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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사접촉 공개 의도, 남남 갈등 유도와 협상 주도권 확보"


지난 15일 북한의 제의로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급 군사회담이 열렸다. (자료사진)
지난 15일 북한의 제의로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급 군사회담이 열렸다. (자료사진)

남북이 지난 15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군사 당국자간 접촉의 개최 경위 등을 놓고 공방을 벌이면서, 남북관계도 불투명해졌습니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회담 내용을 공개한 것은 남남 갈등을 유발하고, 추후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지난 15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군사 당국자간 접촉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고 나선 것은 우선 북한의 뜻대로 회담이 되지 않은 데 대한 불만과 함께, 회담 결렬의 책임을 한국측에 전가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됩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회담에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자 회담 과정을 공개함으로써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남남갈등을 조장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남북 회담이 결렬되면 회담 내용을 상세히 공개해 한국 정부를 압박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7월에도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의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접촉이 결렬되자, 회담 내용을 공개하며 회담 결렬의 책임을 한국측에 돌렸습니다.

북한의 일방적인 회담 과정 공개는 한국 정부의 정책 전환을 촉구하면서 앞으로 있을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도 담긴 것으로 분석됩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입니다.

[녹취: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한국 정부가 고위급 접촉에 대해 상당한 의지를 갖고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점을 북한이 인식하고,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차원에서 상당히 전술적이고 전략적 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해 앞으로 있을 한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일종의 기 싸움, 힘겨루기 차원으로 보면 될 것 같아요.”

남북이 회담 개최 경위 등을 둘러싸고 공방전을 벌이면서 남북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됩니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전문가는 북한으로선 이번 회담 과정에서 한국 정부에게 제기된 ‘투명한 대북 원칙 훼손’이라는 비판을 역이용해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오는 25일 탈북자 단체들이 대북 전단 살포를 강행한다는 방침이어서, 남북관계가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한 이전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전단 살포에 대해 물리적 대응을 경고하고 나선 만큼, 이를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높다며, 당분간 남북간 냉각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북한이 ‘경비계선’을 실질적인 군사분계선으로 주장하면서, 서해북방한계선-NLL을 둘러싼 남북 간 갈등도 더욱 첨예해질 전망입니다.

한국 군 당국자는 북한이 15일 군사접촉에서 주장한 내용들은 사실상 자신들이 설정한 경계선을 받아들이라는 것으로, NLL 무력화 전략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앞으로 있을 고위급 접촉을 비롯한 남북 대화에서 NLL 쟁점화를 본격적으로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서보혁 교수입니다.

[녹취:서보혁 교수] “북한은 앞으로 10.4 선언에서 이미 합의한 서해에서의 긴장 완화, 평화공동수역 등을 얘기하며 기존 합의를 이행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즉 이전 정부에서 합의한 사안이 아닌, 새로운 의제를 갖고 남북 대화에 임하려는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협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NLL을 의제화하려는 것 같습니다. “

한국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이 한국 정부의 반응 등 한국 내 동향을 지켜본 뒤, 2차 고위급 접촉에 대한 답변을 해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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