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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JPAC 제니 진 박사] “북한, 보관 중이던 미군 유해 다시 땅에 묻기도…유해 감식 어려움 가중”


 ‘미군 전쟁포로·실종자 확인 합동사령부(JPAC)’ 'K208 프로젝트' 팀장 제니 진 박사

‘미군 전쟁포로·실종자 확인 합동사령부(JPAC)’ 'K208 프로젝트' 팀장 제니 진 박사

미 국방 당국의 한국계 미국인 인류학자가 6.25전쟁에서 숨진 미군의 신원 확인 작업을 주도하고 있어서 주목 받고 있습니다. 미 국방부 산하 ‘미군 전쟁포로.실종자 확인 합동사령부(JPAC)’의 제니 진 박사는 2011년부터 6.25참전 미군 유해를 감식하는 ‘K208 프로젝트 팀’을 이끌고 있는데요. JPAC이 20년간 진행한 작업과 거의 맞먹는 성과를 3년 만에 달성해 유족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진 박사로부터 ‘K208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과 미군 유해 발굴 작업에 가속도가 붙게 된 배경, 그리고 북한이 넘겨준 유해의 문제점 등을 들어보겠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K208 프로젝트 팀장을 맡고 계신 거죠?

제니 진 박사) 네.

기자) 중요한 일을 맡고 있는 그룹인데 외부에선 다소 생소하거든요. 소개를 좀 해주시죠.

제니 진 박사) K208은 현재 국방부 산하에 있는 JPAC 중앙감식소에서 2011년에 출범시킨 팀입니다. 1990년대 초부터 여러 해에 걸쳐서 북한이 미국에게 총 2백8개의 상자를 돌려주었는데요. 당시 북한 측은 한 상자에 한 사람의 유해가 담겨있다고 했습니다. 즉 2백8명의 유해를 돌려주었다는 주장인데요. 이 유해를 총칭해서 코리아의 K를 붙여서 K208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기자) 그런데 짧은 기간 동안 큰 성과를 거두셨더군요.

제니 진 박사) 짧은 시간에 성과가 늘어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유전자 감식 기술이 발달해서 60여년이 지난 유해에서도 DNA 분석이 가능해졌다는 것, 또 실종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꾸준한 홍보 덕에 가족 유전자 샘플의 수가 많이 증가했다는 것, 그리고 K208유해만을 전담하는 팀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주된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예. K208팀은 진 박사님 외에 어떤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습니까?

제니 진 박사) 저는 K208팀이 출범하면서부터 프로젝트 팀장을 맡고 있구요. 저 말고 4명의 인류학자들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인류학 석사학위 소지자들이었는데 인원이 교체되면서 조만간 박사급 2명이 새로 추가될 예정입니다.

기자) 그러면 5명의 팀원이 하루 종일 뼛조각하고 씨름하는 건가요?

제니 진 박사) 네, 그렇습니다. 저희 팀원들은 하루 종일 여러 개 상자에 섞여있는 뼈를 개개인으로 분류하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뼈의 보존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에 육안 만으로는 개체분류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뼈를 계측해서 통계 프로그램으로 돌려보기도 하고, 또 여러 명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맞는 뼈를 찾아보기도 합니다.

기자) 진 박사께서는 어떤 계기로 미군 유해 발굴 작업에 종사하게 되셨는지요?

제니 진 박사) 저는 서울에서 학부를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을 왔습니다. 그래서 박사 학위를 받기 직전에 운 좋게 JPAC에 취직이 돼서 2010년부터 이 곳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신기한 인연이라면 저의 조부모님께서 이북 출신이시라는 건데요. 1.4후퇴 때 고향을 등지고 미군 배에 올라서 남한으로 피난을 오셨는데, 제가 맡고 있는 이 K208 유해의 상당수가 미군이 1.4후퇴를 하게 된 결정적 원인이었던 장진호 전투에서 사망한 이들의 유해입니다. 그래서 어찌 보면 그 분들이 그 곳에서 목숨 걸고 싸운 덕에 저희 조부모님이 무사히 피난을 내려오실 수 있었던 셈이죠. 그래서 저에게는 개인적으로 의미가 더 큰 프로젝트입니다.

기자) 그렇군요. 한국어를 구사하는 전문가가 팀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6.25전쟁 참전 미군의 신원을 확인하는데 더욱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요?

제니 진 박사) JPAC에 한국인 인류학자가 저 밖에 없는데요. 아무래도 모국어가 한국어이니까 K208을 비롯해서 한국 관련 프로젝트를 하는데 아무래도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본의 아니게 통역을 맡기도 하구요. 그래서 앞으로도 더 많은 한국계 분들이 이 일에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자) 예. 어쨌든 그런 과정을 거쳐서 지금 3년 동안 49구의 유해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습니다. 20년이 넘는 작업 성과를 다 합하면 지금까지 1백10구의 신원을 파악한 건데요. 하지만 말이 K208, 2백8구이지 실제 유해 수는 훨씬 더 많지 않습니까?

