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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한인들, 이산가족 상봉 방북...“유골 반출 요청할 것”


지난 2월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 장면 (자료사진)
지난 2월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 장면 (자료사진)

한국계 미국인 2 명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오는 10월 북한을 방문합니다. 북한 측에 숨진 가족의 유골 반환을 요청할 계획입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한인 실향민 단체가 1년 넘게 추진해온 이산가족 상봉이 결실을 맺었습니다.

미 서부 샌프란시스코의 ‘북가주 이북5도민 연합회’ 백행기 사무총장은 2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북한 당국으로부터 가족 상봉을 신청한 실향민들의 가족을 찾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백행기 사무총장] “올해 가족들을 찾게 되었고 그래서 그 가족들을 만나러 10월 11일 북한으로 들어가게 돼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이 단체 회원을 중심으로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받은 지 1년 만입니다.

원래 지난해 가을을 목표로 추진됐던 가족 상봉 계획은 올해 봄으로 늦춰졌다가 이번에 날짜가 확정됐습니다. 평안북도 정주에 살던 한 이산가족이 황해도로 이주해 거주지 추적에 시간이 많이 걸렸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이에 따라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86살 방흥규 씨와 77살 이건용 씨는 오는 10월 11일 북한을 방문합니다. 9일 미국을 출발해 한국과 중국 심양을 거쳐 이틀 뒤 평양에 도착하는 일정입니다.

방 씨와 이 씨는 8박9일 동안 북한에 머물면서 주로 해외에서 방문하는 한인들이 머무는 평양의 해방산 호텔에서 가족과 2박3일을 함께 보내게 됩니다.

방 씨는 지난 1946년 헤어진 누나가 2011년 세상을 떠난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됐습니다. 혹시나 했지만 시집갈 때 봤던 68년 전 누나의 고운 모습이 결국 마지막이 돼 버렸습니다.

[녹취: 방흥규 씨, 86세 이산가족] “국민학교를 같이 다녔고 비가 오면 나를 데려다 주고, 상당히 가까웠던 누나 동생 관계였어요. 미국에 와서도 그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그래도 누나의 아들, 딸과 손주들 모습에서 누나의 모습을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입니다.

방 씨는 앞서 한국계 미국인 의사 박문재 씨가 지난 5월 북한 당국의 허가를 받아 현지에 묻힌 누나의 유골을 미국으로 옮겨왔다는 소식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누나 유골의 일부라도 반출할 수 있는지 북한 측에 문의할 계획입니다. 북한에 두고 온 딸을 평생 그리워하던 어머니 묘 옆에 누나를 나란히 모시고 싶기 때문입니다.

[녹취: 방흥규 씨, 86세 이산가족] “(유골을) 가져오면 우리 어머니 묘소에다 같이 합쳐놓으면 얼마나 고맙겠어요.”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이건용 씨는 십 수 년 전 재회했던 형의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합니다.

지난 1988년 평양에서 38년 만에 만난 형은 4년 뒤 세상을 떠났지만 그동안 연락이 닿지 않던 형수와 조카 5남매의 행방을 이번에 확인한 겁니다.

[녹취: 이건용 씨, 77세 이산가족] “가족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설레는 마음이고, 형님이 돌아가시고 안 계신데 자녀들이 잘 되었는지 굉장히 기대되고 그렇습니다.”

이 씨는 함경남도 덕성에 묻혀있던 형의 묘가 이장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북한 당국에 유골 반출 허용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건용 씨, 77세 이산가족] “할 수 있으면 모셔다가 우리 부모님 계시는 한국에 모시고 싶어요.”

그밖에 한 실향민은 함경북도 온성군에 사는 가족이 평양까지 올 형편이 안 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 실향민은 칠보산 관광을 마친 뒤 온성의 가족 거주지를 직접 방문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는 북한 측의 이례적인 제안에도 결국 방북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가족 상봉은 북한 당국의 적극적인 협조로 이뤄져 주목됩니다.

‘북가주 이북5도민 연합회’ 백행기 사무총장은 지난 2012년 11월 회원들의 북한 내 가족 상봉 가능성을 뉴욕의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처음으로 타진했습니다.

이후 북한 측으로부터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과 함께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시 신청자들로부터 비료와 옥수수 값 명목으로 받아온 ‘지원금’도 ‘적정한 선’으로 낮춰주겠다는 약속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백 사무총장은 당국 간 협상을 통하지 않고 민간 기구가 북한 측과 직접 접촉해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킨 데 의미를 뒀습니다.

[녹취: 백행기 사무총장] “남한에 사시는 분과 북한에 사시는 분들의 만남이었지 재외동포를 위한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 동안 미국 적십자나 의회에서 북한 당국과 여러 가지 접촉을 했지만 이뤄진 것이 한 건도 없습니다. 저희 이북 5도민 연합회에서 추진한 것은 순수 민간단체에서 했던 일로서 큰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남북한 이산가족 간 상봉에서 늘 소외됐던 미국 내 실향민의 아픔을 달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조심스럽게 기대했습니다.

백 사무총장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첫 번째 방북을 순조롭게 마치면 북한 당국과 협의해 이 행사를 정례화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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