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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고위대표단 12시간 동안 숨가쁜 일정 소화


지난 4일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서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왼쪽),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운데),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가 북한 선수단에 손을 흔들고 있다.

지난 4일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서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왼쪽),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운데),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가 북한 선수단에 손을 흔들고 있다.

지난 4일 전격적으로 한국을 방문한 북한의 최고위급 대표단은 1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이들의 활동을 조은정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북한의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가 4일 오전 9시 52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대표단이 타고 온 비행기는 꼬리 날개와 몸통 중앙 부분에 인공기가 그려진 흰색 비행기입니다. 기체 앞 부분 창문 위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글씨가 크게 적혀 있으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2대의 전용기 중 하나로 알려졌습니다.

이날 이례적으로 북한 대표단이 자체 경호원들을 대동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건장한 체격에 감색 양복 차림을 한 경호원들은 짧은 머리에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가슴에는 김일성, 김정일 얼굴이 그려진 배지를 달고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하루 종일 대표단을 지켰습니다.

한 대표단은 인천공항 도착 후 인천의 한 호텔로 이동해 11시 20분에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통일부 당국자들과 환담을 나눴습니다. 류길재 장관이 먼저 환영 인사를 건넸습니다.

[류길재 장관 녹취] “걸어서 와도 금방 올 수 있는 거리인데 이 길을 멀리 오랜 시간 걸려 오시게 돼서 반갑고 귀한 손님으로 생각합니다.”

양측은 인천 아시안게임을 소재로 상대방이 거둔 좋은 성적에 대해 덕담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최룡해 비서입니다.

[녹취: 최룡해 비서] “조국 통일을 위한 사업에서 체육이 가장 앞서지 않았는가 하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습니다.”

오후 2시부터는 인천시청 앞의 한식당에서 1시간 40분 동안 오찬을 들며 만남을 이어갔습니다. 호텔에서 식당으로 이동할 때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비서가 한 차에 타고, 류길재 장관과 김양건 비서가 또 다른 차에 탔습니다.

류 장관은 김 비서와 함께 이동할 때 김정은 제1위원장의 건강에 대해 물었고, 아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KBS 방송에 밝혔습니다.

오찬 회담에는 남북이 각각 8명씩 참석했습니다. 황병서 총정치국장, 최룡해 비서, 김양건 비서, 김영훈 체육상, 맹경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손광호 체육성 부상 등이 참석했습니다. 한국 측에서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류길재 장관, 한기범 국가정보원 1차장,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통일부 당국자들이 참석했습니다.

한국 측은 이때 북한 대표단이 청와대 예방 의사가 있다면 준비할 용의가 있다고 제안했지만, 북측은 시간관계상 이번에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실상 거부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남북관계 개선을 당부했습니다.

[녹취: 김관진 실장] “우리가 특별한 위치에 계신 분들이 오늘 오셨기 때문에 남북관계 잘 발전 되도록 상호 노력 해야겠습니다”

오찬 회담은 시종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양건 비서입니다.

[녹취: 김양건 비서] “역시 이번 기회가 북남 사이의 관계를 보다 좁히는 데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하는 희망을 가지고 걸음을 왔습니다.”

식당 관계자들은 북한 대표단이 식사를 맛있게 먹었고 특히 장어구이를 많이 먹었다고 밝혔습니다. 활어회, 장어구이, 전복, 바닷가재, 옥돔, 갈비구이 등의 요리가 차례로 식탁에 올랐지만,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물을 주로 마시며 음식에 별로 손을 대지 않다가 요리 뒤에 밥과 반찬, 꽃게탕이 나오자 밥을 비웠다고 식당 종업원이 전했습니다.

식당 주변에는 300여명의 한국 시민들이 몰려 북한 대표단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들은 휴대전화로 북한 대표단을 촬영하고, 어떤 이들은 북한 인사들을 태운 차량이 떠날 때 손을 흔들기도 했습니다.

북한 대표단은 오찬 뒤 오후 3시 50분에 아시안게임 선수촌을 방문해 북한 선수들을 격려했습니다. 이어 7시에 열린 폐막식을 전후해서 정홍원 국무총리와 두 차례 만났습니다. 황 총정치국장은 정 총리와 면담에서 “소통을 좀 더 잘하고, 이번에 좁은 오솔길을 냈는데 앞으로 대통로로 열어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정 총리는 이에 공감을 표시하며 같은 뜻을 갖고 헤어지니 기분이 좋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대표단은 밝은 표정으로 폐막식을 즐기며, 한국 애국가가 연주될 때 자리에서 일어나 예의를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폐막식 후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한 대표단은 오후 10시25분 전용기에 탑승해 북한으로 돌아갔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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