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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AP 전 평양지국장 "마식령 스키장, 외국인 드물고 한산"


북한의 마식령 스키장 정경. 미국 AP통신의 진 리 전 평양지국장이 지난달 스키장 방문 당시 찍은 사진이다.
북한의 마식령 스키장 정경. 미국 AP통신의 진 리 전 평양지국장이 지난달 스키장 방문 당시 찍은 사진이다.
미국 AP통신의 진 리 전 평양지국장이 지난달 말 북한의 마식령 스키장을 방문했습니다. 외국인 손님이 거의 없었고, 전체적으로 한산했다고 합니다. 스키장 입구에 있는 검문소에서 차량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리 전 지국장을 인터뷰했습니다.

[인터뷰 오디오 듣기] AP통신 전 평양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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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먼저 평양에 도착한 다음에 마식령 스키장까지 가신 겁니까?

진리) “Yes, from Pyongyang by car…”

네, 평양에서부터 차를 타고 갔는데요, 1백80킬로미터 정도 됩니다. 보통 2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돌아올때는 날씨가 안 좋아서 훨씬 더 걸렸습니다. 평양에서 원산까지 이어진 고속도로를 타고 왔는데, 도로상태가 좋지는 않았지만 포장도로였습니다. 하지만 고개에서 스키장까지 가는 도로는 경사가 굉장히 급했고 위험했습니다.

기자) 다른 나라 스키장들과 비교해 볼 때 마식령 스키장은 어땠습니까?

진리) “The lifts were very slow…”

리프트가 아주 느렸습니다. 정상까지 가는데 세 번 갈아타야했구요. 이건 다른 스키장에서도 비슷한데, 어쨌든 아주 느렸습니다. 북한에 리프트 수출을 제한한 나라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리프트를 제외한 다른 시설들은 아주 좋았습니다. 호텔 시설도 좋았고 고급스러웠습니다. 스키와 스노보드 장비도 최고 수준이었고 제설기도 첨단이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정말 보기 어려운 장비들이었기 때문에 아주 놀라웠습니다.

기자) 다른 스키장들과 비교해서 마식령 스키장의 독특한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진리) “There were very few other…”

스키장 정상에 사람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한국 스키장은 마식령 스키장과 지형이 비슷한데 사람들로 굉장히 북적이거든요. 그리고 북한에서는 외국인들이 이런 호텔에 가게 되면 아무래도 현지인들의 관심을 많이 받습니다. 다른 스키장에서는 큰 스피커로 신나는 서양 음악을 들려주는데, 마식령 스키장에서는 휘파람 같은 북한의 인기 가요가 나오더군요. 초보장들이 타는 낮은 산등성이에서는 북한 가요가 나오는 음악영상을 보여줬습니다. 실내에서는 모란봉 악단의 공연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제가 가기 1주일 전에 모란봉 악단이 스키장을 찾았다고 들었는데, 스키장에서 공연까지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기자) 스키 타는 사람들은 어땠습니까?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이 있었나요?

진리) “All the skiers were wearing…”

스키타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스키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스키장에서 빌린 옷인데, 같은 색상이었습니다. 다른 나라 스키장에서는 보기 어려운 모습이죠. 서구에서는 스키복과 장비를 개인 성향에 맞춰서 갖추는데, 북한에서는 통일성이 강조되고 있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기자) 북한 사람들 누구나 돈만 있으면 마식령 스키장을 이용할 수 있습니까?

진리) “I don’t know who is…”

누가 스키장을 이용할 수 있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돈만 있으면 이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이런 시설들은 아주 철저히 관리되고 있습니다. 아마 당국의 허가나 초대를 받고 스키장을 이용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사정을 정확히 알기는 아주 어렵습니다.

기자) 스키장 입구에 검문소 같은 건 없었습니까?

진리) “Well, the entrance to the resort…”

스키장 입구에 검문소가 있었습니다. 저희 차도 검문을 받는데 10분 정도 걸렸습니다. 스키장으로 들어가는 모든 차량이 검문을 받고 있는 거 같았는데요, 북한에서 이런 검문은 흔한 일입니다.

기자) 마식령 스키장이 외국 관광객을 끌 수 있는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진리) “I think it has potential…”

모험을 즐기는 외국 관광객들을 끌 수 있는 잠재력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별로 가 보지 않은 스키장에서 스키를 즐기려는 사람들 말입니다. 마식령 스키장은 동해가 내려다 보이는 아주 경치 좋은 곳에 있습니다. 그리고 좀 위험하기도 하고 윤리적으로도 도전받을 수 있는 스키 여행이란 의미가 있죠. 북한에 가서 꼭 스키를 타야 하냐, 이런 윤리적인 질문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모험적인 스키 관광을 원하는 사람한테는 마식령 스키장도 선택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스키 타는 사람들은 각자 이유가 다를 수 있습니다. 스키장이 있는 곳의 문화를 체험하고 경치를 감상하려는 사람도 있죠. 북한 사회를 다른 방식으로 체험하려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거 같습니다.

기자) 스키장에서 다른 외국인들하고도 만나셨습니까?

진리) “I didn’t see any other…”

저말고 외국인은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만난 사람들은 다 북한 현지인들이었습니다. 스키장 눈의 질이 어떤지, 슬로프에서 내려다 보이는 경치, 이런 것에 관해서 애기했습니다. 저는 스키 대신에 스노보드를 탔는데, 제가 언제부터 스노보드를 탔는지, 어디서 배웠는지, 어떤 기술을 부릴 줄 아는지, 이런 걸 굉장히 궁금해 하더군요. 북한 사람들한테는 스노보드가 생소한 운동이었나 봅니다. 다른 곳에서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북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가 사실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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