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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휴대전화 실제 이용자 수 2백만 명 못미칠 수 있어'


지난해 1월 평양 시민들이 새해맞이 불꽃축제에서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해 1월 평양 시민들이 새해맞이 불꽃축제에서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있다.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이미 2백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용자 수는 2백만에 크게 못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휴대전화 사용 실태, 언론의 큰 관심을 받아왔는데, 이번 연구는 김 기자가 직접 했다구요?

기자) 그렇습니다. 저희 ‘VOA’와 미국 존스 홉킨스 국제대학원의 한미연구소가 공동 후원하는 연구사업으로 진행됐습니다. 휴대전화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탈북자들을 심층면담했고 한국에 있는 북한 경제, 정보통신 전문가들도 인터뷰했습니다. 보고서 전문은 1월에 발표될 예정이구요, 먼저 요약본이 한미연구소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에 어제 (26일) 공개됐습니다.

진행자) 북한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2백만이 넘었는데, 굉장히 빨리 보급된 거죠?

기자) 네. 서비스가 시작된 지 5년 가까이 됐는데요, 처음에는 간부들만 사용할 거다, 많아야 몇 십만 명에 그치고 말 거다, 이런 관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을 깨고 지난 2008년 말 이후 가입자 수가 아주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3년만에 1백만 명으로 급증했고, 지난 5월에 2백만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진행자) 지금 북한 전국에서 휴대전화가 사용되고 있는 겁니까?

기자) 네, 주요 도시들은 물론이고 소도시와 농촌 지역에도 보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 휴대전화 사업은 이집트 오라스콤사와 북한 조선체신회사의 합작회사가 ‘고려링크’라는 이름으로 하고 있습니다. 오라스콤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1년 3분기까지 평양과 14개 주요 도시, 86개 소도시에 모두 4백53 개의 기지국이 세워졌습니다. 그 뒤에 공식 발표는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지만, 2년이 흘렀기 때문에 그만큼 기지국 건설은 더 많이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외국인 방문자들도 북한에서 휴대전화 사용자들을 자주 봤다는 증언을 하고 있는 걸 보면, 보급이 많이 된 건 분명해 보이는데요?

기자) 그런 증언들이 많이 나오고 있죠. 평양 거리에서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고, 심지어 어린 학생들도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닌다고 합니다. 적어도 주요 도시들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휴대전화 가격은 어느 정도나 합니까?

기자) 싼 거는 150 달러에서 2백 달러 정도 하구요, 비싼 터치폰은 7백 달러까지도 나갑니다. 이 것도 값이 많이 내린 겁니다. 처음 보급됐을 때는 가입비까지 합해서 최고 1천 달러까지 줘야 했으니까요.

진행자) 가격이 많이 내렸다고 해도, 일반 북한 주민들에게는 굉장히 부담이 될텐데요.

기자) 물론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고위 간부들이나 외화벌이 사업꾼들만 썼습니다. 규제도 심했고 전화기가 워낙 비쌌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북한에서 휴대전화는 부와 권력의 상징이 됐습니다. 하지만 규제가 풀리면서 뇌물이나 국가사업에 손을 대고 있는 돈 많은 관리들, 그리고 장사꾼들도 많이 샀습니다.

진행자) 장사꾼들은 왜 휴대전화를 사는 겁니까?

기자) 잘 산다는 걸 과시하고 싶어서이기도 하구요, 실제 장사를 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장마당 가격을 빨리 알아내서 발빠르게 대처하는 데 휴대전화가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휴대전화가 있는 장사꾼들은 그만큼 이득을 많이 남길 수 있게 된 거죠. 물건이 장마당에 나오기 전에 미리 휴대전화로 흥정을 끝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방의 작은 마을이라도 큰 도시와 광물이나 농산물 거래가 활발한 곳에서는 휴대전화 없이 장사하는 건 상상할 수 없다고 합니다.

진행자) 요즘에는 탈북자들이 북한 내 가족에게 보내주는 돈이 북한으로 많이 흘러 들어가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과거 일본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북한에 보낸 돈을 ‘후지산 줄기’라고 했는데, 요즘 한국의 탈북자들이 보내는 돈을 북한에서는 ‘한라산 줄기’라고 부릅니다. 그 정도로 송금이 늘었다는 얘기인데요, 이 돈을 받아서 휴대전화를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주위에서 휴대전화를 쓰는 사람이 늘어나면 부러워서 사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을 거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그런 사람들이 많이 늘고 있습니다. 일종의 과시성 소비인데요, 무산 출신의 한 탈북자는 휴대전화가 있다는 건 집에서 고기를 먹고 있다는 뜻이지 않냐, 젊은 사람들은 휴대전화가 없으면 여자 친구도 사귀기 힘들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체면 때문에 재산을 팔아서 사는 사람도 있구요, 형편이 안되는데도 자식들의 성화에 못이겨서 사주는 집들도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휴대전화를 쓰려면 등록을 해야 하지 않습니까? 북한 체제의 특성상 등록이 까다로울 거 같은데요.

