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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전협정 논평 '한국이 참패를 승리로 둔갑시켰다'


한국전 정전협정 체결 61주년을 맞이한 지난 27일, 북한 평양의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 결의대회가 열렸다. (자료사진)
한국전 정전협정 체결 61주년을 맞이한 지난 27일, 북한 평양의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 결의대회가 열렸다. (자료사진)

북한은 한국과 미국 등지에서 최근 열린 6.25전쟁 정전협정 기념행사를 놓고 `패배를 승리로 둔갑시키려는 광대놀음'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6.25전쟁을 자신들의 승리로 주장하는 북한 측의 억지 논리가 낳은 궤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군사논평원’의 글에서 한국과 미국 등지에서 지난달 말 열린 정전협정 기념식을 ‘광대놀음’으로 비하하며 ‘대참패를 승전으로 둔갑시키려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노동신문'은 또 지구상 어디에서도 패전을 승전으로 둔갑시키면서 파멸과 죽음을 기념하는 자들은 미국과 한국 뿐일 것이라며, 전승절은 자신들만이 경축할 수 있는 특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중요한 대외적 견해를 밝힐 때 ‘논평원’ 발표 형식으로, 특히 군사 문제와 관련해선 ‘군사논평원’의 이름으로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에 앞서 서울에서 ‘제61주년 정전협정과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식을 거행했고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도 정전협정 기념식이 열렸습니다.

북한은 해마다 정전협정일을 ‘전승절’이라는 이름으로 성대한 행사를 벌여왔습니다.

북한이 정전협정일을 전승절로 부르는 것은 한국전쟁이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침략해 일어났다는 ‘북침설’에 근거한 겁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하지만 북침설은 이미 구 소련의 전쟁 발발 당시 외교문서가 공개되면서 사실이 아님이 밝혀진 ‘철 지난 궤변’이라고 일축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입니다.

[녹취: 박형중 통일연구원 박사] “전쟁의 직접적인 발발 원인이 당시 소련 외교문서에 의해 자세하게 밝혀졌고 이것을 적극적으로 주도한 사람은 김일성이고 스탈린이 승인하고 마오쩌뚱이 스탈린의 지시를 받아서 사실상 북한을 도왔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이런 억지 주장을 계속 펴는 것은 북한 정권이 정통성의 뿌리를 한국전쟁에서 이른바 미 제국주의 침략을 물리쳤다는 데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탈북자 출신인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녹취: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정권의 가장 큰 정통성 합리성을 주장하는 게 항일과 미국의 침략을 물리쳤다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가장 핵심적인 정권의 정통성과 합리성을 주장하는 논리이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속 끌고 가고 있고 포기하지 않고 있는 거죠.”

김 연구위원은 북한 정권이 주장하는 북침설에 대해 일부 북한 주민들도 의문을 갖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의 선제공격을 받고도 사흘 만에 서울을 점령했다는 등의 당시 전황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론 북한 정권의 논리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그런 상식적인 의문이나 의심들을 하고 있죠, 하지만 전체적인 입장에서 자기들이 그 문제를 그렇게까지 고민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한국에선 한국전쟁이 북한의 침공으로 시작됐지만 승부가 나지 않은 채 종결돼 단순히 정전협정일로 부르고 있습니다. 여기엔 또 동족상잔의 비극에 굳이 승패를 따지지 않으려는 한국 국민들의 정서도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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