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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기획: 2013 북한] 3. 대미·대중국 관계


중국 측이 주최하는 반관반민 성격의 6자회담 학술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9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북한의 김계관·리용호 외무성 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국장이 공항에 도착, 차량에 오르고 있다.

중국 측이 주최하는 반관반민 성격의 6자회담 학술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9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북한의 김계관·리용호 외무성 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국장이 공항에 도착, 차량에 오르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집권2년차인 올해 대내외 정책 방향과 관련해 국제사회에 크게 엇갈리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이 때문에 예측불가능한 북한 내부정세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은데요. ‘VOA’는 2013년을 마무리하면서 ‘2013년 북한’을 살펴 보는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세 번째 순서로 북한이 올 한 해 미국, 중국과 어떤 관계를 이어왔는지 돌아보겠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이 올해 외부를 향해 던진 첫 일성은 3차 핵실험이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보도] “우리 국방과학 부문에서는 주체 102년 2013년 2월12일 북부 지하 핵 시험장에서 제3차 지하 핵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

현재 꽉 막힌 미-북 관계와 서먹해진 북-중 관계는 이미 이 때 결정돼 버렸습니다.

지난 해 12월12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어 주변국들의 인내심을 한계에 달하게 만든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북한으로선 핵실험으로 미-북 관계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고 이후 더 큰 보상을 노리는 포석으로 읽혔습니다. 미국 터프츠대학의 한반도 전문가인 이성윤 교수입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등을 재선정 한다면 도발로 인해서 궁극적으로 한 3~4개월 후에 다시 협상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오히려 더 큰 보상을 얻지 않을까 그런 계산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미국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핵실험 바로 다음 날 이를 경솔하고 도발적인 행동으로 규정했습니다.

[녹취: 존 케리 미 국무장관] “This week’s test was an enormously provocative act that warrants a strong, a swift and a credible response…”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명시된 대로 북한의 의무 불이행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지 표현이었습니다.

북한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3월5일 6.25전쟁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하고, 3월26일에는 ‘1호 전투근무태세’를 발령했는데, 이는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이후 두 달 넘게 ‘일촉즉발의 핵전쟁 위기,’ ‘백악관과 펜타곤에 대한 작전 승인’ 등을 주장하며 미국을 전면 압박합니다.

[녹취: 조선중앙TV 보도] “지금 이 시각부터 미국 본토와 하와이, 괌도를 비롯한 태평양군 작전전구 안의 미제침략군 기지들과 남조선과 그 주변지역의 모든 적대상물을 타격하게 된…”

핵실험이나 군사적 위협을 앞세워 상대의 양보를 강요하는 전형적인 ‘벼랑 끝 전술’이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극한적 대결에 집착하는 북한을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백악관과 국무부가 동시에 나섰습니다.

[녹취: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 / 빅토리아 눌러드 국무부 대변인] “Certainly concerned about…”

북한이 위협과 도발로 얻을 건 아무 것도 없고 고립만 심화시킬 뿐이라는 겁니다.

이런 미국의 입장은 5월 워싱턴에서 열린 바락 오바마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미-한 정상회담에서 거듭 확인됐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입니다.

[녹취: 바락 오바마 대통령] “In short, the days when North Korea could create crisis and illicit concessions, those days were over…”

북한이 위기를 만들고 보상을 받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는 단호한 입장입니다.

대화의 문을 열어두겠다고도 했지만 지극히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입장을 천명했을 뿐 새로운 내용을 담진 않았습니다.

최룡해 북한군 총정치국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한 게 바로 이 때입니다. 대화공세의 서막이었습니다.

당시 최룡해의 방중 소식을 알리는 중국 관영 `CCTV' 보도 내용입니다.

[녹취: 중국 CCTV 보도]

북한이 대화에 나서길 원한다고 밝히고 경제발전과 민생 개선을 통해 평화로운 외부환경 조성을 희망한다고 강조했다는 겁니다.

중국 방문 시기도 관심을 끌었습니다. 4월까지 한반도 위기를 조성한 이후 6월7일 미-중 정상회담을 앞 둔 시점이었습니다. 중국을 통해 북한의 대화 의지를 미국에 전달하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의 발표엔 온도차가 있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헤리티지재단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의 지적입니다.