제니 진 박사) 네, 맞습니다. DNA 분석을 해보니까 최소한 6백구의 유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구요. 북한 측에서 송환할 때 마치 한 상자에 한 사람이 담긴 것처럼 보냈기 때문에 문제가 복잡해진 거죠.

기자) 북한이 알려준 위치 정보도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구요.

제니 진 박사) 북한이 유해를 송환할 때 상자마다 발견 지역 정보를 제공했는데요. K208의 경우에는 북한이 알려준 위치 정보가 크게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저희 측에서 북한에 들어가서 직접 발굴해 나온 뼈들에 있었습니다. 일단 K208을 송환 받은 뒤에 1996년부터 2005년까지 저희가 직접 북한에서 발굴을 했는데요. 그 당시 북한이 지정해 준 곳에서만 발굴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발굴을 시작해 보니 전쟁 뒤에 한번도 건드린 적이 없는 곳이라는 북한 측 주장과 달리 뼈가 다른 곳에 보관되어 있다가 최근에 땅 속에 묻힌 것들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일부러 그 곳에 뼈를 묻었다는 얘기죠. 이 뼈들을 저희 실험실로 가지고 와서 유전자 분석을 해보니 역시나 예상대로 K208에서 이미 유해가 발견된 사람들의 유해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일단 K208의 일부로 유해를 송환하고, 북한에 남겨두었던 일부를 미국 측에서 직접 발굴할 수 있도록 묻어둔 거죠. 그래서 이 때문에 장진호에서 전사한 사람의 유해 일부가 수 백 킬로미터 떨어진 운산에서 발견된다든지 하는 상황이 벌어지곤 했습니다.

기자) 이렇게 앞 뒤가 안 맞는 정보와 결과물들을 제공하는 북한, 그렇게 한 이유가 뭘까요?

제니 진 박사)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일단 시신이 부패해서 뼈만 남게 되면 전문가가 아닌 이상 그게 어느 인종의 뼈인지 구별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이 때문에 카투사와 같은 한국 병력의 유해가 섞이게 된 것으로 보이구요. 또 북한이 전쟁 직후에 이 뼈들을 어딘가 창고 같은 곳에 보관해 놓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것을 미국 측에서 들어가서 발굴하겠다고 했을 때 (북한이) 다시 묻는 과정에서 지역 정보 같은 게 섞인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가 북한이 미리 뼈들을 창고에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이유는 뼈들에 연필로 글씨가 써있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통해서 알 수가 있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북한이) 이미 발굴을 해서 보관을 해 놓은 상태에서 한번도 수거되지 않은 것처럼 연출해 놓은 거군요.

제니 진 박사) 네.

기자) 그렇게 한 사람처럼 보이는 유해의 각 부분이 사실은 다른 사람이고, 또 다른 지역에 속한 것이라면 이걸 다 원래대로 복구하는 게 상상이 잘 안 가는데요. 가능은 한 건가요?

제니 진 박사) 가능은 합니다. 단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끈기가 필요하죠. 이런 이유에서 K208전담팀을 출범시킨 것이구요. 그래서 K208은 수만 개의 뼈로 이뤄진 퍼즐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그게 몇 조각인지도 모르고, 저희가 갖고 있는 퍼즐이 하나의 퍼즐에 해당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문제가 있죠. 그래서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위치 정보, 인류학 정보, DNA 정보를 모두 결합하고 또 당시 미군 실종자 개개인마다 남아있는 개인 정보도 꼼꼼히 살펴봅니다.

기자) 그렇다면 이 K208 프로젝트 역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작업일 것 같은데요?

제니 진 박사) 네, 그건 추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프로젝트 후반으로 갈수록 신원확인이 쉽지 않은 케이스들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죠. 그래도 희망적인 소식이라면 K208에서 1백명이 넘는 신원확인이 나갔기 때문에 유해가 섞여있는 패턴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제는 상자 번호만 봐도 대충 어느 지역에서 실종된 군인들의 유해가 어떤 식으로 섞였겠구나 하고 감이 온다는 이야기죠.

기자) 그러니까 일이 진행될수록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말씀이네요.

제니 진 박사) 그렇죠.

기자) 그런 진행 상황을 미군 가족들에게 계속 설명을 해 줍니까?

제니 진 박사) 미국 정부는 매년 실종자 가족을 대상으로 여러 번의 업데이트를 합니다. 그래서 저도 지난 15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국전 실종자 가족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최근 신원확인 작업이 빨라져서 가족들 기대도 상당히 클 것 같은데 어떤 반응들인가요?

제니 진 박사) 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남아있는 가족 분들의 연세가 많아서 보다 빨리 신원을 확인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저희 책임이고 그 분들에 대한 약속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신원 확인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기자) 예.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제니 진 박사) 네.

미 국방부 산하 ‘미군 전쟁포로.실종자 확인 합동사령부(JPAC)’에서 6.25참전 미군 유해의 신원 확인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제니 진 박사였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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