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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로버트 칼린 전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 담당관 "장성택 처형, 오래 전부터 준비했을 가능성"


[인터뷰] 로버트 칼린 전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 담당관 "장성택 처형, 오래 전부터 준비했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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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칼린 전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 담당관이 19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북한 정치 상황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북한이 장성택의 숙청과 처형을 오래 전부터 철저히 준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로버트 칼린 전 미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 담당관은 북한이 장성택 처형 이후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칼린 전 담당관은 지난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정보기관에서 북한 문제를 다뤘고 그동안 북한을 30여 차례 방문했습니다. 최근에는 한반도의 현대사를 다룬 책 ‘두 개의 한국’ 증보판을 펴냈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칼린 전 담당관을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고모부이자 2인자로 불렸던 장성택을 처형했습니다. 북한의 역사를 볼 때 2인자에 대한 숙청이 정권 안정에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칼린 전 담당관) “I think we want to…”

두 가지 차원에서 대답할 수 있는데요, 우선 장성택이 2인자였는지 확실치 않습니다. 장성택이 2인자로 불릴만큼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중요한 인물이 아니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에 진정한 의미의 2인자는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2인자는 권력 승계자가 아니었고 그저 최고 지도자가 가끔씩 조언을 구하고 권력 유지를 위해 의지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리고 장성택은 계속해서 불안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숙청당했고, 김정은 제1위원장 아래에서도 확고한 위상을 갖지 못했습니다. 장성택의 숙청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언젠가는 제거될 인물이었습니다.

로버트 칼린 전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 담당관(오른쪽)이 19일 VOA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북한 정치 상황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로버트 칼린 전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 담당관(오른쪽)이 19일 VOA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북한 정치 상황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기자)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고모부이자, 정치적 후견인이 신속하게 처형된 사실에 대해 놀라셨습니까?

칼린 전 담당관) “I guess I was surprised…”

저도 놀랐습니다. 그런 전례가 없었으니까요. 전문가들도 과거 사례들을 바탕으로 분석을 하기 때문에, 비슷한 행태가 반복될 거라고 예상을 했을 겁니다. 그런데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40~50년 동안의 전례를 깼습니다.

기자)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아직 불투명합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남은 선택은 어떤 게 있을까요?

칼린 전 담당관) “Since this is, to some…”

이번 사태는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에 언제쯤 상황이 진정될지 알기 어렵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 자신도 아마 모를 겁니다. 하지만 바깥에서 보는 것처럼 장성택의 숙청과 처형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북한이 오래 전부터 철저히 준비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사태로 영향을 받을 사람이 누구인지도 미리 점찍어 놓았을 수 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장성택 처형 직후 현지지도에 나섰고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가 열렸습니다. 북한은 기존 경제정책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AP통신’에 신속하게 알렸습니다. 북한이 미리 짜 놓은 각본대로 움직이면서 상황을 진정시키고 장성택 처형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우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북한이 장성택 처형 이후 국내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서 한국에 무력도발을 감행할 것으로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칼린 전 담당관) “I’ve been doing this …”

제가 북한 문제를 오랫동안 다뤘는데, 북한 내부의 문제를 도발과 연결지은 적은 없습니다. 그런 전례가 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 문제를 신중하게 다루지 않으면 말과 행동으로 오히려 북한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이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고 만일의 사태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밝히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기자) 북한은 경제개혁을 추진하면서 심한 기복을 보여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권력 실세의 숙청이 활용된 측면이 있다고 보십니까?

칼린 전 담당관) “The question is interesting…”

흥미로운 질문이네요. 북한에서 경제개혁 움직임이 있었다는 걸 가정한 건데, 저는 거기에 동의합니다.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요. 김정은 제1위원장의 2012년 4월 첫 공개연설을 보면 경제 회복을 주요 목표로 선언하고 있습니다. 중국식 개혁은 아니지만 경제개혁을 포함하고 있고 중요한 정책 변화를 예고한 겁니다. 그리고 지난 2년 동안 그런 방향으로 왔습니다. 물론 북한이 늘 그래왔듯이 아주 천천히 움직였죠. 이 과정에서 장성택이 중대한 역할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개혁은 계속될 것이고 어떻게 전개될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특히 내각이 중요한데요, 장성택 처형 이후에도 내각 구성원들이 온전했습니다. 판결문에서도 장성택이 내각의 기능을 방해했다고 했습니다. 경제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는 내각이 기존 정책을 밀고 나가도록 지시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이번에 저술하신 ‘두 개의 한국’ 증보판 얘기를 잠깐 해보죠. 지난 13년 동안의 한반도 역사를 추가하셨는데, 북한과 관련해서 어떤 문제를 기술하는데 역점을 두셨습니까?

칼린 전 담당관) “I think there were two…”

중요한 주제가 두세 개 있는데, 무엇보다도 2000년에 정점을 찍었던 미-북 관계가 그 뒤에 어떡하다 곤두박질치고 아직도 회복되지 않고 있는 건지, 그리고 왜 이걸 막을 수 없었는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1994년 체결된 미-북 기본합의는 실패로 끝났고 미-북 관계는 더이상 진전될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입니다만, 역사는 그렇게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미국은 2001년과 2002년 미-북 합의를 약화시키는 중대 조치를 취했습니다. 당시 부시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미-북 기본합의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폐기했던 겁니다. 그리고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그대로 뒀습니다. 그 빈자리에 북한의 핵 개발 계획이 들어선 거구요.

기자) 장성택 처형을 계기로 미국이 그동안의 전략적 인내 정책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북정책을 추구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하십니까?

칼린 전 담당관) “I suspect we would…”

최근 사태 이전에 미국이 대북정책을 바꿨다면 좋았을 겁니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지난 13년 동안 과연 무엇을 이뤘는지 물어봐야 합니다. 어떠한 성과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북한의 핵무기 계획을 차단하는 게 미국의 목표였다면, 이 목표를 이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북한은 핵실험을 세 차례 했고, 농축 우라늄을 계속 생산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얼마나 핵 개발을 진전시켰는지 알 수 없지만, 전보다 진전됐다고 봐야 합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장성택 처형에 대해서 미국이 이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는데, 북한 입장에서 보면 국내 문제입니다. 미국 외교관들이 공개적으로 이런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건 미국이 스스로를 구석으로 몰고 가서 북한을 다루기 더 어렵게 만드는 겁니다.

기자) 지난 13년 동안 중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얘기해 보죠. 중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렸다고 생각하십니까?

칼린 전 담당관) “You’ve got to remember…”

2009년 초에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몇 달 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경제인들과 함께 평양에 가서 중요한 합의를 했습니다. 새 압록강대교 건설도 여기에 포함돼 있었습니다. 중국도 북한의 핵실험에 화가 났고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에 찬성하기는 했지만 거기에 버금가는 이해관계가 있었던 겁니다. 동북지역의 경제개발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건 북한의 경제개발과 직결돼 있는데요, 자원개발과 기간시설 건설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중국은 북한 문제를 다룰 때 미국처럼 핵 문제만 들여다 보지 않습니다.

기자) 장성택 처형이 중국의 대북정책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십니까?

칼린 전 담당관) “Too soon to tell…”

아직 판단하기는 너무 이릅니다. 중국 정부에서 장성택에게 너무 의지한 거 아니냐, 이제 장성택 말고 누구를 상대해야 하느냐, 김정은 제1위원장 밖에 없는 거 아니냐, 이런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제 중국은 북한 정권과의 소통 방법을 재정립할 때입니다. 물론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중국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로버트 칼린 전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 담당관이었습니다. 인터뷰에 김연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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