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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마식령 스키장에 냉소적 시각'


지난 8월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강원도의 마식령스키장 건설현장을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8월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강원도의 마식령스키장 건설현장을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중인 마식령 스키장 완공이 임박했다고 북한 관영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각은 매우 냉소적입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마식령 스키장이 완공 단계라구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 관영 언론들은 스키장 건설이 90 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빠른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 TV] “불과 1년도 못되는 사이에 수십만 평방미터의 면적에 총 연장길이가 근 11만 미터이고 40내지 120 미터의 폭을 가진 초급 스키주로, 중급, 고급 스키주로들을 닦아나왔다”

북한 당국자는 앞서 ‘AP’ 통신에 노동당 창당일인 10일 스키장을 개장한다고 밝혔지만 아직 관련 소식은 없습니다. 지난달 20일 공개된 화면을 보면 2개의 호텔 공사가 계속 진행중이고 삭도(리프트) 역시 제대로 설치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아직 완공이 되지 못했는데 북한이 왜 이렇게 서둘러 개방 임박을 알리는 건가요?

기자) 마식령 스키장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대표적인 치적사업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김정은의 3대 세습이후 체육.위락시설 건설에 치중했는데 마식령스키장은 이런 사업에 방점을 찍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최고 지도자가 올해 안에 개장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명분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에서 ‘마식령 속도’ 가 국가 구호가 될 정도로 모든 주민이 알고 있는데 스키에 대해서는 얼마나 익숙한가요?

기자) ‘AP’ 통신은 7일 북한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스키 인구가 5천 5백 명으로 전체 인구의 0.02 퍼센트라고 전했습니다. 한 해 수 백만 명이 스키장을 찾는 한국이나 수천만 명이 스키를 즐기는 미국에 비하면 북한은 거의 스키 불모지라고 볼 수 있죠

진행자) 0.02 퍼센트 안에 김정은 제1위원장도 포함이 되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김정은은 스위스 유학시절 스키를 상당히 즐겼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마식령 스키장이 스키 엘리트를 육성하는 한편 인민과 청소년을 위한 대중체육시설로 이용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외화난을 겪고 있는 북한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그 예로 스키장에 호텔 2 곳을 짓고 있는데 객실 250개의 8층짜리 호텔은 외국인용, 객실 150개의 다른 호텔은 북한 주민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행자) 스키장 건설에도 상당한 비용에 투입됐다는 보도가 있는데요. 어떤가요?

기자) 영국의 ‘BBC’ 방송은 10일 3억 달러에서 4억 8천만 달러의 비용이 투입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또 원산의 국제공항 등 특구개발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될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국제 시세로 추산된 것이어서 북한의 사정과 다를 수 있습니다. 북한은 군인건설자와 주민들을 강제 동원해 스키장을 건설하고 있기때문에 사실상 인건비를 쓸 필요가 없죠.

진행자) 그런데 스키장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각이 곱지많은 않다구요?

기자) 네, 빈곤과 고립이 상징인 북한에서 스키가 왠말이냐는 매우 냉소적인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외신들은 유엔 자료들을 인용해 아직도 많은 국민이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는데 지도자는 많은 돈을 들여 스키장을 짓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시장을 개혁하고 전력과 농업 생산을 구축하는 한편 사회 기반시설 확충, 국제사회와 관계를 개선하는 게 우선인데, 지도자 김정은은 개인적 관심사와 치적 쌓기에 치중하고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에서도 최근 그런 지적들이 잇달아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한국 통일부는 9 일 김정은 집권 이후 도로와 항만 등 주민 편의를 위한 사회기반시설의 건설이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대신 김정은 치적 쌓기 사업이 크게 늘었다는 거죠. 남재준 국정원장 역시 8일 국회보고에서 지도자 김정은이 체육위락시설 건설에만 3억 달러를 허비하는 등 개인적 관심사업에 재원을 낭비해 간부와 주민들 사이에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마식령 스키장의 삭도(리프트) 수입 문제도 최근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지 않았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 정부는 올해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등 일부 유럽나라에서 삭도(리프트) 수입을 추진했었는데 이들 나라 정부가 모두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북한에 사치품 수출을 금지한 유엔안보리의 대북결의 이행차원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죠. 하지만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월말 논평에서 서유럽 일부 나라가 삭도 설비 수출을 거부한 것은 북한 제도와 인민에 대한 모독으로 엄중한 인권유린 행위라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난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기자) 인권 전문가들은 ‘인권 유린’이란 북한 정부의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연구기관인 부르킹스연구소의 로버타 코헨 객원선임연구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코헨 연구원] “That doesn’t constitute human rights abuse…”

