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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암살·풍자, 미국에서는 흔한 소재'


김정은 암살을 소재로 한 미국 코미디 영화 '인터뷰' 예고편의 한 장면.

김정은 암살을 소재로 한 미국 코미디 영화 '인터뷰' 예고편의 한 장면.

북한 정부가 최근 유엔에 이어 백악관에까지 항의서한을 보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을 그린 미국 영화에 항의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등 지도자를 풍자하는 이야기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 등 자유세계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소재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녹취: 영화 트레일러]

백악관 지붕이 폭격을 받아 아수라장이 됩니다. 북한 출신 테러리스트들의 총기 난사로 백악관 앞은 아수라장이 되고 탱크까지 등장합니다.

이 영화는 지난해 개봉된 ‘화이트 하우스 다운 White House Down’ 으로 김정은 제1위원장 암살 작전을 소재를 다루고 있는 영화 ‘인터뷰’의 제작사인 콜롬비아 영화사가 만들었습니다.

북한 정부는 최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바락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항의서한을 보내 영화 ‘인터뷰’ 제작 금지를 요청했습니다.

북한은 반기문 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영화 제작을 “테러 지원”, “전쟁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하면서, 제작과 배급을 금지하지 않으면 미국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위협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부의 이런 반발은 미국이나 한국 등 자유세계에서는 납득하기 힘든 과민한 반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백악관이나 수도 워싱턴이 폭격을 받고 대통령이 암살 위협에 노출되는 영화는 미국 영화계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영화 ‘JFK’트레일러]

미국에서 존 에프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을 소재로 만든 영화는 ‘JFK’ 등 무려 16편에 달합니다.

또 닉슨 전 대통령의 불법 도청 문제를 그린 영화 ‘닉슨’ 에서부터 대통령의 사생활과 연애, 권력 암투까지 그린 ‘The American President’, “First Lady’, 대통령을 재미있게 풍자한 ‘Dave’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녹취: 영화 ‘Dave’트레일러]

영화 전문가인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 어바인대학의 김경현 교수는 17일 ‘VOA’에 미국의 영화나 코미디 쇼에서 지도자를 소재로 다루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경현 교수] “미국에서 특히 정치는 퍼블릭 피겨라고 해서 개인적인 부분까지 다 공개될 수밖에 없는 특정 범위입니다. 예를 들어 오바마 대통령이 코미디에서 아무리 조롱을 당하고, 예전에 부시 전 대통령은 굉장히 많이 코미디 소재로 다뤄졌죠. 그래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없거든요. 미국은 전세계 어디를 가든지 (매체가) 지도자에 대해 다루는 허용의 수치가 굉장히 포용적이라 생각합니다.”

지도자를 소재로 영화를 만드는 나라는 비단 미국 뿐이 아닙니다.

[녹취: 영화 ‘26년’ 트레일러]

지난 2012년 한국에서 개봉된 영화 ‘26년’은 광주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전직 대통령에게 복수를 하는 내용입니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암살을 그린 ‘그 때 그 사람들’, ‘효자동 이발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한국에서도 대통령은 영화의 단골 소재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영국에서는 지난 2006년 우간다의 악명 높은 독재자 이디 아민의 잔학성을 그린 ‘스코틀랜드의 마지막 왕 The last king of Scotland’ 이 개봉돼 큰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자유세계의 경우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엄격히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예술인들에게 간섭하는 것이 금기일 뿐아니라 소송 대상이라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NSC)의 패트릭 밴트렐 대변인은 15일 ‘VOA’에 영화는 감독과 제작자의 시각을 반영하는 것으로 언론과 예술의 자유가 보장되는 미국에서는 정부가 영화제작에 어떤 역할도 하지 않는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습니다.

캘리포니아 주립 어바인 대학의 김경현 교수는 현직 국가원수에 대해 암살을 시도하는 내용의 이야기는 미국에서도 보기 어려운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

[녹취: 영화 ‘26년’ 트레일러] “현직 대통령을 대상으로 암살이나 테러를 가한다? 이건 사실은 아랍국가에 대해서도, 미국이 특히 과거 싫어했던 카스트로, 호메이니, 카다피 등등 독재자들을 생각했을 때 지금까지 전례가 아마 없었을 겁니다.”

김 교수는 미국사회에서는 코메디 영화에 성역이 없기 때문에 최고 지도자 조차 단골 소재가 되지만 북한 등 아시아는 정서가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아닌 한국 조차도 현직 지도자에 대해 암살을 시도하는 이야기는 정서적으로 거부감이 클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김 교수는 이런 배경 때문에 영화가 국제 소송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으며, 북한 정부 역시 이 영화를 외세의 위협을 부각시키는 선전용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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