 딜레마라는 거죠. 정권을 유지할 것이냐, 개혁개방해서 주민들을 좀 살게 할 것이냐. 그런데 북한은 주민이 잘 사는 건 원치 않아요.”

박 씨는 독일과 마찬가지로 남북한 역시 어느 날 갑자기 통일이 이뤄지겠지만, 한반도의 경우는 북한이 붕괴된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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