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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광부·군인 인권 침해' 지적 늘어


지난달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68주년을 맞아, 군인들이 만수대의 김일성, 김정일 동상 앞에서 거수경례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달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68주년을 맞아, 군인들이 만수대의 김일성, 김정일 동상 앞에서 거수경례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 광부와 군인들의 인권 상황이 심각하다는 지적들이 최근 들어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의 인권단체인 아시아인권의 켄 가토 대표는 최근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에 북한 정권의 ‘피의 광물-Blood Minerals’ 수출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서를 제출했습니다.

북한 정권이 정치범 수용소의 어린이들까지 탄광 작업에 동원하는 등 노동착취를 통해 광물을 수출하며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가토 대표는 21일 ‘VOA’에 북한 정권이 이런 광물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고 사치품을 구입하고 있다며,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 위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가토 대표] “It’s actually against UN sanction…

과거 노동착취를 통한 서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밀매가 무기 구입과 유혈 분쟁의 자금으로 사용돼 유엔 안보리의 강력한 제재를 받은 것처럼 ‘피의 다이아몬드’ 가 아닌 ‘피의 광물’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 정부 산하 무역투자 진흥기관인 코트라에 따르면 북한의 광물성 생산품 수출은 2011년에 16억5천만 달러를 기록해 전체 수출의 60 퍼센트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가토 대표는 스위스의 퀸테르미나 AG 회사가 일본 당국이 생화학, 핵무기, 미사일 연관 북한 업체로 지목한 승리무역에서 마그네사이트를 수입해 유럽 나라들에 판매한 게 좋은 예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스위스 당국은 자신의 이의 제기에 대해 마그네사이트가 유엔 안보리의 금수 목록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가토 대표는 그런 광물성 자원들이 정치범 수용소 내 어린이와 수감자들의 노동착취를 통해 생산됐다는 것을 알려야 서방세계가 이를 금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가토 대표] “The child slaves, it’s just terrible that..”

국제 인권단체들이 제시한 정치범 수용소 위성사진과 수용소 출신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대부분의 수용소에 광산이 존재하고 어린이와 청소년들도 작업에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토 대표는 한국과 일본의 광부들 연봉이 적어도 수 만 달러고, 호주에서는 25년 경험의 고졸 출신 광부 연봉이 20만 달러에 달한다며, 북한 광부들은 명백히 김 씨 정권에 약탈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군인들의 인권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최근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달 23일 런던에서 열린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의 청문회는 북한 군인들이 겪는 인권 유린 문제에 문답이 길어지면서 밤 9시가 넘어서야 끝났습니다.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북한 인민군 출신 김주일 재유럽조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은 군인들의 영양실조와 과도한 노동, 성분에 따른 차별 문제가 장시간 거론됐다고 ‘VOA’에 말했습니다.

[녹취: 김주일 총장] “외출, 외박, 휴가도 거의 없이 10년 이상 군대에 복무해야 하고, 군대는 일부 간부 자녀들이나 힘있는 자들의 전유물이고 일반 주민들의 자녀들은 단 한번도 인생을 꽃피울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인권 유린을 당하는 실상에 대해 말했습니다.”

탈북자 단체들은 군대에서 10년을 보내야 하는 군인들의 개탄스런 상황이 최근 더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북한 군 대위 출신인 김성민 한국 `자유북한방송' 대푭니다.

[녹취: 김성민 대표] “너무 힘들죠 삶이. 집에 있을 때는 아무리 강냉이죽 먹어도 그 환경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군대 나가서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늘 배고픔을 느끼고, 특히 겨울에는 정말 춥고 동복도 제대로 공급이 안 되니까. 특히 지금처럼 이렇게 (정권이) 들볶고 위장망을 뜨라, 매일 아침 비상소집하면 정말 죽을 맛일 거예요. 이런 환경에서는 분명 태도 반응이 이상하게 나오죠.”

북한 군인들의 인권 상황은 그동안 선군정치의 그늘과 정치범수용소 등 심각한 인권 문제들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일부 고위급 출신 탈북자들은 북한 내 최악의 인권 탄압은 군대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해 왔습니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특히 지난 2010년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가진 강연에서 군대가 북한 최악의 인권 탄압 장소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황장엽 전 비서] “북한에서 (정권에 대항해) 일어날 수 있는 게 누구인가? 군대입니다. 아무리 세뇌교육을 자꾸해도 군대는 원한이 뼈에 사무쳐 있거든. 한창 공부할 나이에 10년, 13년씩 김정일 위해 죽는 연습만 하다 끝나게 되면 또 탄광 등에 보내 또 그 생황을 하게 하거든. 일생을 망치게 한다구. 이 보다 더 큰 인권 유린이 없어요.”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 이사인 마커스 놀란드 피터슨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북한 군대의 환경을 시베리아의 북한 벌목장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놀란드 부소장] “At least minority of people thought military life is good one, that is completely disappeared…

북한 군대의 환경이 좋다는 일각의 생각은 완전이 사라졌고 지금은 시베리아의 열악한 북한 벌목장 상황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병영 개선보다는 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해 10월 김일성.김정일 동상 제막식 연설에서 당과 수령에 충실하지 못한 군인은 혁명의 배신자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정은 제1위원장] “당과 수령에게 충실하지 못한 군인은 혁명군대 군인으로서의 자기 사명을 다할 수 없으며 나중에는 혁명의 배신자로 굴러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르주끼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VOA’에 10년을 열악한 군대에서 보내야 한다는 것은 세계인권선언이 보장하는 기본적 권리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다루스만 보고관] “this would be, of course, mean denial of right to enjoyment….

인간으로서 삶을 향유할 국민의 기본적 권리와 선택권을 (북한 정부가) 부인하는 것이란 겁니다.

마이클 커비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장은 이달 초 워싱턴에서 가진 ‘VOA’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에서의 청문회를 계기로 북한 군인들의 상황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앞으로 더 관심있게 이를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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