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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 기자회 '북한 정권, 인터넷 자유의 적'


지난해 4월 평양 만경대혁명학원의 학생들이 컴퓨터 실습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해 4월 평양 만경대혁명학원의 학생들이 컴퓨터 실습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은 인터넷에 연결 조차 하기 힘든 최악의 국가 가운데 하나라고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가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특히 북한의 인터넷을 통제하는 중앙과학기술통보사 (CSTIA)를 ‘인터넷의 적’ 으로 지목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경없는 기자회가 연례 ‘인터넷의 적’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세계 사이버 검열 철폐의 날'인 12일 발표한 이 보고서에서 북한을 세계 최악의 인터넷 검열국가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습니다.

이 단체는 북한에 인터넷이 제대로 연결돼 있지 않으며 북한 당국은 정권 유지를 위해 주민을 세계와 단절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반 주민들은 인터넷은 커녕 내부연결망인 인트라넷 조차 접속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국경없는 기자회의 벤자민 이스마엘 아시아국장은 12일 ‘VOA’에, 북한은 다른 나라의 상황과 비교 조차 힘든 `거대한 인터넷의 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스마엘 국장] “North Korea is even bigger enemy of Internet…”

인터넷의 적으로 지목된 나라들은 대부분 인터넷 연결은 허용하면서 반정부적 내용을 검열하는 반면 북한은 주민들의 인터넷 연결 자체를 봉쇄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단체는 특히 북한의 각 기관에 과학기술 정보를 제공하는 중앙과학기술통보사 (CSTIA)를 인터넷의 적 그 자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기구의 인트라넷은 주민에 대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순전히 북한 정권의 이념 선전과 이를 위한 기술 강화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스마엘 국장은 인트라넷 조차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스마엘 국장] “You find only approved, filtered information…”

인트라넷은 북한 정권이 승인하고 거른 정보만을 공급하고, 이 조차 정보기관의 매우 엄격한 규제와 통제를 받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보고서는 이런 북한의 정보 현실을 ‘침묵의 벽’으로 묘사하면서, 북한의 109상무와 국가안전보위부의 27국 등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모든 디지털 장치와 정보를 단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국경없는 기자회는 보고서에서 북한 외에 이란과 벨라루스, 시리아 등 20개 나라의 정부 또는 기관을 인터넷의 적으로 지목했습니다.


그럼 여기서 이번 보고서의 구체적인 내용과 발표 배경을 김영권 기자와 함께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앞서 `세계 사이버 검열 철폐의 날’을 맞아 보고서가 발표됐다고 했는데, 이게 무슨 날인가요?

기자) 인터넷 등 전세계 사이버 자유의 신장을 위해서 국경없는 기자회와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이 지난 2008년에 지정한 날입니다. 국경없는 기자회의 이스마엘 국장은 정보와 언론 등 표현의 자유는 유엔이 결의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자유이기 때문에 적극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스마엘 국장] “Freedom of information and freedom of press is fundamental…”

인터넷은 개인의 생각과 정보를 공유할 뿐아니라 정치와 사회, 경제 개혁을 위한 시민들의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에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각국 정부가 인터넷에 대해 크고 작은 검열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인터넷이 이른바 `정보의 바다' 이다 보니 정확하지 않은 정보, 청소년에 유해한 음란물, 폭력 등 비윤리적인 내용도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각국 정부가 일정 수준에서 이를 검열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 경우에도 권력 유지와 시민 감시 등 목적으로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은 인권 유린이라는 게 인권단체들의 지적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런 논란이 아니라 인터넷 연결 자체를 막고 있다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거죠.

진행자) 최근의 북한 내 인터넷 환경에 대해서는 어떻게 지적했나요?

기자) 북한에서는 인터넷이 국가의 과학발전을 위해 기술정보를 얻는 목적으로만 제한적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수의 연구원과 기술자들이 엄격한 통제 속에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는 거죠. 특히 최근 태국 업체를 통해 인터넷 속도를 높였지만 이용자는 여전히 극소수로 제한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예로 평양과학기술대학(PUST)은 2012년 현재 IP 주소가 하나에 불과했다고 지적했습니다. IP는 인터넷에 접속할 때 컴퓨터 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각 컴퓨터에 부여하는 각각의 고유번호입니다. 과학기술대학의 IP가 하나 뿐이란 것은 그 만큼 인터넷 사용이 매우 제한적이란 것을 입증하는 거죠.

진행자) 인터넷 외에 인트라넷 상황은 어떻게 설명했나요?

기자) 북한에 컴퓨터를 사용하는 공식 인구가 2백만 명 이지만 인트라넷에 접속하는 인구는 역시 소수라고 지적했습니다. 국가기관이 아닌 가정에서 인트라넷에 접속하기는 사실상 힘들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밀수를 통해 유입되는 CD와 DVD, USB (콤퓨터막대기) 등이 외부 소식을 북한 주민에게 알려주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휴대폰 인구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 아닌가요?

기자) 네, 보고서 역시 북한에서 통신기술 발달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주민 2백만여 명이 3G 휴대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또 지난 해 미국 ‘AP 통신' 기자가 처음으로 평양에서 이 3G 연결망을 통해 외부에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외부 접촉은 외국인에게만 허용되고 값도 매우 비싸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국경없는 기자회는 인터넷과 관련해 북한 당국에 무엇을 권고했나요?

기자) 이스마엘 국장은 단 한 가지! 외부와 실제로 연결이 가능한 진정한 의미의 인터넷을 개방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녹취: 이스마엘 국장] “Open the internet! I mean true internet!...”

북한은 이미 인터넷 연결장치가 있고 수 백만 개의 컴퓨터가 있는 만큼 인터넷을 개방하면 북한의 인권 개선과 국가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북한 정부는 외부 정보를 오히려 체제에 대한 위협요소로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스마엘 국장은 정보 소통이 위협이 아니라 국가발전의 초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전 세계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촘촘하게 소통하는 시대에 정보를 차단하면 북한만 더욱 고립되고 힘들어진다는 거죠. 이스마엘 국장은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고 싶다면 인터넷 개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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