[녹취: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 “North Korea emphasized that they are willing to talk but they will never ever give up their nuclear weapons…”

중국은 최룡해의 방중을 ‘한반도 비핵화’와 결부지었으나 북한의 방점은 ‘비핵화’ 대신 ‘대화 국면 전환’에만 찍혀 있었다는 겁니다.

미국이 비핵화 논의 없는 대화를 반길리 없었습니다.

당시 국무부의 한 관리는 ‘VOA’에 최룡해가 각종 형식의 대화에 응하겠다고 했지만 중요한 건 비핵화라고 거듭 지적했습니다.

[녹취: 국무부 관리] “The United States and China share that the view th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is essential…”

그러나 북한의 대화공세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6월 미-북 간 고위급 회담을 제의하고, 제 3국에서 열린 반관반민 회담에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참석시키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였습니다.

당시 김계관 제1부상의 얘깁니다.

[녹취: 김계관 제1부상] “우리는 6자회담을 지지하고 있으며 6자회담이든 그 틀거리 안에서의 보다 작은 규모의 대화이든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대화에 나갈 용의가 있습니다. 우리는 전제조건 없이 대화를 하자는 것입니다.”

이 ‘전제조건 없는 대화’ 주장은 현재 미국의 ‘실질적인 선제 조처’ 요구에 막혀 있습니다.

북한은 이에 대해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기 전에는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며 여전히 기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은 중국과의 관계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는 인식이 많습니다.

중국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대해 지지 의사까지 밝힌 건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녹취: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핵 선제타격을 언급한 북한에 자제를 호소하는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의 지난 3월 발언입니다.

북한의 무모한 행동에 대한 중국의 피로감은 올해 내내 관영 언론과 당국자들의 발언에 묻어났습니다.

이런 불만은 곧바로 북한에 대한 가시적 압박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 정부가 지난 4월 대북 제재를 엄격히 집행하라는 공문을 하달하고, 국영 중국은행은 북한 조선무역은행과의 금융 거래를 전면 중단한 겁니다.

북한으로선 중국과의 전통적 친선관계 회복을 위해 부심해야 할 신호들이었습니다.

지난 5월 핵심 실세인 최룡해의 방중엔 그런 의도도 깔려 있었지만 성과는 그다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스브’ 컬럼니스트인 고든 창 씨는 북한이 중국을 다루는 방식을 극적인 연기에 비유했습니다.

[녹취: 고든 창] “They say what the Chinese want them to say when they are in Beijing but when they get the first chance…”

북한 관리들이 중국 고위 인사 앞에선 늘 그들이 듣기 원하는 말을 하지만 돌아서기가 무섭게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겁니다.

고든 창 씨는 최룡해의 방중 역시 그런 측면이 강하며 중국이 이를 바로 잡을 영향력 또한 많이 잃은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의 왕자루이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북-중 관계를 ‘일반적 국가관계’로 지칭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 것도 이 때였습니다.

그러나 소원해진 북-중 관계는 지난 7월 리위안차오 중국 국가부주석의 방북 이후 개선됐다는 관측이 있습니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인 `르몽드'는 특히 리 부주석이 당시 북한의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한 점을 그런 신호로 해석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8월 개성공단 재가동에 합의하고 이산가족 실무회담 등을 전격 수용한 것은 리 부주석의 방북에 성의를 보이기 위해서라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위한 북한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양국 간 경제협력도 하반기 들어 증가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여기에 큰 변수로 떠오른 것이 장성택 숙청입니다.

중국으로선 오랜 기간 북-중 관계의 가교역할을 해 온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국장을 지낸 빅터 차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중국의 입장에선 장성택의 부재가 큰 부담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빅터 차 교수] “I think they will be very concerned about the situation…”

김정은의 권력이 더욱 공고해져도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이전 같지 않을 것이며, 이 점이 중국의 우려라는 설명입니다.

게다가 북한이 장성택의 죄목으로 외세에 자원과 토지를 헐값에 넘겼다고 명시하며 중국을 간접 지칭한 점은 향후 북-중 간 경제협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김정은 체제 2년차인 올해도 북-중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은 점 역시 북한으로선 부담입니다.

이와 관련해 홍콩 유력 언론인 ‘아주주간’은 중국 외교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장성택 처형 이후 여러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에 이해를 구하고 김정은의 방중을 가능한 한 빨리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습니다.

얼어붙은 미-북 관계를 개선하고 북-중 간 불협화음을 어떻게든 잠재워야 하는 게 집권 3년차를 맞는 김정은의 도전과제입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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