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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언론들, 북한대사관 미술전시회 보도..'표현의 자유' 조명


영국 런던의 북한 대사관. (자료사진)
영국 런던의 북한 대사관. (자료사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주최로 열리고 있는 미술전시회를 영국 언론들이 흥미롭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언론들은 작품 소개보다는 처음 공개된 대사관 내부와 북한 예술가들의 표현의 자유를 집중 조명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런던 외곽 주택가에 위치한 북한대사관 건물의 문이 열리자 큼지막한 백두산 호랑이를 그린 그림이 손님을 반깁니다.

개울가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는 북한 소녀들, 런던 시내 광장과 밝게 웃고 있는 영국 여인들을 그린 작품도 보입니다.

만수대창작사 소속 작가들이 그린 수 십 점의 그림들 옆에 나란히 놓인 김일성 전기와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사진은 이 곳이 북한대사관임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국의 ‘BBC’ 방송과 ‘가디언’등 주요 언론들은 4일 영국의 북한대사관이 처음으로 대사관 건물을 일반에 공개해 미술전시회를 개최했다며 행사를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북한대사관은 특히 만수대창작사 작가 4 명을 직접 런던으로 초청해 언론들과의 인터뷰를 주선하며 행사를 적극 홍보했습니다.

전시회에 관여한 북한측 관계자는 5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과 영국 “두 나라 인민의 친선도모 등 문화교류 차원에서 전시회를 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당초 “트라팔가에서 전시회를 개최하려다 상황이 갑자기 여의치 않아 대사관에서 열게 됐다”면서 이 시점에 “대사관을 일반에 공개한 특별한 이유나 목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유엔이 추진 중인 북한인권 결의안에서 국제형사재판소 (ICC) 회부 등 일부 내용을 삭제하기 위한 북한 당국의 계속되는 외교공세의 일환으로 보고 있습니다.

영국 언론들 역시 전시회 내용보다는 대사관이 처음으로 일반에 건물을 공개한 배경과 북한 예술인들의 ‘표현의 자유’ 문제에 훨씬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BBC’ 방송은 만수대창작사 소속 화가들이 이날 모든 정치적 질문에 대한 답변을 피했다고 전했습니다. 전시회에 참가한 북한 화가 호재성 씨는 표현의 자유를 묻는 질문에 “북한 화가들도 서방세계와 거의 같은 문화 속에 원하는 그림을 그리며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화가는 수령에 대해 비판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느냐는 미국 ‘NBC’ 방송 기자의 질문에 "비판할 이유가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이 화가는 그러나 수령을 비판할 결심을 했다면 정말로 그릴 수 있느냐는 기자의 계속된 질문에 한 참 동안 머뭇거리다가 “좀 뭐한 질문입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북한 정부는 모든 주민이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며 이를 제재하는 관리는 법적 처벌을 면치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열린 북한에 관한 보편적 정례검토 (UPR)에 참석한 리경훈 북한 최고인민회의 법제부장의 말입니다.

[녹취: 리경훈 부장] “공화국 헌법 제 67조에는 공민은 언론, 출판, 집회, 시위와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제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공민들은 법의 보호 속에 자기 의사를 방송이나 신문 잡지 등을 통하여 자유롭게 표시하고 있으며 저작 및 문학 예술 활동도 맘껏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선전화가 출신 탈북민들은 그런 주장이 모두 거짓이라고 지적합니다. 미국에서 개인전시회를 개최하며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탈북 화가 송벽 씨입니다.

[녹취: 송벽] “북한의 예술가들, 화가들은 솔직히 자기 의지대로 작품하는 게 아니거든요. 정부에서 하라는 대로 하기 때문에 그 것이 저는 매우 안타깝죠. 그 사회에서 예술의 자유가 정말 무엇인지 빨리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영국주재 북한대사관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언론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이날 이후 화가들에 대한 인터뷰를 중단했습니다.

북한 측 관계자는 5일 화가들에 대한 ‘VOA’의 인터뷰 요청에 대해 “화가들의 창작 활동이 바빠 인터뷰를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에 북한 말고도 런던의 풍경과 인물을 그린 작품 8 점이 전시되고 있다며, 이들 화가들이 11월 중순까지 머물며 창작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많은 영국인들이 이번 전시회를 보기 위해 대사관을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는 만수대창작사 소속 화가인 전평진, 김훈, 호재성, 홍성일 등 4 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북한대사관과 함께 전시회를 주선한 영국인 데이비드 히터 씨는 호응 여부에 따라 7일까지 예정된 전시회가 더 연장될 수 있다며, 영국 화가들의 북한 방문 등 교환 프로그램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시된 그림들은 행사 뒤 일반에 판매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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