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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신축 아파트 붕괴..."속도전 집착, 원인인 듯"


17일 북한 평양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서 희생자 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17일 북한 평양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서 희생자 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북한 평양의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는 이른바 `속도전'에 따른 부실공사가 원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강요된 속도전이 빚은 ‘인재’라는 지적입니다. 서울에서 박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일성 주석 시대엔 ‘천리마속도’,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엔 ‘희천속도’.

속도전 관련 구호를 앞세워 주민들을 동원해온 북한은 지난 2008년부터 ‘평양 10만 호 살림집’ 건설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평양을 현대화하겠다는 목표로 시작된 이 사업에서 북한은 ‘14분 마다 집 한 채’를 건설한다는 이른바 ‘평양속도’를 구호로 살림집 건설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북한은 지난 2011~12년 사이에 진행된 공사에서 평양 만수대지구 일대에 2천7백여 가구의 고층 아파트를 완공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집권한 뒤 ‘마식령속도’를 주민동원 구호로 앞세웠습니다.

‘마식령속도’는 지난 해 6월 김 제1위원장이 마식령 스키장 건설을 연말까지 끝낼 것을 독려하면서 만들어진 구호입니다.

김 제1위원장은 또 지난 1일 한 수산사업소 건설 현장을 찾아 ‘조선속도’를 강조했습니다.

`조선중앙TV'의 당시 보도내용입니다.

[녹취:조선중앙TV (지난1일)] “군인 건설자들이 짧은 기간에 방대한 공사 과제를 성과적으로 수행한 것은 놀라운 기적이며 이 것이야말로 ‘조선속도’라고 거듭 높이 평가해 주신데 대해서…”

김 제1위원장은 이밖에도 과학자 거리 등 크고 작은 건설사업에서 항상 완공 시기를 지정해 공사를 ‘몰아붙이기’식으로 진행해 왔습니다.

결국 이번 아파트 공사장 붕괴 사고도 무리한 속도전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인재, 사람이 불러들인 재앙이라는 분석입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입니다.

[녹취: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이번 붕괴 사고는 10만 세대 건설이라는 속도전에 휩쓸려서 일어난 사고지만 좀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인민보안부 소속의 군인 건설자들이 짓다 보니 건설 경험이 전무하고 어떤 날림공사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붕괴될 수밖에 없던 예정된 사고라고 볼 수 있고…”

이번 사고에 대해 한국에선 북한이 계속된 경제난으로 건설 자재가 부족해 철근이나 시멘트 등을 충분히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이번 붕괴 사고에 대해 평양시민들도 아파트 시공을 되는대로 하고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인명피해가 났다고 말했습니다.

`AP통신'이 보도한 평양시민과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녹취:평양시민] “건설 규정과 공법 요구를 어기고 시공일시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다 보니까 이런 사고를 발생시켰습니다.”

한편 북한 매체들은 김 제1위원장이 지난 13일 낮에 일어난 이번 사고에 대해 보고를 받고 너무도 가슴이 아파 밤을 지새웠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KBS'는 북한 매체들의 이 같은 보도에 의문을 나타냈습니다.

지난 16일자 북한 `노동신문'에 실린 당 간부와 군인의 축구경기를 관람하면서 환하게 웃는 김 제1위원장의 보도 사진이 붕괴 사고 다음 날인 14일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KBS'는 경기장 전광판 분석을 통해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병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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