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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북한, 청천강 호에 비밀지침 암호로 전달'

  • 김연호

지난해 7월 파나마에서 신고하지 않은 무기를 싣고 가다 적발된 북한 국적 선박 '청천강' 호.

지난해 7월 파나마에서 신고하지 않은 무기를 싣고 가다 적발된 북한 국적 선박 '청천강' 호.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이 안보리에 연례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저희 ‘VOA’는 어제와 오늘 이틀에 걸쳐 전문가 패널의 보고서를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북한의 무기 거래와 대북 금융재제 편입니다. 김연호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유엔 대북 결의는 북한의 무기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데, 잘 지켜지고 있습니까?

기자)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이 여전히 무기 뿐만 아니라 군수물자의 제조와 관리에 필요한 서비스까지 수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60~70년대 옛 소련에서 만든 무기를 고쳐서 싸게 팔고 있습니다.

진행자) 어느 나라가 북한에서 무기를 구입하고 있습니까?

기자) 버마가 북한과 여전히 무기 거래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문가 패널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새 증거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아프리카 나라들도 북한과 군수물자나 서비스를 거래하고 있는데요, 에리트리아의 경우 무기 생산공장에 들어가는 기계를 북한에서 수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전문가 패널은 에리트리아 당국과 운송업자들에게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탄자니아의 경우는 F-7전투기 개량사업에 북한 기술자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전문가 패널이 탄자니아 당국에 자료요청을 해 놓고 기다리는 중입니다.

진행자) 북한 선박 청천강 호도 무기를 운반하다 적발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해 7월 지대공 미사일과 미그-21 전투기 부품을 싣고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려다 적발됐습니다. 유엔 대북 결의에 따라 의심 선박에 대한 차단이 이뤄진 건데요, 이걸 피하기 위해서 청천강 호가 여러 가지 수법을 쓴 게 드러났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수법을 썼습니까?

기자) 비밀지침을 암호로 간부들에게만 전달했는데요, 여기에는 무기 적재가 발각됐을 때를 대비한 비상지침도 들어 있었습니다. 선박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항상 켜 놓아야 하는 자동위치확인 시스템도 작동시키지 않았습니다. 청천강 호의 위치와 항해 경로를 숨기려고 했던 겁니다. 적발된 무기는 쿠바에서 선적한 건데요,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선적 서류나 영수증도 받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북한 선박들이 꽤 있을텐데요, 대북 제재 감시망을 어떻게 피하고 있습니까?

기자) 북한의 상업용 선박은 모두 240 척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세금을 줄이고 각종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선박 등록을 다른 나라에 하는 건 세계적인 추세지만, 북한의 경우는 등록을 할 때도 실제 소유자가 누군지 알기 어렵게 하기 위해서 몇 단계를 거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장회사를 앞세우거나 중개인을 거쳐서 등록하는 겁니다. 등록 국가나 선박 이름, 선주를 수시로 바꾸는 것도 제재망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민간 항공기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대북 제재를 피하는데 이용되기도 합니까?

기자) 정기 화물기가 금수품목 수송에 투입된 사례가 있습니다. 지난 해 적발돼서 유엔에 보고됐는데요, 특별 화물기보다 운임이 싸기 때문에 북한이 정기 화물기를 이용한 것으로 전문가 패널은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기 화물기 노선은 베이징 같은 국제적인 항공 중심지를 거쳐야 하고, 이런 곳은 보안검색이 철저합니다. 그래서 보안검색을 통과할 수 있을만한 물품만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민간 여객기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기자) 북한의 민간 여객기는 고려항공에서 운영하고 있는데요, 실제 운영은 북한 공군이 하고 있다고 전문가 패널이 지적했습니다. 승무원과 항공기 모두 공군 소속입니다. 실질적으로 민간이 아닌 국가가 관리하고 있다는 건데요, 따라서 고려항공에 재정이나 기술 지원을 하면 결과적으로 대북 금수 의무를 위반할 수 있기 때문에 회원국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 패널은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유엔 대북 결의는 북한과 사치품 거래도 금지하고 있는데, 적발 사례가 있습니까?

기자) 지난 9개월 동안에는 회원국 정부의 적발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마식령 스키장의 리프트를 해외에서 조달하려고 했는데, 스위스 정부가 관련 규정을 바꿔서 대북 수출을 원천적으로 막았습니다. 북한에 수출할 수 없는 사치품 목록에 “사치성이 있는 스포츠 시설의 장비”를 포함시킨 겁니다. 하지만 이탈리아산 정설기가 북한에 유입됐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이탈리아 정부의 공식 입장은 규정상 정설기는 대북 수출이 금지된 사치품이지만 이탈리아 기업이 북한에 판매한 적은 없다는 겁니다. 북한이 제3국을 통해 조달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행자) 유엔 안보리가 북한에 대해 금융제재도 실시하고 있는데, 어떤 문제가 지적됐습니까?

기자) 북한이 여러 방법으로 제재를 피해나가려고 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습니다. 건설공사 계약을 따내거나 건설 노동자들을 파견해서 그 수익금을 정부가 가져는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불법 행위로 얻은 수익금을 합법적인 건설공사 관련 대금으로 둔갑시켜서 본국에 송금할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대북 제재의 효과를 직접 시험하기 위해서 북한이 정상적인 국제금융망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여러 단계를 거쳐서 송금을 해 보면 어디에서 감시와 규제가 심한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금융 거래를 복잡하게 만들어서 감시망을 피하겠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고려항공이 지난 2012년 새 여객기를 구입할 때 썼던 방법이 대표적입니다. 여객기 구입은 유엔 결의 위반이 아니지만 구입자금 조달 방법에 의심스러운 구석이 많다는 겁니다. 홍콩 기업 8곳이 고려항공에 빚을 갚는 형식으로 여객기 구입 대금을 대신 지불해 줬는데, 전문가 패널은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송금 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의 실사를 받지 않기 위해서 북한이 뒤로 빠지는 방법을 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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