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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선교사, 넉 달째 북한 억류…평양서 기자회견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인 개신교 선교사 김정욱 씨가 27일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인 개신교 선교사 김정욱 씨가 27일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국인 선교사가 북한에서 반국가혐의로 넉 달째 붙잡혀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일방적 조치라며 조속한 석방과 송환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인 개신교 선교사인 김정욱씨가 27일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 초 북한에 들어갔다가 반국가 범죄 혐의로 체포돼 넉 달 넘게 붙잡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중국 단둥에서 성경 등을 갖고 평양에 들어갔고 북한에 들어가기 전 한국 국가정보원 관계자를 여러 차례 만나 수천 달러의 돈을 받았다고 기자회견에서 주장했습니다.

김 씨는 북한을 종교적 국가로 바꾸고 북한 정부와 체제를 파괴할 생각이었다며 스스로를 범죄자라며 사죄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억류돼 있는 동안 학대는 없었고 가족에게 건강하게 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기자회견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어떤 처벌을 받을 지 모르겠다며 북한 당국이 자비를 보여 풀어주기를 호소한다고도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김 씨의 기자회견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지만 국가정보원이 개입했다는 김 씨의 주장에 대해선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북한이 사전 설명 없이한국 국민을 일방적으로 억류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즉각 송환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 “순수한 종교 활동을 하는 우리 국민을 반국가적 범죄자라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우리 국민을 조속히 석방하여 우리 측으로 송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한국 정부는 김 씨가 지난해 11월 북한이 억류했다고 공개했던 한국 선교사와 동일 인물로 파악했습니다.

북한은 당시 평양에 잠입한 정체 불명의 남조선 첩자를 체포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신원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한국 정부는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신원 확인과 함께 조속한 석방을 요구하는 전화 통지문을 보내려고 했지만 북한측이 수령을 거부했습니다.

김 대변인은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요구에 북한측이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이제 와서 기자회견 형식으로 김 씨를 공개한 데 대해 인도주의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김 씨를 가족과 한국측 변호인이 접견할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을 북한 측에 촉구했습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접견 요구를 받아들이면 가족과 변호인이 북한을 방문해서 당사자들이 만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씨를 넉 달째 붙잡아 놓았다가 이산가족 상봉이 마무리 되자마자 기자회견에 내세운 데 대해 향후 남북 대화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의도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이산가족 상봉 성공하고 대화 무드로 갈 수 있을 때 자기들이 협상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카드로 쓰고 있는 거죠”

김 씨는 10여 년 전 침례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2007년쯤부터 중국 단둥 지역에서 북한 주민들을 위한 쉼터를 운영하며 선교활동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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