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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서 한국 드라마 바람...최근 단속 강화'

  • 최원기

지난달 22일 북한전략센터가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사회주의 체제전환과 미디어의 역할' 세미나에서 동아대학교 강동완 교수가 중국산 '노트텔'(EVD 플레이어)을 들고 '2013년 북한주민의 미디어 수용 실태와 과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달 22일 북한전략센터가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사회주의 체제전환과 미디어의 역할' 세미나에서 동아대학교 강동완 교수가 중국산 '노트텔'(EVD 플레이어)을 들고 '2013년 북한주민의 미디어 수용 실태와 과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 주민들이 몰래 한국의 드라마를 보는 동영상이 공개됐습니다. 탈북자들은 상당수 북한 주민들이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외부 세계의 실상을 깨닫는다고 말합니다. 북한사회를 뒤흔드는 한류 드라마의 실태와 의미를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영국의 공영방송인 ‘채널 4 텔레비전’이 최근 북한 주민들이 몰래 한국의 드라마를 보는 장면이 담긴 다큐멘터리를 방송했습니다.

방영된 화면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진이 걸린 가정집에서 두 여성이 컴컴한 방에 앉아 DVD 플레이어를 보는 모습이 나옵니다.

한 여성이 “남조선 사람들이 소련인지 구라파에 놀러간 것 같다”라고 말합니다. 화면 속의 영상은 한국의 한 방송사가 제작한 ‘꽃보다 할배’라는 프로그램으로, 3개월 전 한국 TV에서 방송됐던 내용입니다.

두 여성은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황급히 DVD 플레이어를 닫습니다.

다큐멘터리에는 또 장마당에서 한 소년이 DVD 5개를 사면 가격을 깍아주겠다고 흥정을 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에 이처럼 한국 드라마가 퍼진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함경북도 청진에 살다가 지난 2003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최수경 씨의 말입니다.

[녹취: 탈북자 최수경]“저희는 90년대에도 좀 봤죠. 비디오였는데 그게 2000년대 들어서 알판으로 바뀌었죠. 중국에서 유입됐는데, 사랑이 뭐길래 이런 걸 많이 봤죠.”

평양이 고향인 탈북자 오금순 씨도 지난 2005년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를 본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오금순] “친구들이 TV를 보는데, 나도 거기 가서 한국 드라마 ‘유리구두’라는 것을 봤어요. 그 때 돈 3천원 주든가. 혼자 빌려 보면 부담이 되니까, 아줌마 6 명이 50원씩 돈을 내서 보더라구요.”

한국 드라마는 처음에는 연변 등 북-중 국경에 인접한 지역을 오가는 보따리 장사꾼들을 통해 북한으로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장마당에서 수 백, 수 천 장의 CD (알판)나 DVD를 보유한 암거래 상이 있다고 지난 2008년에 탈북한 김은호 씨는 말합니다.

[녹취: 탈북자 김은호] “제가 있을 당시에도 CD를 자체로 구어서 불법으로 사고파는 것이 성행했어요. 쌀이 한 킬로에 6천원 한다면 CD는 한 장에 7-8천원 했어요.”

탈북자들에 따르면 처음에는 호기심 많은 20-30대 젊은이들이 몇 명씩 모여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몰래 봤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젊은세대 뿐아니라 남녀노소가 모두 한국 드라마에 흠뻑 빠져있다고 탈북자 오금순 씨는 말합니다..

[녹취: 탈북자 오금순] “젊고 늙고가 없어요, 북한 보도는 안보고, 몇 명씩 모여서, 젊은 아이들은 젊은 아이들끼리 모여 보고 그래요.”

호기심과 재미로 보기 시작한 한국 드라마는 이제 주민들 사이에서 북한 당국의 허구성과 외부 세계의 현실을 이해하는 매체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연구소 박현옥 연구위원의 말입니다.

[녹취:박현옥 연구위원] “북한 사람들은 중국이 자기들보다 잘 사는데 중국보다 남한이 훨씬 더 잘 산다는 인식이 일반화 돼 있습니다.”

10년 넘게 한국 드라마가 북한사회에 퍼진 결과 이제는 한국 영화에서 본 옷차림을 따라 하는 젊은이도 생겨나고 있다고 탈북자 김은호 씨는 말합니다.

[녹취: 탈북자 김은호] “남한 드라마, 영화는 이제 한 달 이내에 북한 주민들이 다 봅니다. 그래서 젊은층들은 남한에서 유행하는 옷이나 헤어 스타일을 입거나, 하고 다니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한국 드라마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북한 인민보안부는 지난 2004년 이른바 ‘불순 출판선전물’을 몰래 보는 사람을 처벌하겠다는 내용의 포고문을 발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언론들에는 최근 한국의 불법 녹화물을 보거나 거래한 북한 주민들이 처형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이 정도 단속으로 한국 드라마 열풍을 막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말합니다. 북한연구소의 박현옥 연구위원입니다.

[녹취: 박현옥 연구위원] “외부의 자본주의 바람이 범람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도 좀 하다가, 또 느슨해지기도 하고, 그렇게 갈팡질팡하는 상황입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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