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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압박에 반응하는 북한…태도 변화 주목"


지난 1일 북한 평양의 지하철역 승강장으로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1일 북한 평양의 지하철역 승강장으로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자료사진)

국제사회는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미국의 전직 관리들이 지적했습니다. 또 핵 문제 외에 인권 문제의 비중이 부쩍 높아진 미국의 대북전략 변화 조짐도 주목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인권 개선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북한 정권의 태도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로버타 코헨 브루킹스연구소 객원 선임연구원이 지적했습니다.

[녹취: 로버타 코헨 연구원] “Even the possibility of this and of a Security Council referral has been having some influence on North Korea…”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코헨 연구원은 1일 워싱턴의 북한전문 웹사이트 ‘38노스’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 결의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만으로도 북한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에 참석해 인권대화와 협력을 해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히고, 북한이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의 인권 상황 개선 권고를 일부 받아들이기로 한 점 등을 실례로 들었습니다.

북한이 정치범 수용소 폐지와 공개처형 금지 등은 거부한 채 식량 접근권, 여성과 어린이 권리 신장 등에 대한 권고만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개선을 약속한 사실 자체가 주목할 만 하다는 설명입니다.

코헨 연구원은 또 북한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결코 핵 문제 해결 노력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공감을 얻고 있다며 이에 대한 지지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로버타 코헨 연구원] “Governments also seem to be raising political and strategic issues with North Korea and also human rights issues and not insisting as much that raising human rights would undermine nuclear discussions…”

특히 수용소 폐지와 억류 미국인 석방 등 북한인권 실태가 변하기 전까지 북한과의 전반적 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없다는 게 미국 정부의 분명한 입장이라는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코헨 연구원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실천 단계로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 결의안이 압도적인 지지로 채택돼 북한 정권에 단합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북한에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와의 대화 약속을 지킬 것을, 각국 정부에는 북한과의 양자대화가 이뤄질 때마다 인권 문제를 제기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특히 보다 광범위하고 견고한 대화협력 체제에 기반을 두지 않고 북한의 핵 계획에만 초점을 맞춘 협상은 장기간 지속되기 힘들다며 동북아 지역을 아우르는 다자 평화안보체제 창설을 제의하는 한편, 북한에 대한 정보 유입 활동 또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 역시 북한이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반응을 보이는 것은 매우 유익한 현상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프랭크 자누지 대표] “The North Korean response to the international criticism is actually very instructive…”

선전선동 성격이 짙기는 하지만 미국의 인권을 문제 삼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유엔 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검토 권고안을 일부 수용하는 등 비판적 지적에 대응하는 건 북한이 국제사회의 평판을 의식한다는 징표라는 진단입니다.

자누지 대표는 미국이 이런 움직임을 반영하는 대북 관여전략을 적극 운용하는 것이 북한을 고립시키는 것 보다 현지 인권 상황을 효과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유럽통합의 출발점인 1975년 ‘헬싱키 프로세스’와 같은 다자적, 다방면적 관여전략을 적용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녹취: 프랭크 자누지 대표] “To me the way to do that is through the Helsinki style comprehensive engagement strategy that looks at human rights, economic relations, culture…”

특정 부문의 개선에 치우치기 보다는 인권, 경제관계, 문화, 신뢰와 안보 구축, 핵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담아 조건 없는 대북 접근 전략을 시도해야 한다는 겁니다.

자누지 대표는 북한이 억류 미국인들을 인질로 삼고 있다거나 이 문제가 북한과의 대화를 어렵게 만든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프랭크 자누지 대표] “There is no evidence that North Korea arrested these American citizens as hostages…”

북한이 미국인들을 억류한 이유는 협상카드로 활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안보 상황과 미국인들이 연루됐을 수 있는 활동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는 주장입니다.

자누지 대표는 억류 미국인들이 즉각 석방돼야 하지만 이 문제가 북한과의 관여를 가로막도록 만든 것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의 정책적 선택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대북 전략의 초점을 플루토늄이 아니라 사람에 맞춰 결과적으로 대북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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