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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한반도 정책 고위급 인사 한-중-일 순방 결산


지난 10일 한국을 방문한 글린 데이비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외통부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지난 10일 한국을 방문한 글린 데이비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외통부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총괄하는 두 명의 국무부 고위 인사가 지난 주말 한국과 중국, 일본 순방을 각각 마쳤습니다. 이들은 순방 중 6자회담과 관련해, 회담 재개보다는 목적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두 고위 인사의 아시아 순방을 백성원 기자와 정리해 보겠습니다.

진행자) 두 명의 국무부 인사, 미국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선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우선 대니얼 러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앞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일본, 한국, 북한 담당 보좌관으로 활동했던 인물입니다. 이후 2011년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으로 승진했구요, 지난 7월 국무부로 옮겼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에 국무부 차관보로서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섰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또 한 사람은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북한과 협상할 때 미국의 입 역할을 하는 고위 인사여서 이번에 각국과 어떻게 입장 조율을 할 것인가가 더욱 주목됐습니다.

진행자) 특히 한반도에서 지금 대화기류가 조성되고 있는 중이어서 이번 순방이 관심을 끌었어요. 혹시 미국도 조심스럽게 대화 손짓을 하는 게 아니냐, 그게 궁금했던 거 아닙니까?

기자) 그런 추측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변했다는 어떤 조짐도 없는데, 6자회담 재개에 과연 진전이 있겠느냐는 예측 또한 많았구요. 러셀 차관보와 데이비스 특별대표의 아시아 순방이 끝나고 보니까 결국 그런 회의적 전망이 옳았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6자회담은 북한의 확실한 비핵화 신호가 있어야 재개될 수 있다, 그게 여전히 미국 입장이라는 거죠?

기자) 예, 그런 기존 입장에 전혀 변화가 없다는 걸 거듭 확인하기 위한 순방이었다, 결과적으론 그런 모양새입니다. 러셀 차관보는 지난 4일 워싱턴을 출발해서 14일 귀국했는데요. 가는 곳마다 메시지는 동일했습니다. 6자회담의 목적이 뭐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북한의 비핵화 아니냐, 따라서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행동을 먼저 보여야 만나겠다, 결국 미국의 대북 대화 원칙엔 전혀 변화가 없다는 걸 가는 곳마다 강조한 겁니다.

진행자) 그럴 때마다 제기되는 질문이 있죠? 그럼 북한이 취해야 할 진정성 있는 조치는 뭔가, 구체적인 숙제는 제시해 줬나요?

기자) 그동안 기자들이 미국 정부 당국자들에게 ‘성의있는 비핵화 조치’가 뭔지 여러 차례 물어봤지만, 구체적인 답을 들은 적은 없습니다. 러셀 차관보는 이번에도 북한의 말과 행동에 근거한 증거를 본다, 뭘 해야 하는지는 북한도 분명히 알 것이다, 이 정도 수준까지만 제시했습니다.

진행자) 러셀 차관보가 미국 입장을 그렇게 딱 정리해 놓으니까, 하루 이틀 늦게 같은 동선을 밟은 글린 데이비스 대표로부터도 다른 입장을 기대할 게 없었겠네요?

기자) 예, 표현만 조금 달랐을 뿐 역시 아직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모일 때가 안됐다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데이비스 대표는 러셀 차관보보다 3~4일 늦게 워싱턴을 출발했는데요. 역시 한-중-일 3국을 방문한 뒤 러셀 차관보보다 하루 일찍, 그러니까 지난 13일 워싱턴으로 돌아왔습니다. 6자회담 목적 달성을 위한 여건이 조성됐다고 보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북한이 계속 핵 보유국 지위를 주장하는 게 6자회담의 걸림돌이라는 건데요. 대화가 재개되려면 북한이 비핵화에 진지하다는 어느 정도의 신호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입장이 그렇다는 건 충분히 알겠는데요. 그게 한국과 일본 당국자들과는 통하는 게 있겠지만, 중국에선 좀 견해차가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그런 기류가 다분히 느껴집니다. 최근 중국이 대화 필요성을 부쩍 강조하면서 그 쪽으로 분위기를 몰고 가는 중 아닙니까? 북한과는 이미 수 차례 고위 인사간 교차 방문이 있었고, 그 뒤엔 3자, 4자회담까지 언급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6자회담 당사국들이 모여서 대화로 풀자, 그런 입장입니다. 따라서 북한의 ‘선행조치’를 요구하는 미국 인사들과의 신경전이 팽팽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의견 차이가 워낙 커서 견해차만 일단 확인하는 수준에서 대화를 마치지 않았겠느냐, 그런 지적입니다.

진행자) 그래서 그런지 데이비스 대표의 중국 방문에 대해선 자세한 언론 보도도 별로 못 봤던 것 같네요.

기자) 어떤 논의를 했고 어떤 결론을 냈는지 구체적인 발표가 없었으니까요. 데이비스 대표는 방문국에 도착할 때나 혹은 순방 중에라도 한 두 차례씩 기자회견을 갖곤 했는데요. 유독 중국에선 아무 회견도 없이 일본으로 떠나버렸습니다. 데이비스 대표의 방문에 별 무게를 두지 않은 건 중국 측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외교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우다웨이 외교부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와 데이비스 대표가 한반도 비핵화와 6자회담 재개 문제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짤막하게 소개한 게 전부입니다.

진행자) 북한이 의도한 건지, 아니면 우연인지 모르지만 두 사람의 순방 중에 영변 핵 시설에서 수상한 조짐이 보였거든요. 여기에 대한 미국 측 입장만큼은 분명히 나왔어요.

기자) 예, 영변 핵 시설에서 흰 증기가 포착돼 이게 원자로 재가동 증거가 아니냐, 그런 의혹이 지난 주에 제기됐습니다. 여기에 대해선 국무부도 입장을 밝혔고, 바로 다음 날 데이비스 대표도 확고한 입장을 제시했습니다. 원자로 재가동 보도가 만약 사실이면 북한의 의무 위반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으로선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때문에 항간에선 대화에 소극적인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북한의 전략이다, 그런 지적이 나왔었구요.

진행자) 자, 어쨌든 미국의 한반도 정책과 관련해 중책을 맡은 두 고위 인사가 아시아 순방을 마쳤지만 큰 그림은 바뀐 게 없는 것 같군요.

기자) 예,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선행조치’를, 북한과 중국은 ‘조속한 재개’를 주장하는 데서 딱 멈춰있습니다. 각국이 서로 고위급 인사를 교환하면서 관련 행보가 빨라지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한데, 여전히 회담 재개 조건을 둘러싼 치열한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러셀 차관보와 데이비스 대표가 이제 워싱턴으로 돌아와서 각국의 입장을 정리할 것이고, 북한과 중국도 미국의 확고한 입장을 거듭 확인한 만큼 이제부터 물밑 조정 작업이 시작될 가능성도 없진 않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쉽게 바꿀 것 같지 않구요. 게다가 최근 시리아 사태로 중동 문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한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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