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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 합의 미-한-일 공조 영향...미 전문가들 엇갈린 관측


지난 28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일 장관급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28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일 장관급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북한과 일본이 일본인 납치 문제 재조사와 대북 독자 제재 해제에 전격 합의하면서 미-한-일 공조체제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됩니다. 무엇보다 대북 공동전선에 금이 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북한의 고립 탈피를 유도할 것이라며 순기능을 강조하는 분석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의 엇갈린 시각을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번 합의로 미-한-일 3각 공조에 커다란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조너선 폴락 연구원] “I think it could inject major tensions in Japan’s relations with the U.S. and South Korea…”

일본이 대북 제재 일부를 해제해 미국, 한국과의 관계를 훼손시킬 수 있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입니다.

특히 아베 정권의 결정은 국내정치용이라며, 오히려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북-일 협상 타결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켰습니다.

[녹취: 제임스 켈리 전 차관보] “It may in fact help that. Obviously Japanese will have to be careful but…”

북한이 일본과의 합의를 통해 경제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서라도 4차 핵실험 등의 도발을 자제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또 일본이 충분히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북한의 약속 이행에 앞서 지원을 제공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과 일본이 납치 피해자 재조사에 전격 합의한 데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이렇게 극명히 엇갈립니다.

북한과 일본이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미국, 한국, 중국 등 주변국가들의 관계 또한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건 북한이 이런 상황 전개를 미-한-일 공조체제를 느슨하게 만드는 매개체로 활용할 가능성입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CNA) 국제관계국장은 일본이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얻어 극도로 악화된 한국과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If Seoul begins to see you as being an entity then can have influence in Pyongyang, it may give them a better hand to deal with Seoul…”

그런 만큼 일본의 이런 일방적 행보가 결국 동맹국들과의 긴장을 촉발시켜 북한과 중국을 이롭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일본 당국에 보다 신중한 행보를 주문합니다.

뉴욕의 민간단체인 ‘코리아 소사이어티’ 스티븐 노퍼 부회장은 아베 정권이 이 문제와 관련해 미-한 정상과 철저히 공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3국간 분열을 조장하지 못하도록 해야만 진전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과 한국이 오히려 일본의 대북 접근법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이번 합의 도출 과정에서 북한이 크게 양보했다며, 이를 외부 세계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려는 의도로 풀이했습니다.

따라서 미-한 양국이 일본의 움직임을 뒷받침해 이번 합의를 북한이 국제 의무와 책임을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일본 아베 내각의 독자 행동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대북 제재 해제의 범위와 속도를 주목합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제재 해제가 철저히 북한 당국의 약속 이행을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국 정부가 일본의 대북 제재 해제를 지나치게 비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개성공단을 통해 들어가는 현금이 훨씬 많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겁니다.

반면 이번 북-일 합의를 반기는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 해제의 실효성이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는 특히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위해서는 제재뿐 아니라 어떤 주민 희생도 감수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녹취: 로렌스 코브 전 차관보] “If they want a nuclear weapon, they will do what regardless of how much it will hurts the population…”

래리 닉시 전 미의회조사국 (CRS) 선임연구원은 일본의 대북 제재는 조총련의 대북 송금을 겨냥한 독자적 조치였던 만큼 유엔 제재와는 무관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아베 정권이 내세운 조건은 박근혜 정부가 제안한 대북 원칙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한국의 정책을 적극 지지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의 이번 결단을 비난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이 북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에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 나름의 대북 외교가 각각 정당성을 갖는다는 논리입니다.

마찬가지로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정책연구소의 존 페퍼 소장은 한국과 중국 모두 북한과 독자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만 유독 그러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역시 일본의 이번 행보를 동맹국들과의 대북 공조를 해치는 걸림돌로 인식하지 않았습니다.

북-일 합의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라기 보다는 북한 노동미사일의 위협에 맞서 미국-한국과 안보 협력을 할 수밖에 없는 일본의 지정학적 위기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북-일 합의에 압박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미국 터프츠대학 플레처 국제대학원의 이성윤 교수는 한국 정부가 일본인 납북자 문제의 신속한 해결을 바란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서해 해상의 안전을 담보로, 혹은 천안함 폭침 사건 등에 대한 사과를 전제로 서서히 대북 제재 해제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일본이 지난 2007년 제1차 아베 내각 때 납북자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북한의 비핵화 보상 조치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전례를 들었습니다.

당시 미국은 이런 요구를 무시하고 북한과의 합의 타결을 서둘렀던 만큼, 아베 총리의 이번 독자 행보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는 진단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일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타결된 이번 합의가 내재된 모순으로 인해 결국 파국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미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워싱턴대 총장은 북한이 과거와 마찬가지로 약속을 어길 경우 아베 내각이 큰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존 페퍼 정책연구소 소장도 같은 이유로 이번 합의가 아베 내각에 위험한 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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