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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6자회담 조기 재개 가능성 낮아"


지난 6월 미-한-일 6자회담 대표들이 워싱턴에서 회동한 가운데, 글린 데이비스 미국측 6자회담 대표와 조태용 한국측 6자회담 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6월 미-한-일 6자회담 대표들이 워싱턴에서 회동한 가운데, 글린 데이비스 미국측 6자회담 대표와 조태용 한국측 6자회담 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자료사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당사국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중국과 한국, 일본의 회담 대표들이 최근 일제히 워싱턴을 방문해 입장을 조율했는데요. 하지만 회담 재개를 낙관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전문가들의 전망을 백성원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 핵 6자회담 당사국 협상 대표들은 지난 한 주 어느 때보다도 바쁜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 특별대표는 지난 달 28일 워싱턴 방문에 이어 곧바로 평양에 들어갔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의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만나 중재안을 전달한 뒤 북한을 설득하는 중이라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곧이어 한국의 조태용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3일 미국을 방문해 데이비스 특별대표와 이틀 연속 마라톤회담을 가졌습니다.

여기에 일본의 이하라 준이치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합세해 6일 미-한-일 3자회담도 진행됐습니다.

부쩍 활발해진 6자 당사국들의 행보만 보면, 5년 가까이 열리지 못했던 6자회담이 성사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올만 합니다.

의장국인 중국이 강력히 회담 재개를 추진하면서, 미-한-일 3국도 그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예단하긴 이르다는 반응입니다.

각국이 견해차를 좁히고 있지만 회담을 다시 열기엔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 약속 등이 미흡하다는 지적입니다.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5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6자회담에 대한 북한의 입장과 태도가 관련국들의 기대치에 여전히 못미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제임스 켈리 전 차관보] “Expectations, I think, are universally low…”

미 행정부가 북한의 핵 활동 동결 가능성에 별다른 흥미나 확신을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 6자회담이 곧 재개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켈리 전 차관보는 또 회담을 개시하는 것과 회담에서 의미있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건 별개의 문제라며, 중국의 관심은 회담의 명맥을 이어가는 데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제임스 켈리 전 차관보] “His goals are not results from the talks…”

현재 북한의 비핵화를 회담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미국과 조건 없는 대화를 요구하는 북한 간의 주도권 다툼은 여전합니다.

미국은 약속을 먼저 지키라고 주장하는 반면, 북한은 미국의 적대 정책 철회가 우선이라며 맞서고 있습니다.

존 에버라드 전 북한주재 영국대사는 지금으로선 미-북 양측 모두 입장을 바꿀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역시 6자회담 조기 재개 가능성을 낮게 예상했습니다.

선 비핵화 조치, 후 6자회담 재개를 내세우고 있는 미국과 한국이 그렇다고 6자회담 논의에 소극적인 건 아닙니다.

데이비스 대표는 가까운 시일 내에 토론이 계속되길 희망한다며 조만간 베이징을 방문할 것임을 시사했고, 조 본부장 역시 미국과 일본과의 협의 이후 중국을 방문해 우다웨이 대표를 만날 예정입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적극적인 외교 행보가 실패한 것으로 단정하는 것 또한 이르다고 진단했습니다.

당초 미국에 조건없는 대화를 요구했던 중국이 최근 들어 미국의 요구, 즉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사전조치를 취하는 내용이 반영된 수정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뉴욕의 민간기구인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스티븐 노퍼 부회장은 이런 중국의 노력으로 6자회담 재개 가능성에 탄력이 붙은 건 분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티븐 노퍼 부회장] “There appears to be momentum…”

노퍼 부회장은 북한의 신뢰성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는 미국과 한국이 중국의 적극적인 중재에 어느 정도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6자회담의 물꼬가 언제든 트일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최근 우다웨이 대표의 중재안에 대해 북한 핵 포기에 방점이 있다고 긍정 평가하면서도 내용에 있어서는 미국, 한국이 원하는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아쉬워했습니다.

비핵화 달성을 위한 여건과 관련해 중국은 조금 더 너그럽고 미-한은 조금 더 엄격하다며, 아직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음을 시사한 겁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중국의 입장과 최근 행보를 볼 때 중국이 단호한 대북 정책으로 선회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전제조건 없는 대화 재개를 요구하면서, 정작 미국의 확장억제력 폐기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북한의 태도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한편 6자회담 자체에 대한 기대보다 각국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회담이 재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미국 터프츠대 외교법학전문대학원 이성윤 교수의 분석입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북한을 기본적으로 의심은 합니다. 믿지 않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나 박근혜 정권이나.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그게 정치적으로 득이 되지 않으니까요. 뭔가 움직임을 보여야 되는데, 외교적인 움직임이나 초석을 까는 건 지금 연말이 제일 시기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교수는 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내년 초쯤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체제의 환영을 받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런 조건으로 중국의 제안을 수용해 6자회담에 전격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북한의 과거 행태를 볼 때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이 이어지는 내년 초 또다시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강행해 회담 논의를 원점으로 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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