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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휴대전화, 장마당 가격 안정에 기여"

  • 김연호

북한의 휴대전화 등 각종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5월11일 공장'에 안드로이드 OS가 탑재된 것으로 보이는 스마트폰 '아리랑'이 전시되어있다. (자료사진)

북한의 휴대전화 등 각종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5월11일 공장'에 안드로이드 OS가 탑재된 것으로 보이는 스마트폰 '아리랑'이 전시되어있다. (자료사진)

북한 내 휴대전화가 장마당의 상품 가격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장거리 송금과 탈북자들의 송금에도 북한 휴대전화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휴대전화 사용 실태에 대한 보고서가 나왔는데, 김 기자가 직접 작성했다구요?

기자) 그렇습니다. 저희 ‘VOA’와 미국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의 한미연구소가 공동 후원하는 연구사업으로 이뤄졌습니다. 휴대전화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탈북자들을 심층면담했고 한국에 있는 북한 경제, 정보통신 전문가들도 인터뷰해서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어제 (6일) 워싱턴에 있는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에서 보고서 발표회가 있었습니다.

진행자) 먼저 보고서 내용부터 살펴보죠. 북한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2백만 명을 넘었는데, 장마당 장사꾼들도 많이 사용합니까?

기자) 네. 처음에는 간부들이나 돈 많은 사람들이 주로 사용했지만, 지금은 일반 주민들, 특히 장마당 장사꾼들이 많이 사용합니다. 휴대전화로 물건 값이나 환율 정보를 알아내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물건이 장마당에 나오기 전에 미리 휴대전화로 흥정을 끝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지방과 거래하는 장사꾼들은 가격과 수량 뿐만 아니라 운송 방법까지 전화로 결정하고 있습니다. 직접 만날 필요가 없게 된 거죠. 따라서 휴대전화가 있는 장사꾼들은 장사 기회도 많아지기 때문에 그만큼 이익을 많이 남길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장마당 가격에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요?

기자) 물론입니다. 가격이 높은 곳으로 장사꾼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공급도 신속하게 이뤄져서 결국 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가격이 급격하게 치솟는 현상도 많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진행자) 돈 거래에도 휴대전화가 쓰입니까?

기자) 상품 거래에는 반드시 자금결제가 따르기 마련인데요, 장거리 송금에 휴대전화가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가방에 돈을 직접 넣고 가져가는 방법 밖에 없어서 중간에 강도를 만나거나 관리에게 뜯기는 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각 지역의 돈주들이 운영하는 이관집이 송금을 대행해 주고 있습니다. 돈주에게 수수료를 주고 어디에 사는 누구에게 돈을 보내달라고 하면 돈주들끼리 휴대전화로 연락해서 돈 받을 사람이 사는 지역의 돈주가 직접 돈을 전달하는 겁니다. 돈주들끼리는 나중에 여러 거래를 묶어서 한꺼번에 정산을 한다고 합니다.

진행자)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북한 가족들에게 송금을 많이 하고 있는데 여기에도 휴대전화가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기자) 탈북자들의 송금은 주로 북-중 국경지역에서 중국 휴대전화를 통해 이뤄집니다. 돈을 제대로 받았는지도 중국 전화를 통해 확인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북한 휴대전화를 연결하면 내륙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도 송금할 수 있습니다. 국경지역에 있는 돈주와 내륙에 있는 돈주가 앞에서 설명드린 방법으로 북한 전화를 통해서 송금을 대행해 주는 겁니다. 돈을 받았다는 사실도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쉽게 확인해줄 수 있는데요, 돈주의 휴대전화로 국경지역의 돈주에게 전화를 걸면, 국경지역의 돈주는 중국 휴대전화로 한국에 있는 탈북자에게 전화를 겁니다. 그리고 중국 전화와 북한 전화의 수화기와 송화기를 서로 맞대 놓으면 탈북자와 북한 가족이 서로 얘기할 수 있게 되죠. 북한 휴대전화로는 국제전화를 걸 수 없지만, 이렇게 하면 결과적으로 국제전화가 되는 셈입니다.

진행자) 휴대전화가 경제 활동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 정권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습니다. 장사꾼들에게 통신의 자유를 일정하게 허용하면서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는 겁니다. 장사꾼들도 북한 정권이 통신 수단이나 재산을 빼았지만 않는다면 북한체제의 현상유지에 큰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습니다. 휴대전화가 체제안정에 오히려 도움이 되고 있는 겁니다. 북한 정권이 휴대전화기 판매로 얻는 수익도 큽니다. 북한에서 휴대전화는 체신소에서 독점판매하고 있는데요, 중국에서 싸게 들여와서 두 세 배 높은 가격에 팔고 있습니다. 여기서 얻은 이익금과 휴대전화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돈까지 합하면 연간 4억에서 6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 당국이 통신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감시와 통제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물론입니다. 2백만 명의 휴대전화 통화를 모두 실시간으로 감시하지는 못하더라도 전화기록, 그러니까 누가 언제, 누구에게 전화했는지를 담은 기록을 3년 동안 보위부에서 관리합니다. 그리고 음성통화는 모두 문자로 자동기록되는데요, 문제 인물에 대한 수사를 할 때 기관에서 열람할 수 있습니다. 문자 메시지는 실시간으로 감시되고 있는데요, 이용자들이 보낸 문자가 감시센터에 있는 전광판에 그대로 올라옵니다.

진행자) 북한의 휴대전화 사업, 앞으로 전망은 어떻습니까? 가입자가 계속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을까요?

기자) 한 가구에 하나씩 보급된다면 최대 5백만 명까지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가입자가 이 정도로 늘어나려면 지방 소도시들과 농촌경제가 살아나야 합니다. 그만큼 장마당도 지금보다 훨씬 활성화돼야 하구요. 그리고 북한 보안당국이 휴대전화 보급 확대에 제동을 걸지 여부도 중요합니다.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면 갑자기 서비스를 중단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북한 휴대전화에 대해서 다각도로 짚어봤는데, 어제 보고서 발표회장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기자) 미국 정부기관과 각국 대사관, 연구소에서 많이 참석했고, 미국과 한국, 일본 언론사들도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미 국무부의 로버트 킹 북한 인권특사도 참석해서 북한 당국이 휴대전화 사용자 증가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사실 워싱턴에서 북한 휴대전화 문제에 관한 보고서는 찾기 힘든데요, 그런 만큼 이 문제에 대한 궁금증이 그동안 많이 쌓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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