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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시대에도 계속되는 부정부패


지난 7월 평양 거리 (자료사진)
지난 7월 평양 거리 (자료사진)

북한 사회 전반에 만연된 것으로 알려진 뇌물과 부정부패가 더 기형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 파견 지원자들 사이에서는 뇌물 가격이 크게 치솟고 있다고 대북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최근 ‘VOA’에 해외 파견 노동이 북한에서 인기를 끌면서 뇌물 값도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건설 노동자의 경우 해외에서 3년 이상 일하면 적어도 1만 달러 이상을 모을 수 있기 때문에 담당자에게 뇌물을 좀 더 주더라도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들이 쇄도하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 통전부 출신인 한국의 장진성 ‘뉴포커스’대표는 9일 ‘VOA’에 중동 파견 노동자의 경우 뇌물 가격이2천 달러까지 올랐다는 소식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진성 대표] “해외에 건설노동자로 나간다고 하면 무조건 5백달러 입니다. 최근에는 7백 달러로 오르고 얼마 전에 들은 바에 의하면 2천 달러까지 올랐답니다. 특히 중동 파견 노동자들 같은 경우에는요.”

장 대표는 중동 파견 노동자의 경우 3년을 열심히 일하면 상납금을 제외하고 1만 5천달러 정도를 모을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의 ‘아사히’ 신문은 8일 탈북자들을 인용해 북한에서 뇌물은 생명선과 같다고 전했습니다. 자신이 무언가를 얻기 위해 돈을 윗사람에게 내는 것은 북한에서 더 이상 뇌물이 아니라 주민들의 살아가는 일상이 됐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뇌물은 장마당 상인들에서부터 의료, 진학, 취업, 재판, 심지어 입당과 주택 구입 등 거의 전 분야에 걸쳐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는 해마다 발표하는 국제인권보고서에서 북한에 당 간부들의 부정부패가 경제와 사회 전반에 만연돼 있다며 특히 보위기관들의 부패가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에서 뇌물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비공식 경제활동이 증가하면서 급속히 증가했습니다. 국가를 믿고 법을 지켰던 이른바 고지식한 많은 주민들이 기아로 숨지자 뇌물을 고여서라도 스스로 생존해야 한다는 심리가 사회에 확산되면서 뇌물이 관행으로 굳어졌다는 겁니다.

장진성 대표는 북한의 부패는 기존의 권력 부패에 장마당 경제가 결합되면서 더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장진성 대표] “기본은 권력 부패죠. 정권 자체가 부패했으니까 그게 밑에까지 이어지는 거죠. 특히 과거 시장이 없었을 때는 김정일의 선물 정치가 희소성이 있었어요. 하지만 아젠 시장이 생기다 나니까 중국을 통해 수요만 있으면 뭐든지 들어와요. 그러니까 선물정치 의미도 줄어들었고. 그렇기 때문에 북한 권력층들은 달러에 눈을 돌리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달러는 북한 정권이 권력층들에게 월급으로 주는 게 아니라 부패에서 생기는 돈이기 때문에 부패가 더 만연한 거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도 과거 이런 현실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습니다.

김정남은 2년 전 일본 도쿄신문’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북한에서 돈 버는 사람이 생존하기 위해 고위층에게 상납하는 뇌물 금액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며 “이처럼 부패한 구조는 반드시 붕괴한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특히 이런 뇌물 관행을 우려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처벌을 받는다고 지적하는 등 뇌물 문화의 심각성을 질타했었습니다.

유엔의 반부패협약에 따르면 뇌물은 권력을 남용해 사적 이득을 취하는 부정부패의 전형으로 사회 발전을 막는 병폐 요소입니다. 이런 뇌물이 법치를 막아 국가 재정을 악화시키고 관리들의 비리를 조장하며 공정한 경쟁을 막아 사회 불평등을 확산시킨다는 겁니다.

북한은 이런 뇌물 관행 등 부정부패 때문에 국제투명성기구가 해마다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 보고서에서 세계 최악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이런 지적을 부인하며 사회 전반에 걸쳐 투명한 사회주의 무상교육과 진료 등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열린 북한에 관한 보편적 정례검토(UPR)에 참석한 한채순 북한 보건성 실장의 말입니다.

[녹취: 한채순 실장] “우리나라에 세워진 먼 거리 의료체계의 우월성은 온 나라의 그 어디에나 빠짐없이 포괄하는 전반적인 의료체계라는 것! 그리고 돈 한푼 들이지 않고 무료로 받는 체계라는 겁니다. (중략) 나라의 그 어디에 있건 모든 어린이들이 제 때 진료 등 의료 봉사를 받을 수 있는 물질적 토대가 더 강화됐습니다.”

북한 정부는 검열단을 수시로 전국에 파견해 비리 단속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법치의 부재와 정부가 장마당 경제 수준에 맞는 임금을 관리들에게 지급하지 못하기 때문에 단속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은 이런 북한의 상황은 작은 뇌물이라도 발각되면 엄격하게 처벌하는 는 한국이나 선진국 수준과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장진성 대표는 언론과 같은 사회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한 북한의 뇌물 관행은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진성 대표] “사회 정화라는 것은 언론이 있을 때 가능하고 그런데 그런 자유 언론이 없으니까 오직 북한 주민들이 언론을 통해 알아야 할 권리는 충성심 강요 뿐이거든요. 그러니까 사회 부패에 대한 경각심이 없지요.”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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