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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맞은 미 탈북난민들 "고향 그리움 간절해"


지난 29일 한국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열린 '추석맞이 실향민 합동망향제'에서 실향민들이 제를 올리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9일 한국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열린 '추석맞이 실향민 합동망향제'에서 실향민들이 제를 올리고 있다. (자료사진)

8일은 한반도의 최대 명절 가운데 하나인 추석입니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탈북 난민들은 명절이 되면 고향과 가족 생각이 더 간절하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경제난으로 풍족한 명절을 맞지 못하는 북한 주민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가족에게 송금이라도 자유롭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미국 내 탈북 난민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남북한 모두 8일 추석 명절을 맞았습니다. 가을 추수를 끝내고 첫 햅쌀과 과일 등 푸짐한 음식으로 신과 조상에게 감사하며 차례를 지내는 한가위 명절.

한국은 사흘 이상의 긴 명절 연휴를 맞아 ‘민족 대이동’이 이뤄지고 흩어졌던 가족이 모여 정겹게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또 공항에는 긴 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시민들로 북적입니다.

하지만 추석 하루만 공휴일인 북한의 풍경은 한국과는 크게 다릅니다. 탈북민들은 북한의 경우 이동의 자유가 없고 교통이 불편해 민족 대이동을 상상하긴 힘들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경제난으로 명절 특별배급은 오래 전에 끊겼고 살림도 넉넉하지 못해 한국처럼 풍요로운 한가위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그나마 다른 국경일과는 달리 정치 행사가 없어 쉴 수 있다는 게 위안이라고 대북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이역만리 조국을 떠나 미국에 살고 있는 탈북 난민들은 북한의 이런 명절 풍경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련하다고 말합니다.

미 남부에 정착해 살고 있는 탈북 난민 아브라함 씨입니다.

[녹취: 아브라함 씨] “추석이란 게 조상 묘에 성묘하고 효도하는 일인데 원래 한 해 농사를 지어서 첫 수확을 조상께 먼저 드리는 관례가 그렇게 됐다고 북한에서 배웠는데. 없는 살림에도 쌀밥 한 그릇 해서 조상 묘를 찾아가 벌초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너무 기가 막히죠.”

미 동부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최윤실 (가명) 씨는 고향의 모습과 힘들게 사는 동네 주민들의 모습이 떠올라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윤실 씨] “추석을 맞이하니까 고향 생각도 많이 나고 또 북한 분들이 추석에 산에 (성묘) 가느라 있는 것 없는 것 해 가지고 어렵게 가는 모습을 막 보는 것 같네요. 너무나 좋은 곳에 와서 부러움 없이 사는 저는 북한 분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네요. 북한 분들이 힘들게 사는 모습을 생각하면요. 어서 빨리 조국이 통일이 돼서 다 같이 한 자리에 모여 추석날을 다 함께 세었으면 하는 게 우리들의 소원입니다.”

명절이 그리 달갑지 않다는 탈북 난민들도 있습니다. 홀로 미국에 정착한 경우 명절이 되면 가족 생각이 더욱 간절하기 때문입니다. 5년 전 미국 서부에 정착한 최하나 씨입니다.

[녹취: 최하나 씨] “저는 명절이 돌아오면 제일 싫었어요. 명절에 가족들과 어울리는 이런 게 없으니까. 다른 사람들은 그래도 자기 가족들도 있고. 그런 분위기. 그래서 더 스트레스 받고 그랬어요. 그래서 명절이 돌아오면 더 싫죠.”

그래도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을 잊을 수 없어 명절이 다가오면 여러 탈북 난민들이 중개인을 통해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을 합니다.

최 씨 역시 지난 5년 동안 북한의 가족에게 4만 달러를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하나 씨] “4만 불을 보냈어요. 5년 동안 진짜 잠도 줄여가며 제가 또 (봉제) 기술이 있으니까 남들보다 월급이 높았어요. 정말 진짜로 열심히 살았습니다. 저는 가족에게 돈을 보내는 걸 낙으로 삼고 있습니다. 저는 두만강 건너올 때 생각만 해요. 빈 주먹 가지고 와서 밖에서 안 자고 굶지 않고 사는데 뭔 걱정이 있나, 또 건강하게 내일 가서 돈을 벌면 되는데……”

최 씨는 그러나 중개인을 통한 송금 과정이 너무 힘들다며 다른 나라처럼 편하게 송금하고 가족과 통화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하나] “돈을 보내고 싶어도 못 보내고 받을 것도 못 받는 그런 북한 체제가 너무 안타깝습니다. 어서 하루 빨리 목소리만으로도 전화를 통해 듣고 싶어요. 지금 전세계가 인터넷이 다 되고 얼굴도 다 보고 인터넷으로 전화도 하는데 북한은 문을 딱 닫고 교류도 못하게 하고. 또 다른 나라에서는 해외에 나간 사람들을 애국자로 치는데 돈 벌어서 자기 나라에 보내니까. 근데 북한은 돈도 함부로 못 보내게 하니 참 안타깝죠. 정말 언제면 목소리도 듣고 얼굴도 맘대로 볼 수 있는 날이 올는지.. 그래도 그런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믿고 곧 열릴 것이란 희망을 갖고 삽니다.”

아브라함 씨는 추석이 많은 북한 주민들에게 슬픈 명절이기도 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 그리고 북한 당국의 압제로 억울하게 숨진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성묘하는 가족들에게는 매우 슬픈 날이란 겁니다.

아브라함 씨는 추석을 맞는 모든 탈북 난민들의 소망은 북한의 문이 하루 빨리 열려 압제와 고통이 끝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아브라함 씨] “당, 국가, 정부의 잘못된 실책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제 명을 못 살고 억울하게 간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래서 공권력이 무서워 말은 못해도 속으로는 얼마나 가슴이 쓰리고 아프고 슬픈 날이겠습니까? 추석에 성묘하는 사람들이. 하루 빨리 북한에서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받아들여서 독재가 종식되고 마음 놓고 행복하게 추석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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