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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법원, 실종처리 북한 주민 상속권 첫 인정


한국 서울법원 종합청사 본관. (자료사진)

한국 서울법원 종합청사 본관. (자료사진)

한국에서 실종 신고가 처리된 북한 주민이라도 한국에 있는 부모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습니다. 분단 상황을 감안해 상속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기한을 둬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겁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전쟁 당시 학도병으로 참전했다가 북한에 끌려간 이모 씨.

이 씨는 북한에서 결혼해 자녀들을 낳고 생활하다가 지난 2006년 숨졌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있던 가족들은 이미 1977년 이 씨에 대해 법원에서 실종 처리를 마친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1961년 사망한 이 씨의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긴 선산 5만여 제곱미터는 이 씨에 대한 실종 처리를 마친 이듬해인 1978년 다른 유족들에게 상속됐습니다.

그런데 지난 2007년 탈북해 한국에 들어온 이 씨의 딸이 상속 재산의 일부를 돌려달라며 가족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할아버지가 재산을 물려줄 당시 아버지가 살아 있었으니 자신도 상속받을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씨가 실종 처리된 지 36 년이 지났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소송을 당한 다른 가족들은 상속권을 침해 받고 10년이 지나면 소송을 낼 수 없도록 돼 있는 민법 조항을 들어 이 씨에게 상속권이 없다고 맞섰습니다.

한국 법원은 그러나 한국전쟁의 와중에 북한에 끌려간 주민이 한국에서 실종 처리돼 상속권을 잃은 지 수십 년이 지났어도 상속 당시 생존 사실이 확인됐다면 상속권을 인정해 줘야 한다며 유산의 일부를 원고에게 나눠주라고 판결했습니다.

민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북한에 있는 이산가족들이 사실상 상속권을 박탈당하게 되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한국 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 2012년 5월 북한 주민들에게도 상속권 회복 소송을 한국 법원에 제기할 수 있도록 한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을 시행했습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의 이명철 공보판사입니다.

[녹취: 이명철 서울남부지방법원 공보판사] “이 판결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상속을 제대로 못 받았던 북한의 상속인에게도 특례법을 적용해서 상속권을 인정한 최초의 판례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최종 결론은 아닙니다. 사건 당사자들이 항소하면서 상급 재판부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례법도 북한 주민이 상속권을 침해 받고 회복 소송을 낼 수 있는 구체적인 기한이 명시돼 있지 않아 논란의 불씨가 남아 있습니다.

이번 판결이 최종 확정될 경우 뒤늦게 생존이 확인된 북한 주민과 그 자손들의 상속권 회복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여 상급심의 판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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