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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태영 전 한국 국방장관 "북한 도발 가능성 높아져"


김태영 전 한국 국방장관 (자료사진)
김태영 전 한국 국방장관 (자료사진)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포함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김태영 전 한국 국방장관이 말했습니다. 김 전 장관은 어제 (19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이 장성택 처형 이후 불안해진 민심을 다잡기 위해 외부에 호전적 태도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김태영 전 장관은 육군대장 출신으로, 합참의장에 이어 2009년 9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국방장관을 지냈습니다. 김 전 장관을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 했습니다.

[인터뷰 오디오 듣기] 김태영 전 한국 국방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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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장성택에 대한 갑작스런 사형 집행을 지켜보면서 이런 저런 추측들이 많습니다. 공포정치의 전형이다, 이런 지적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권력기반이 불안하다는 반증이라는 분석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김태영 전 장관) 북한은 사실 어느 누구도 예측하기가 아주 어려운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쉽게 변하고 단 몇 사람의 결정에 의해서 모든 것이 이뤄지기 때문에 금방 어떻게 갈 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한편으론 공포정치에 의해서 김정은이 자기 세력을 완전히 확고히 굳혀가는 단계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또 하나는 거꾸로 김정일 때의 선군정치를 하면서 군을 우대하다가 당이 더 앞서가는 이런 모습이 되면서 당과 군 사이의 갈등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차원에서 군에 의해서 당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장성택이 제거되는 이런 모습으로 본다면 그건 김정은의 권력기반이 흔들린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어느 누구도 이걸 명확하게 얘기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좀 더 지켜봐야만 전자인지 후자인지 자세히 얘기할 수 있을 겁니다.

기자) 이런 혼란스런 상황 속에서 북한이 실제로 도발을 할 가능성, 평소보다 높아졌다고 보시는지요?

김태영 전 장관) 김정은이 장성택을 처형하고 그 다음 날엔 돌아다니면서 웃는 표정을 보여줬고, 이후 김정은 2주기 행사를 죽 했습니다. 여기선 과거와는 다르게 얼굴이 좀 긴장돼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보면서 우리도 상당히 조심스럽게 어떤 게 맞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북한에선 처벌을 받은 세력들은 나름대로의 불만이 있을 수 있고, 또 김정은 편에서 장성택을 처단하는 데 섰던 세력들은 이번 기회에 권한을 확실하게 잡으려는 시도를 할 수도 있다는 데서 상당히 유동적인 상황이 되는데, 이 때 통치자 입장에서 외부에 공동의 적을 만들어서 내부를 정리하는 그런 형태로 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차원에서 북한이 새롭게 핵실험을 한다든가, 미사일을 시험한다든가, 한국에 대한 국지도발을 한다든가, 어떤 형태로든 이뤄질 수 있습니다. 가령 한국 국방장관이 최근 내년 1~3월이 도발의 시기여서 대비해야 한다고 한 건 최악의 상황에 군이 대비해야 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내부 통치를 위해서 바깥에 적을 만들면서 도발하는 게 가장 나쁜 상황인데, 그런데 대비하자는 의도로 저는 해석합니다. 그런 여러 형태의 도발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기자) 그러니까 4차 핵실험, 혹은 미사일 추가 발사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으로 보고 계시는 거군요.

김태영 전 장관) 그렇습니다. 그런 것을 시도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지금 당장 준비가 안 됐을 수도 있는데, 지금부터 몇 달 동안 준비를 해서 나름대로 북한 주민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그런 방안으로 이용될 수도 있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기자) 앞서 김관진 한국 국방장관의 예측, 다시 말해서 북한의 국지도발, 전면적 위협을 거론한 내용을 말씀해 주셨는데요. 김 장관이 지목한 도발 시기는 내년 1월 하순에서 3월 초순 사이여서요. 한국 군에서 이렇게 시기까지 예상할 수 있는 근거, 어떤 예측 메커니즘이 따로 있는 겁니까?

김태영 전 장관) 그거 제가 (군에서) 나와 있기 때문에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만, 북한의 항구는 겨울에 동결이 돼서 사용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항구가 3월경이 되면 동결 상태가 풀리고 소위 군사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기가 됩니다. 3월경이라는 게 그런 의미에서 말씀하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기자) 미국에선 사실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논의가 오히려 한국에서보다 더 활발히, 자유롭게 통용되고 있는데요. 굳이 작전계획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런 비상사태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 지금 변화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김태영 전 장관) 아직까진 그렇게 북한이 급변사태로 가는 상황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세력다툼이 이뤄지고, 장성택 세력이 무자비한 방법으로 처단이 되고 그 추종세력까지도 추적해서 처단되는 게 단계적으로 이뤄지면 그런 세력들이 그렇게 만만하게 죽을 때를 기다리진 않고 반발할 수 있지 않겠느냐,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세력과 세력간의 갈등, 내부적인 갈등이 커지면 북한의 체제가 무너져 가는 쪽으로 갈 수 있지 않겠나, 그렇게 볼 수 있겠죠. 그런 차원에서 북한 내부에 혼란이 오고, 붕괴 시나리오로 이어지고, 그에 따라서 우리가 그동안 고민해 오던 여러 가지 방책 중 어느 것을 택해서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건 누구도 속단하지 못하고 지켜보면서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맞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예. 대규모 숙청에 의한 반발, 또 그에 따른 붕괴 시나리오, 또 중국의 개입도 생각을 해 볼 수 있겠구요. 이런 여러 가지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다각도의 계획은 이미 수립이 돼 있는 거죠?

김태영 전 장관) 그런 다양한 상황에 대해선 여러 가지 방향으로, 가령 저희가 정치군사 게임 같은 걸 통해서도 수없이 많이 논의했고, 작전계획으로서도 조금씩 발전시켜 나간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군에서나 정부에서나, 또 한-미 간에 협력을 통해 그런 분야에 대해 계속 협조하고 준비하고 고민하지 않겠느냐 그렇게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이 위기를 맞으면 대부분 외부에 대한 공격적 행동으로 내부 긴장을 해소했던 전례, 앞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만, 한국 군, 또 이를 지원하는 미군, 어떻게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하시겠습니까?

김태영 전 장관) 그런 있을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해서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겁니다. 군의 가장 큰 존재 목적은 전쟁이 나지 않게하는 데 있습니다. 전쟁을 억제하는 데 실패해 전쟁이 발발한다면 싸워서 이기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그런 것을 완벽하게 준비하고 있어야만 하는 그런 시기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한-미 간에 그런 면에서 굉장히 긴밀히 검토를 하고, 군에서도 철저히 대비하고 있는 걸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기자) 오늘 여러 가지 말씀 고맙습니다.

김태영 전 장관) 감사합니다. 한-미가 모두 같이 고민하면서 이 문제를 잘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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