기자)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보위부와 보안부에 가서 무슨 돈으로 왜 사려고 하는지 신고하고 도장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리고도 최종 승인까지 한 달 정도 더 기다려야 했는데요, 이런 불편함 때문에 다른 사람 이름으로 미리 등록한 휴대전화를 파는 거간꾼들이 등장했습니다. 물론 불법이고 웃돈을 줘야 하지만 이런 식으로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북한 당국도 규제를 완화해서 등록 당일 날 바로 휴대전화를 개통해주고 있습니다. 신원조회는 개통해준 뒤에 따로 하는 거죠.

진행자) 북한의 휴대전화 보급이 크게 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겠네요. 그런데 실제로 북한의 휴대전화 사용자가 2백만이나 되느냐, 여기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구요?

기자) 그렇습니다. 오라스콤사의 발표대로라면 북한 인구 2천4백만 명 중에서 군인과 어린이를 제외하고 10 명에 한 명 꼴로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는 건데, 일인당 국민소득이 1천8백 달러 밖에 안되는 나라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북한에 소식통을 두고 있는 북한경제 전문가들도 이런 지적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이 전문가들은 휴대전화 요금체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요금체계가 어떻다는 거죠?

기자) 석 달에 한 번 북한 돈 3천원 정도를 내면 매달 2백분 통화, 문자 메시지 20 개를 할 수 있습니다. 이걸 다 쓰고 나면 충전카드를 사야 하는데요, 이 때부터 값이 10배 넘게 뛰어버립니다. 돈도 북한 돈이 아니라 외화를 줘야 하구요. 그래서 전화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 주로 장사꾼들일텐데요, 이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몇 대씩 가지고 다닙니다. 한 대만 있으면 추가 요금을, 그 것도 외화로 내야 하지만, 여러 대가 있으면 기본요금만 내고 싸게 쓸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전화기를 더 사야 하는 부담이 있기는 한데요, 계속 쓰다보면 전화기 값이 빠진다고 합니다.

진행자) 기관에서도 휴대전화를 많이 씁니까?

기자) 그 점도 실제 사용자 수가 적을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목입니다. 당과 정부기관, 외화벌이 기관들이 공무용으로 지급하는 휴대전화가 꽤 있습니다. 정확한 대수는 파악하기 힘든데요, 휴대전화 보급대수의 최대 4분의 1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어쨌든 공무용과 개인용 전화를 다 갖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이걸 모두 개인 휴대전화로 계산해 버리면 실제보다 사용자 수가 부풀려질 수 있다는 거죠. 또 일부 정보통신 전문가들은 북한의 휴대전화 중에서 사용이 안되고 있는 이른바 `휴면전화'가 상당히 많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고위 관리들이 최고 지도부와 직접 통화하기 위해 가지고 있는 건데, 평소에는 거의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북한에서 휴대전화 보급으로 ‘통신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주장을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건가요?

기자) ‘통신혁명’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한계가 많습니다. 물론 장사꾼들 사이에는 아주 활발하게 쓰이고 있지만, 대부분 비싼 전화요금 때문에 중요한 말만 간단히 하고 끊습니다. 다른 나라들처럼 휴대전화로 새로운 사회연결망이 형성되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진행자) 북한 당국의 감시와 통제도 있겠죠?

기자) 물론입니다. 음성통화와 문자를 감시하고 있고, 북한 주민들은 도청을 의식해서 절대 정치적으로 문제될 만한 얘기는 휴대전화로 하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북한 당국이 자주 휴대전화를 검열해서 한국 노래나 드라마가 있으면 처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빠져나갈 구멍은 남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로 국제전화를 할 수 없게 당국이 막아 놨지만, 중국 전화와 북한 전화를 서로 맞대 놓고 북한에서 한국으로 전화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로 탈북자들의 송금 과정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돈이 된다면 이보다 더 안전하고 기발한 방법이 나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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