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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김정은 시대 북한 경제] 2. 북한 경제 분석

  • 김연호

지난 7월 북한 황해도 소흥군의 한 벼논에서 농민이 잡초를 제거하고 있다.

지난 7월 북한 황해도 소흥군의 한 벼논에서 농민이 잡초를 제거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이후 북한 경제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경제가 회복되면서 비공식적인 시장 활동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더 커지고 외자 유치도 실적이 저조합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세 차례에 걸쳐 김정은 시대 북한 경제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알아보는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북한 경제 사정이 나아지고 있는 배경을 알아봅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 경제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데는 농업의 역할이 컸습니다.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어 왔던 북한에서 2010년 이후 식량 생산이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주민들의 식량 사정도 나아졌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503만t의 곡물 생산을 기록하면서 식량 부족분도 50만t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곡물 수입과 국제사회의 지원을 합하면 연간 최소 소요량을 어렵지 않게 충족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겁니다.

북한의 식량 사정이 이렇게 개선된 데는 양호한 기상 여건이 한몫 했습니다. 최근 몇 년 간 태풍이나 가뭄 피해가 극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작황이 과거에 비해 좋았습니다.

북한 당국도 농업 부문에 자원을 더 투입해 곡물 생산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한국 민간연구소 GS&J의 권태진 북한 동북아 연구원장입니다.

[녹취: 권태진 북한 동북아 연구원장] “농자재 공급이 비교적 원활했다고 볼 수 있거든요. 농자재 공급이 북한 내부에서 다 조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괜찮다는 얘기는 그만큼 필요한 양은 적극적으로 중국에서 수입해서 공급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농업 우선시 정책에 따라 비료 뿐만 아니라 농약과 비닐 박막, 종자, 농기계 연료 등의 공급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비료의 경우 북한은 지난해 4천1백만 달러어치의 요소비료를 중국에서 수입했습니다. 전년도의 두 배에 이르는 규모입니다. 물량 기준으로는 4만t에서 12만t으로 세 배나 뛰었습니다.

중국에서 수입한 전체 화학비료가 2012년 25만t에서 지난해 20만t으로 줄기는 했지만, 질소질 함량이 더 높은 요소비료 수입이 늘었기 때문에 비료 성분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오히려 수입량이 늘어난 셈입니다.

북한 당국은 농자재 공급과 함께 생산 동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포전담당 책임제’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10년 전 똑같은 제도를 시행했지만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전국적으로 확대하지 못하고 매우 조심스럽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포전담당 책임제가 북한의 식량 생산 증대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농자재가 충분히 공급되고 개인 몫으로 돌아가는 부분이 더 늘어난다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 경제 사정은 대외교역에서도 뚜렷이 드러납니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에 들어서면서 단기간의 경제 성과를 거두는데 대외교역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이런 변화는 지난 2010년 한국의 5.24 조치를 계기로 남북교역이 얼어붙으면서 나타났습니다. 한국 IBK경제연구소의 조봉현 수석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북한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측면에서 중국과의 무역을 확대했고, 중국 입장에서도 북한의 어려운 경제 사정을 감안해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무역을 확대한 측면이 있습니다.”

특히 외화가 부족한 북한으로서는 석탄과 철광석 등 광물자원을 중국에 대량 수출해 외화를 확보해야 했고, 김정은 시대의 이른바 ‘현대화 사업’에 들어가는 각종 건설 자재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기 위해서라도 중국과의 교역은 절실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과 중국의 교역이 기존의 원조 성격에서 벗어나 상업 무역의 비중이 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당장 아쉽기는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중국의 그늘에서 벗어나 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의 임을출 교수입니다.

[녹취: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북한의 경우 중국과의 상업적 교역량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자립적인 능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합니다.”

최근 들어 북한 경제 사정이 나아진 데는 비공식 부문, 즉 장마당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실패로 끝난 2009년 화폐개혁 이후 북한 당국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은 더 커졌고, ‘인민들이 국가를 먹여 살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과거에 비해 장마당이 활성화된 데는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르는 운송체제의 발달이 한 몫 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민간단체인 북한민주화위원회 서재평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서재평, 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 “개인들이 중국을 통해서 중고 버스든지 차량을 구입해서 기업소에 적을 걸고 자기가 다 알아서 운영을 하는 겁니다. 이윤의 10~20%를 기업소가 가져가고 나머지는 전부 개인이 가지고.”

초기에는 같은 구간인데도 업자마다 운임이 달랐지만 휴대전화 보급 확대로 이용자들이 운임 정보를 신속하게 파악하게 되자 운임의 안정화, 평준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서 국장은 말했습니다.

장마당 장사꾼들은 에너지난으로 제구실을 못하는 열차 대신에 개인들이 운영하는 일명 ‘서비차’를 통해 신속하게 상품을 유통시키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 당국도 주민들의 시장 활동을 묵인하면서 통제보다는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공식경제 부문도 기업소를 중심으로 시장원리를 도입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의 임강택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거든요. 기업들에 생산품목, 생산량, 판매처, 가격, 제반 사항에 대해서 최대한 자율권을 주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습니다.”

일본 내 친북단체인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기업소에서 거둔 수익금도 일부는 자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허용해 시장 활동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묵인을 넘어서 시장을 어느 선까지 활용할지 관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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