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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김정은 시대 북한 경제] 3. 북한 경제 전망


전문가들은 북한 경제가 탄력을 받아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외개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1월 북한의 라선 경제특구 내 라진항.
전문가들은 북한 경제가 탄력을 받아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외개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1월 북한의 라선 경제특구 내 라진항.

북한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이후 북한 경제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경제가 회복되면서 비공식적인 시장 활동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더 커지고 외자 유치도 실적이 저조합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세 차례에 걸쳐 김정은 시대 북한 경제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알아보는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북한 경제 전망 편입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경제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지난 몇 년 동안 성장을 주도했던 농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농업은 기상 여건에 크게 영향을 받는 만큼 태풍이나 가뭄 피해를 입을 경우 곡물 생산이 크게 줄어들 위험이 있습니다.

올해의 경우 지난 몇 달 동안 날씨가 좋아지긴 했지만 일찌감치 봄 가뭄 피해가 있었기 때문에 작황이 지난해 수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농자재 공급을 늘리는 등 농업 활성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도 북한 농업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제약조건을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국 민간연구소 GS&J의 권태진 북한 동북아 연구원장입니다.

[녹취: 권태진 북한 동북아 연구원장] “농업은 기술체계가 중요한데, 그건 하루아침에 변하는 게 아니거든요. 성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나는 거지 북한이 얘기하는 것처럼 단박 도약 형식으로 갑자기 좋아지기는 어렵습니다.”

북한이 올해 들어 중국으로부터 곡물과 비료 수입을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이고 있는 사실도 눈에 띱니다. 1월부터 7월까지 7만8천 t 의 곡물이 수입됐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비료의 경우 7월까지 11만 t을 수입해 34% 감소했습니다.

권태진 원장은 지난해 작황이 좋았고 북한 내 비료 생산이 증가해 북한 당국이 곡물과 비료 수입을 줄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상황 변화에 맞춰 곡물과 비료 수입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국가재정을 확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냈습니다.

이와 함께 생산동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포전담당 책임제도 아직까지는 전국적으로 확대하지 못하고 지역별로 변형된 형태로 진행되고 있어 성과를 내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북한이 앞으로 식량 사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김정은 체제에서 단기간의 경제 성과를 거두는데 적극 활용했던 대외교역도 전망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무엇보다 올해 들어 수출 성장세에 제동이 걸리고 있습니다.

북한은1월부터 7월까지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에 15억 7천만 달러를 수출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넘게 줄어든 수치입니다. 이 기간 동안 무역적자는 3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최대 수출품목인 무연탄과 철광석의 수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수출 실적도 크게 나빠졌습니다.

무연탄과 철광석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3%와 10% 실적이 줄었습니다. 한국 IBK경제연구소의 조봉현 수석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북한이 광물 말고 수출할 수 있는 품목을 다변화 해야 하는데 단기간 내에 다변화하기도 어렵고, 팔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게 한계점이고. 그래서 저는 북한이 계속적으로 무역을 확대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진행됐던 대규모 토목 사업이 한풀 꺾이면서 북한의 건설업 부문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치에 따르면, 2011년 3.9%의 성장을 보였던 건설업은 2012년과 2013년 2년 연속 뒷걸음질 쳤습니다. 건설업이 전체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한 겁니다.

올해 들어서도 기존에 진행하고 있던 사업 이외에 새로 추진하는 건설 사업은 합숙소와 교육시설 등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의 임강택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 체제의 특성상 홍보성, 과시성 건설 부문에 치중을 했거든요. 그런데 그런 성격의 사업은 그 자체로 끝나버리는 게 많아서, 파급효과가 있는 게 아니라. 그리고 그런 사업들은 지속적으로 대규모 재원이 소요되는데 북한으로서도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도 없고.”

북한의 공식경제 부문만을 놓고 봤을 때, 지난 3년 간 이어진 1% 내외의 경제성장률은 현상유지의 의미를 뛰어넘기 어렵습니다. 경제가 더 나빠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크게 성장한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공식, 비공식 경제가 모두 탄력을 받아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외개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중국 이외에 한국, 러시아 등과 교역, 투자가 확대돼야 큰 폭의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한국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의 임을출 교수입니다.

[녹취: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북한이 지난 몇 년 사이에 경제관리 개선 조치라고 해서 공장 기업소의 독자 경영체계가 상당히 속도를 내고 있고, 경제개발구 건설 구상을 내놓고 있고, 여러 가지 내부적인 경제개발 수요가 발생한 상황이죠. 그런 부분과 관련해서 남한 기업과 협력한다면 북한 경제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죠.”

임 교수는 북한 시장이 그동안 성장한 결과 어느 정도 구매력을 갖춘 만큼 북한 주민들이 한국 제품을 직접 구입할 능력이 생겼다고 분석했습니다.

러시아와는 두만강 지역의 라선 경제특구가 주목 받고 있습니다. 러시아 국경도시 하산과 북한 나진을 잇는 철도가 지난해 9월 완공됐고, 지난 7월에는 북한과 러시아가 합작한 나진항 3호 부두가 준공되는 등 두 나라의 물류협력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라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입니다.

[녹취: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 “You don’t have Russian private sector...”

러시아와 북한 모두 주로 천연자원 수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교역할만한 품목이 별로 없고, 극동 러시아 지역의 시장도 크지 않아 라선에 투자할 만한 러시아 민간 기업들을 찾기 힘들다는 겁니다.

따라서 라선은 여전히 중국 기업들과의 경제협력에 치중하고 있고 러시아는 물류와 에너지 분야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라선을 방문한 글린 포드 전 유럽의회 의원은 ‘VOA’에, 북한 당국이 중국 이외의 나라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데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한반도의 정치 불안이 계속되는 한 유럽 기업들이 라선 특구에 투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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