코헨 연구원은 9일 ‘VOA’에 삭도 수출 여부는 스위스의 국가 고유 권한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민생과 인권보다 핵과 미사일 개발, 사치품 구입에 집중하는 북한 정부의 행태를 막는 유엔 결의의 이행은 모든 유엔 회원국이 준수해야 할 의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삭도 가격이 얼마나 되나요?

기자) 북한이 스위스에서 수입하려던 삭도는 미화 7백 7십만 달러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삭도를 제작할 수 있는 자체기술이 없기때문에 이렇게 수입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삭도 수입 차단이 북한 주민이 아닌 북한의 특권층을 겨냥한 국제 제재가 효과를 거두는 좋은 예라고 지적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국제 제재가 북한 주민들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준다는 비판이 있는데, 이런 삭도 수입 규제는 북한의 특권층에게만 타격을 주는 실효성이 있다는 거죠.

진행자) 그럼 마식령 스키장이 대대적인 실패작으로 끝날 수 있다는 얘기인가요?

기자) 그 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우선 한국의 민간단체인 북한민주화포럼 이동복 대표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이동복 대표] “북한에서 스키장을 10개 만들면 뭐해요. 거기에 누가 외부에서 스키장을 이용하려 들어갑니까? 또 북한 안에서 그 스키장을 이용할 수 있는 인구가 과연 얼마나 됩니까? 생산과 소비가, 수요와 공급이 맞아 떨어지는 어떤 경영 구조가 성립되야 그런 투자가 결실을 보는 것인데, 그런 시설만 만들면 뭐합니까?”

이 대표는 북한이 1960년대 초대형으로 지었던 평양산원이나 한국의 기독교 단체들이 지원했던 조용기 심장병원 등 여러 병원들도 사실상 흉물로 전락했다며 마식령스키장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다른 의견은 어떤가요?

기자) 외화벌이는 힘들 수 있겠지만 북한 대중들의 이용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주장입니다. 북한에 정통한 한국의 유력 소식통은 9일 ‘VOA’에 외부의 입장에서는 국가 자원 투입의 우선순위, 스키장 유지관리와 보수, 수익을 따질 수 있지만 북한 특유의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건설 유지에 큰 비용이 들지 않기때문에 큰 무리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지도자가 인민에게 이렇게 스키장을 이용하도록 베푼다는 좋은 선전효과가 있고 스키장 이용도 주민들에게 평양 옥류관의 식권을 나눠주듯이 보상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꼭 외화벌이를 하지 않아도 지도자의 권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인 것 같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국제사회의 잣대로 바라보는 시각과 북한 내부의 체제 논리가 크게 다를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북한전문 매체인 ‘NK 뉴스’는 지난 8월 북한 당국이 스키장을 통해 수 천만 달러의 수입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체육성 등 당국이 작성한 문건에 따르면 하루 평균 방문객 5천 명, 1인당 입장료 50달러, 연간 총수입 6천 250만 달러를 기대하고 있다는 겁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은 8일 ‘VOA’에 이런 목표가 실패로 돌아간다면 지도자 김정은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 사업을 지시한 책임자가 최고지도자이고 북한 주민의 의식은 더 이상 정권의 선전선동을 그대로 믿지 않기때문에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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